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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한국경제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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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OECD 한국경제보고서

다음은 지난 8월 3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01 한국경제 조사' 보고서 전문을 완역한 것이다. OECD는 이 보고서에서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대규모 공적 자금 투입과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인상적인 경기회복을 이루었으나 2000년 봄 이후 정치적 이유 등에 의해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국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현실화 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구조조정, 특히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들의 퇴출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OECD는 이밖에 정부 예산제도의 간소화, 노령 인구 부양을 위한 연금제도의 보완, 인플레 관리의 효율화 등을 권고했다.

한국경제조사 2001/OECD

요약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시장지향적인 틀을 형성하고 강력한 경제적 회복을 이룩하는 데 인상적인 진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기업 및 금융부문의 구조조정과 위기의 결과 어렵사리 얻어낸 성과들을 유지하기 위해 이같은 틀은 효율적으로 보완될 필요가 있다. 비록 중대한 진전이 이뤄지긴 했지만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들의 퇴출을 포함, 기업부문의 구조조정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들이 계속해서 경쟁 기업들에게 돌아갈 자원들을 흡수함으로써 상장 잠재력을 갉아먹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선는 퇴출 메카니즘이 적절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기업부문의 구조조정은 역동적인 기업지배구조, 회계 및 공개와 감사과정에서의 투명성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정부는 정부지급보증이 경쟁을 왜곡시키거나 구조조정을 지연시키지 않도록 해야 하며 은행 민영화를 더욱 진전시켜야 한다. 구조조정의 진전은 조기 경제회복의 전망을 밝게 할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위기에의 취약성을 감소시키고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증진시킬 것이다. 또한 한국의 성장 가능성은 거시경제적 안정성을 유지하는가에 달려 있다. 특히 인플레 관리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간 인플레 목표치라는 현행의 방식보다는 중앙은행의 중기 목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보다 나을 것이다. 동시에 정부의 모든 지출을 통합하고 보다 투명하게 하는 재정정책의 중기적 틀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회복을 돕기 위해 자동적 안정장치가 작동하도록 해야 하겠지만 미래에 닥칠 남북협력의 비용과 인구 고령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건전재정이 필수적이다. 인구의 급속한 노령화와 현 연금제도의 미숙함을 고려한다면 민간부문의 저축에 보다 더 의존하며 인구의 보다 많은 부분을 부양할 수 있는 노령인구 부양대책의 수립은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 전체적으로 보아 새로운 시장지향적 틀을 형성하며 기업부문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장기적으로 거시경제적 안정성을 도모하는 정책들의 결합은 한국의 고성장 유지, 나아가 고소득 국가에로의 진입에 도움이 될 것이다.

2000년말의 경기 하락을 촉발한 원인은 무엇인가

한국은 1999년 11% 가까운 성장률, 2000년 9%의 성장률을 이룩함으로써 1997년의 외환위기 및 1998년의 경기침체로부터 급속한 경제회복을 달성했다. 시장지향적 경제를 이룩하기 위한 폭넓은 개혁조치가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대규모 자본 유입을 촉진시켜 금융시장의 안정화를 도모함으로써 경제팽창의 기반을 닦았다. 개혁조치 중에는 경쟁의 촉진, 기업지배구조의 강화, 금융부문의 문제 해결 등이 포함됐다. 부실채권 정리 및 금융기관의 자본 확충 등 금융부문의 문제 해결을 위해 공적 자금이 투입됐다. 이러한 새로운 틀이 자리를 잡으면서 한국경제는 세계적인 수요 증가의 덕을 봤다. 특히 정보통신분야의 수요 증가, 원화 평가 절하에 따른 가격경쟁력 강화 등이 도움이 됐다. 경기부양적인 거시경제정책도 급속한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됐다.

