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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사태는 탈냉전 시대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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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사태는 탈냉전 시대 분수령"

미 항공기 테러에 대한 중국의 시각

미국 심장부에 대한 항공기 자살테러는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대사건이지만 향후 국제사회의 질서와 운영방식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이와 관련, 최근 중국 인민일보의 영문 홈페이지에 실린 한 칼럼은 이번 사건을 탈냉전 시대의 분수령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일방주의적 태도에 일정한 변화가 초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테러리즘이라는 새롭고도 분명한 적을 격퇴하기 위해서는 중국을 비롯한 외국과의 공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분석에는 중국측의 대미관계 개선 희망이 다분히 섞여 있다. 그러나 9.11 테러사건에 대한 중국측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글의 주요 부분을 발췌, 소개한다.

팡 시용(Fang Siyong)이라는 이름의 논객이 이 글의 원문(Terrorist Attack on US: Turning-Point in Post-Cold War Pattern)은 english.peopledaily.com.cn/200109/18/eng20010918_80501.html에 실려 있다.
편집자

9.11 테러사건은 또 냉전 이후의 정치적, 전략적 사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문제를 논의해 보자. 

우선 힘의 정치에 바탕한 문명간 갈등이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몇 명 안되는 테러리스트들은 조심스럽고 철저한 계획을 짜놓은 후 납치라는 방법을 통해 미국 같은 선진국에 강력한 공격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테러리스트들의 활동은 새로운 영역으로 상승하게 됐다.

과거에 테러리스트들은 어떤 종류의 공격을 할 것이라고 위협을 하곤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에게 별 상관 안한다는 태도를 보여 왔다. 그러나 지금은 테러리스트의 움직임이 재앙과도 같은 결과를 낳기에 충분하다고 말을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미국은 개념적으로는 테러리스트의 위협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새뮤얼 헌팅턴은 일찍이 지난 93년 다음과 같은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서방이 냉전에서 승리를 거둔 직후 세계가 서방적 가치개념을 불가피하게 수용할 것이라 예견됐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반대로 세계는 다양한 문화의 충돌이라는 단계로 차근차근 올라가고 있다”

헌팅턴의 문명충돌에 관한 생각은 미국 정부가 최근 몇년동안 서방세계 밖으로부터 대두되는 세력을 대처할 때 채택된 기본 주춧돌 역할을 해왔다. 경제적,군사적 우위를 기초로 미국은 전세계 곳곳에서 서방의 문화와 가치를 옹골차게 밀어붙이고 있다.

힘의 정치를 바탕으로 자행되는 이러한 문화 침략은 그동안 점차적으로 다른 문화간의 충돌을 조장해왔으며 세력이 약한 문화집단에 의해 채택되는 가장 효과적인 반격이 바로 테러 공격이다. 

이번 사건으로 테러 행위는 국제사회의 공통의 적이라는 성격이 더욱 분명해졌다. 다양한 국가들이 상호협조를 강화했을 때만이 더 효과적으로 이러한 비인간적 행위를 중지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새 요소의 등장으로 미국은 전통적인 적대국가들과도 이해를 증진시키고 마찰을 줄이게 될 것이다.  

이번 공격은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촉발된 전쟁에는 국경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상상치도 못했던 방법으로, 상상치도 못한 방향에서 감행되는 기습공격에 대처한다는 것은  베트남전에서 게릴라에 대적하는 일보다 훨씬 어렵다.

이번 사건은 미국의 테러에 대비한 예방조치가 충분한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과 미국과 다른 나라들과의 공조관계가 형식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준다. 현재 우리가 보듯이 미국과 세계의 다른 나라들은 좀더 높은 수준에서, 보다 실용적이고 보다 효과적인 전략을 가지고, 광범위하고 긴밀한 협조관계를 통해 테러행위에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은 미사일방어망(MD)가 쓸모없다는 사실을 증명해준다. 미국의 MD 추진은 베트남전 이후 미국인들의 심리상태를 전형적으로 나타내준다. 즉 어떤 전쟁 혼란상태가 발생하더라도 미국인들의 목숨이 희생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NMD의 개념은 전쟁을 미국 영토 밖 또는 우주공간으로 제한해 미국인 피해자를 발생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 본토 안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수천명의 미국인들을 사망하게 하고도 남았다는 점에서 전쟁과 전혀 차이가 없다. 

자기 집 뒷마당에 불이 난 다음에도 미국은 세계의 의견을 계속해서 거부하고 끈질기게 MD를 고집해야 할까. 아니면 테러행위에 대상이 될 수 있는 이곳저곳의 구멍들을 막기 위해 예방조치를 서둘러야 할까. 분명 MD는 테러행위에 대처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미국 정부가 테러행위에 대처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데 적으나마 노력을 경주하도록 만들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MD 추진이나 다른 나라에 군림하는 듯한 태도를 유지하는 데 전력을 다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이는 결국 국제상황에 긍정적인 한몫을 하게될 것이다.

덧붙인다면 이러한 테러행위는 미국정부로하여금 테러행위를 싹부터 처내기 위해 더욱 강경한 방법을 쓰도록 만들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의 느슨했던 행정, 법 집행같은 분야의 메커니즘을 바꿔 더욱더 엄격한 통제를 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국내외에서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가차없는 제재를 가할 것이며 이러한 변화는 인권측면에서 비난을 사게 될 것이다. 이번 사건은 “인권이 개별 국가의 주권에 우선한다”고 알려진 미국의 기존 외교원칙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냉전종식으로 유일한 초강대국이 된 미국은 내내 잠재적 적을 찾아왔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 등 미국이 찾아낸 적은 모두가 외양만 그럴 듯 했을 뿐 냉전시대의 미소 대립상황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미국의 외교정책은 이 때문에 끊임없이 흔들려왓다.

이번 사건은 테러행위가 미국과 국제사회의 안보에 현존하는 심각한 위협이며 미국은 테러를 대외정책의 최우선순위에 놓아야 한다는 것을 드러내주었다. 과거 미국은 가상의 적을 찾아 헤맸지만 모두 허사로 그쳤다.

이제 미국은 실제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 명확하게 정의된 적을 찾아낸 만큼, 미국은 반테러활동을 우선순위에 놓아야 한다. 그랬을 때 자연스럽게 외부의 위협을 줄일 수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 등의 불편한 관계에 있던 국가들과의 관계도 호전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기초는 흔들리지 않았다고 천명했다. 맞는 말이다. 심각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초래한 테러리스트들들의 악행으로 한동안 미국은 무엇을 할지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나 어느 면에서 보건 미국의 기초는 흔들리지 않았다. 생생하게 표현하자면 미국은 아픔을 느꼈을 뿐, 상처를 입은 것은 아니다. 반대로 이번 사건은 미국인들에게 훈련을 위한 기회를 주었다. 결속을 과시할 순간을 말이다. 국제 외교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미국의 미래의 전술과 방법에 변화가 있더라도 그것은 미국의 힘이 약해졋다는 표시가 절대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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