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방어망(MD)은 강대국의 정교한 미사일보다는 북한 등 불량국가의 조악한 미사일을 명중시키는 데 더 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뉴욕타임스는 27일 미 정부 및 민간 군사전문가의 말을 빌어 이같이 보도했다. MD는 불량국가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에 구멍이 난 것이나 다름없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MD의 이같은 약점은 이른바 ‘회전 안정성’(spin stabilization) 때문이다. 미국 등 강대국의 미사일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마치 미식축구 공이 날아가는 것처럼 미사일 동체를 회전시키고 있다. 반면 북한, 이란, 이라크 등의 미사일은 이같은 회전 안정성 기술을 도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전 안정성이 없는 미사일은 탄두 끝이 심하게 흔들리거나 궤도가 일정치 않아 상대적으로 추적이 어렵다.
군사전문가들은 회전 안정성이 있는 정교한 미사일의 경우 요격미사일의 센서에 일정한 점으로 나타나지만 조악한 미사일은 별처럼 깜빡거리는 것으로 나타나며 실제 미사일과 함께 날아오는 교란물체(decoy)를 구분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 국방부 소속의 한 과학자는 “우리는 이 문제가 대단히 어려운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미사일방어망 계획에 대해 지속적 반대운동을 펴온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시어도어 포스톨 교수는 "(미사일의) 흔들림(tumbling) 현상은 엄청나게 큰 문제"라면서 "이는 전혀 예측할 수 없으며 따라서 조준 대상을 식별해내는 일을 훨씬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한편 클린턴 행정부 당시 미 육군의 미사일방어망 책임자였던 제리 카벤더는 지난 94년 10월, 적국 미사일의 기술수준을 6단계로 나누고 이중 북한, 이란 등의 가장 초보적인 미사일이 미국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지목한 바 있다. 그러나 1999년부터 시작된 미사일 요격 실험에서 초보 수준의 미사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 때문에 MD 비판세력들은 국방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면서도 이를 묵살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군이 초보 수준의 미사일에 대한 요격실험을 하지 못한 것은 한 차례 실험에 드는 비용이 1억 달러나 됐기 때문이라고 카벤더는 말했다.
이처럼 MD체제의 현실성이 의심받고 있지만 미 국방부는 지난 주 알래스카 포트 그릴리에 요격미사일 기지 건설을 승인했다. 러시아측은 지난 70년대 중반 이후 처음으로 추진되는 미국의 요격미사일기지 건설에 대해 요격미사일금지협정(ABM) 위반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