도표


한국의 급속한 경기 회복은 2000년 4/4분기의 성장률이 1.7%로 하락하면서 종말을 맞았다. 경기 하강은 국내외의 부정적 요소들이 결합된 결과였다. 대외적 측면에서 유가의 급속한 상승은 에너지 수요의 절반을 수입 석유에 의존하는 한국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이에 따라 한국의 교역조건은 12% 악화됐으며 국민소득의 성장률을 2.3%에 묶어 두었다. 게다가 세계경제의 성장률이 둔화됐으며 이는 한국 수출품, 특히 정보통신분야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켰다. 정보통신분야의 수출은 2000년 2/4분기중 물량기준으로 139%나 증대했으나 4/4분기에는 40%로 둔화됐다. 국내적으로는 2000년 4/4분기까지 성장률이 10%에 육박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계와 기업부문의 신뢰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현저하게 약화됐다. 유가 상승이 신뢰 약화에 일조한 것은 분명하지만 시장 분위기의 악화는 구조조정 노력이 주춤해지고 있으며 한국경제가 직면한 문제가 당초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조짐들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이같은 시장 분위기는 다음과 몇가지 요소들과 관련이 있다. 첫째, 금융부문 구조조정을 위한 공적 자금의 투입이 2000년 봄의 총선, 그리고 이후의 정치적 분쟁 때문에 지연된 것으로 보인다. 2000년 12월에 마침내 국회가 공적 자금의 투입에 동의했지만 공적 자금 투입의 지연은 2000년 내내 기업들의 신용 상황을 크게 악화시켰다. 둘째, 대우자동차의 해외 매각이 2000년 9월에 무산된 데다 대우계열 기업들에 대한 워크아웃 과정에서 당초 예상보다 부채 규모가 훨씬 크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셋째, 구조조정에 대한 노동계의 저항이 만만치 않음이 드러났다. 신뢰의 악화는 주가의 하락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주가는 2000년 한해동안 절반으로 깎였으며 이는 부(負)의 부(富) 효과를 초래했다.

이같은 부정적 요소들은 민간소비 및 고정투자의 감소를 초래했다. 2000년 중반 3.5%까지 하락했던 실업률은 2001년 초에는 4% 이상으로 상승했다. 수입 역시 둔화돼 2000년의 경상수지는 2.5% 흑자를 기록했다. 한편 유가 상승 및 공공요금 인상이 뒤늦게 영향력을 발휘함에 따라 인플레는 2000년 2.3%에서 2001년 초에는 4% 이상으로 상승했다.

경기 회복의 전망은 어떠한가

한국경제는 2001년 1/4분기에 직전 분기에 비해 1% 성장함으로써 안정된 것으로 보인다. 5월 들어 실업률은 약 3.5%로 하락했다. 게다가 기업과 가계부문의 신뢰가 회복됨으로써 2001년 하반기에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이같은 결과는 해외시장의 회복에 달려 있다. 특히 한국 수출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이 중요하다. 해외시장의 회복이 현실화된다면 수출에 의한 팽창은 2001년의 성장률을 약 4%, 2002년에는 5.5%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의 성장률이라면 실업률을 4% 이하로 묶어두기에 충분하다. 임금 상승은 완만할 것으로 보이지만 고용의 증대는 가계부문의 신뢰를 증대시킴으로써 민간소비를 확대시킬 것이다. 또한 경기회복은 수입을 증대시켜 경상수지 흑자를 현 수준에 잡아둘 것이다. 유가 상승과 원화 절하의 영향이 사라짐에 따라 2002년의 인플레율은 3.5%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표

한국경제의 조기 회복의 전망은 해외 부문의 수요 증가 외에 기업 및 금융부문의 성공적인 구조조정에 달려 있다. 지난 수년간 새로운 법적, 제도적 틀의 마련을 위해 이룩한 진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구조조정의 속도는 애당초 희망했던 것보다 늦어지고 있다. 부분적으로 이는 위기에 직면한 한국이 안고 있는 문제의 거대함에서 비롯한다. 그러나 구조조정이 늦어진 데는 노조의 강력한 저항과 함께 정부의 추가지원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작용했다. 가장 큰 골칫거리는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수많은 회사를 포함하고 있는 기업부문이다. 왕성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1999년과 2000년에 외부감사를 받은 기업중 4분의 1은 원금은커녕 이자를 갚을 만큼도 이익을 내지 못했다. 기업부문의 문제들은 이어 금융부문의 건강을 위협한다. 따라서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의 퇴출을 포함해 기업부문의 남은 숙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핵심적으로 중요하다. 이는 단기적으로 부정적 효과를 낳겠지만 1999년 대우 붕괴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경우 신뢰의 손상을 가져올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며 구조조정의 궁극적 비용을 증대시킬 위험성이 있다. 사실 구조조정의 가시적 진전, 특히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의 진전은 신뢰의 증대, 그리고 이에 따른 경제성장의 가속화라는 선순환을 낳을 것이다.

