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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탈레반 이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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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탈레반 이후 준비

영국 파키스탄과 함께 신정부 구성 추진

나흘간의 공습으로 아프간 탈레반 정권의 군사력을 무력화시킨 미국이 탈레반 이후의 아프간 정권 구상에 들어갔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지난 10일 미국은 새 아프간 정권에 참여할 다양한 세력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주말 파키스탄을 방문하는 파월 장관은 이곳에서 새 정권에 참여할 아프간 유력 인사들을 물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와의 전쟁이 전투의 단계에서 외교의 차원으로 넘어간 것이다.

지난 7일 공습을 시작한 미국은 10일 이후 공습을 멈추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특히 미국은 아프간 수도 카불 북부 40km까지 진격한 반군 북부동맹의 수도 입성을 일단 저지하고 있다. 현재의 상태에서 반군이 입성했다간 무정부 상태 속에서 살인, 약탈 등 대혼란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당분간 카불 근처에 배치된 탈레반 군사력에 대한 공격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가디언은 11일 현재의 상황을 군사적 성취가 외교적 진전을 훨씬 앞질렀기 때문에 생긴 것으로 분석했다. 차기 아프간 정권의 구성과 운영 등에 관한 동맹국간의 합의 등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탈레반 정권이 무너질 경우의 혼란을 미국은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초 이번 주내 카불 입성을 자신했던 북부동맹측은 카불 접수가 몇주 늦춰질 것같다고 말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11일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영국, 파키스탄 등 이번 전쟁의 동맹국들은 물론 러시아, 중국 등과 차기 아프간 정권 구성에 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탈레반 정권의 축출은 기정사실화된 셈이다.

북부동맹에게만 새 정권을 맡길 수 없다는 데도 의견 접근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 공습 전까지 탈레반 정권의 후원자였던 파키스탄은 북부동맹만의 새 정권 구성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또 중국과 러시아도 보다 광범위한 기반을 가진 연립정부의 구성을 원하고 있다.

특히 외국에 대한 내정 불간섭 원칙을 견지해 왔던 중국의 탕자쉬앤 외교부장은 아프간 인민 및 주변국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연립정부만이 “아프간 인민 및 지역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중국 언론에 보도됐다.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영국도 같은 입장이다.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광범위지지 기반을 갖는 정부를 원한다. 북부동맹도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이고 현 탈레반 정권이 대표하는 세력, 즉 파쉬툰족도 새 정부의 일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프간 북부 10% 정도만을 지배하고 있는 북부동맹이 우즈벡, 타지크 등 아프간내 소수 인종인 데 비해 파쉬툰족은 인구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최대 종족이다. 따라서 북부동맹만의 새 정부 구성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이와 관련, 영국의 한 관리는 “북부동맹에게만 정권을 맡길 수는 없다. 그들은 무도한 깡패집단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등은 새 아프간 정부가 구성된 후 모로코, 방글라데시 등 이슬람국가 출신으로 구성된 유엔 평화유지군(PKO)를 파견해 전후 복구 및 국제사회의 복귀를 유도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몇 달 후의 일일 뿐, 당장 급한 것은 아프간 국민과 파키스탄, 러시아 등 주변국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새 정부를 구성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현재 영국은 파키스탄과 함께 아프간 새 정부에 참여할 파쉬툰족 출신 온건파 인사를 물색하고 있다. 이번 주말 파키스탄을 방문하는 파월 미 국무장관도 같은 임무를 띠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월 장관은 또 무샤라프 정권으로부터 차기 아프간 정권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중지하겠다는 다짐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3년 퇴위한 전 국왕 모하마드 자히르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그는 지난 주 북부동맹측과 섣부른 합의를 맺어 상징적 역할 이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는 북부동맹과 맺은 협약에서 새로 구성될 의회 의석의 절반(60석)을 자신이 확보하는 대가로 북부동맹측에 50석을 내주었다. 나머지 10석으로 다른 세력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가디언은 현재 유엔 주재 아프간 특별대표로 활동중인 라흐다르 브라히미가 새 정권에 참여할 파쉬툰족의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브라히미 정도라면 주변국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미.영의 구상이 당초 의도대로 성사될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이슬람권 민중들의 반발이 거센 데다 파키스탄, 러시아 등 주변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외부의 지원만으로 안정적 정부를 수립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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