재정적으로 취약한 기업에 대한 정부보증이 과연 쓸모가 있을까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지도 모르는 체제위험성(systemic risks)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는 계속 역할을 해야 하겠지만 새로운 시장지향적 틀이 자리를 잡음에 따라 정부개입의 명분은 크게 약화됐다. 하나의 걱정거리는 2001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65조원 규모의 회사채-전체의 4분의 3-이다. 여기에는 시장에서 차환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투자등급 이하의 25조원이 포함된다. 만기가 한 해에 집중되고 불량채권을 소화할 수 있는 시장이 없다는 점에서 이는 단기간에 주요 기업들의 대량 도산을 불러와 금융시장의 체제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이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한국 정부는 2000년에 정부의 부분 지급보증을 이용해 만기 도래한 회사채를 차환해 주기 위한 채권담보부 채권(CBO)제도를 도입했다. 또 2001년에는 산업은행에 의한 회사채 지급보증제도가 시행되는 등 이러한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공적 금융기관인 산은은 현대 계열 기업을 포함, 6개 대기업에 지급보증을 해주었다.

물론 산은의 지급보증은 회생 불능 기업에게까지 지원이 가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를 갖고 있다. 특히 지급보증을 받기 위해 기업들은 산은 및 채권은행으로부터 자구 계획을 승인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약 기업의 채권을 차환해주기 위해 공적 기관과 정부보증을 이용한다는 것은 기업구조조정에서의 시장의 힘을 무산시켜버릴 위험성과 함께 도덕적 해이의 문제, 나아가 대마불사의 신화는 아직도 유효하다는 인상을 심어줄 위험이 있다. 이같은 부정적 효과들을 줄이기 위해서는 CBO 및 산은의 지급보증을 단기간에 한해 진지한 구조조정을 기울이는 기업들에게만 적용하고 체제위험성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또한 기업의 부채규모 및 납세자 부담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이 계획에 대한 금융기관들의 참여는 전적으로 자발적이어야 한다.

화사채에 대해 사실상 정부가 지급보증을 해주는 산은의 계획은 2001년에 끝내야 한다. 나아가 CBO제도도 금융시장의 안정화와 함께 단계적으로 축소시켜야 한다. 이로써 회생불능 기업의 퇴출을 포함한 기업구조조정의 과정에서 시장의 힘이 온전하게 작동될 수 있다. 회생불능기업들은 보다 생산적인 기업들에 돌아갈 자원들을 흡수함으로써 건강한 기업들의 이윤 마진을 잠식하며 국내외의 경쟁을 왜곡시킨다. 2000년 10월 정부는 1998년 6월에 이어 은행들에 대해 287개 취약기업의 실상을 심사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29개 기업이 법정화의에 들어갔거나 도산했다. 그러나 3년 이상 금융이자만큼도 이윤을 내지 못하는 것으로 지적된 기업이 563개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심사 대상 기업이나 도산 기업의 숫자는 너무 적다. 나아가 금융기관에 의한 기업심사는 30개월 간격이 아니라 보다 정기적으로, 그리고 정부의 지시 없이 시행되어야 한다. 또한 법적 도산의 절차는 보다 개선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최근 도입된, 법적 절차의 기한을 제한하며 채권자측에 보다 큰 재량권을 주는 ‘pre-packaged' 파산제도가 포함된다. 또한 기본적으로 (출자전환 등) 채권의 양보에 의한 워크아웃제도는 보다 더 기능적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런 점에서 2000년 10월부터 시행된 기업구조조정의 장치들이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기업지배구조의 틀은 적정한가

재정적으로 취약한 기업들의 문제들이 심각하기는 하지만 기업부문에는 인상적일 정도의 역동성이 있다. 기업 창업은 외환위기 이전 수준에 비해 50%가 늘었으며 점점 더 많은 숫자의 기업들이 벤처기업들로 분류되고 있다. 이와 함께 살아남은 재벌의 일부는 다시 팽창을 시작해 30대 재벌 계열기업의 숫자가 감소했던 1997-2000년의 경향을 역전시켰다. 재벌의 과잉팽창이 위기에의 취약성의 원인이었던 만큼 이같은 재벌의 확장은 새로운 기업지배구조의 틀에서 감독받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기업전통과 재벌 소유주의 끈질긴 지배력은 새로운 기업구조를 작동시키는 과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액주주운동이라든가 사외이사제도 도입 등 몇가지 긍정적 조짐들이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 기업의 경영진이나 재벌 소유주들에 의해 임명되는 사외 이사들의 독립성이나 영향력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있다. 소액주주들이 이사 선임에 보다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중 하나인 집단투표(cumulative voting)의 도입은 기업지배구조의 좋은 관행으로서 증권거래소 등에 의해 권장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려면 외부감사의 신뢰성을 높이는 방법 등에 의해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보다 시장지향적인 금융시스템을 정착시키기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한마디로 기업부문의 구조조정을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지향적 틀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기업부문의 문제는 불가피하게 금융부문의 문제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이는 특히 중요하다. 사실 기업부문의 신용위험 및 불안정성이 높게 남아있는 한 금융시스템이 건전한 기반 위에 서있기란 불가능하다. 급속한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은행부문은 부실대출에 대한 자금공급을 늘림으로써 1999년과 2000년에 커다란 적자를 보았다. 이것은 부분적으로 1999년말 도입된 ‘forward-looking' 대출 분류제도 때문이다. 이같은 변화는 은행으로하여금 위험노출에 보다 조심스럽게 만듦으로써 가계대출을 늘이는 한편 대기업 대출을 줄이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제2금융권 기관들의 수많은 도산에 따라 지난 수년간 비은행 금융부문은 크게 축소됐다. 이에 따라 제2금융권이 주로 활약했더 회사채시장은 급격히 위축됐다. 위험에 대한 은행과 투자자들의 자각이 높아진 것은 긍정적 사태발전이긴 하지만 기업의 신용조건 악화는 금융부문의 문제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이다.

이러한 취약성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는 2000년 9월 40조원의 추가 공적 자금 투입을 포함한 2단계 금융구조개혁 계획을 시작했다. 또 다른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방지하기 위해 이 계획의 성공적 완수는 우선적 과제가 되어야 한다. 나아가 이는 통화정책의 효율성을 향상시킬 것이다. 감독당국은 미래 상환능력에 기초한(forward-looking) 여신분류제도가 효율적으로 시행되도록 보장해 기업구조조정이 원만히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2001년 4월, 4개 은행을 거느리고 출범한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공적 자금의 추가 지원을 피하기 위해서는 경영의 독립성과 이윤 창출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중복된 기능의 통폐합이 필요할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은행의 민영화와 시장지향적 금융시스템의 개발이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민간은행의 3분의 1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는 은행주도의 기업구조조정에 장애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구조조정에 투입된 엄청난 액수의 공적 자금을 생각한다면 금융부문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2단계 계획으로 금융구조조정에 투입되는 공적 자금은 GDP의 4분의 1에 해당되는 130조원을 넘게 될 것이다. 구조조정의 성공은 이러한 공적 자금의 회수율을 높일 것이다. 한국성업공사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사들인 부실대출을 판매하는 데 인상적인 성공을 거두었으며 이같은 성공은 게속돼야 한다.

재정정책의 적정한 자세는 무엇인가

공적 자금 투입에 의한 금융구조조정으로 정부부채가 급증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건전 재정정책의 기조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 점에서 한국은 2000년에 예상 외의 진전을 이루었다. 재정적자 감소 중기 계획의 목표 연도보다 3년 앞서 재정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재정적자는 지난 1998년 기록적 숫자의 실업자들에 대한 지원과 세수 감축에 의해 GDP의 4%를 웃돌았으나 1999년에는 3% 이하로 떨어졌다. 2000년에는 당초 3.5%의 재정적자가 예상됐었으나 세수 급증과 지출 감소-10조4천억원(GDP의 2%)-로 1.3%의 재정흑자를 기록했다. 세수가 당초 목표보다 14%(GDP의 3%)나 늘어난 것은 주로 법인세 수입이 2배로 늘고 세제 시스템을 일부 개혁한 데 따른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아 연금 수입에 대한 징세, 법인세 간소화, 몇몇 세금의 폐지 등 2000년 경제조사의 권고에 따라 조세제도에 일정한 개선이 있었다.

도표 2개

일반회계, 의회의 승인을 요하는 23개 특별회계, 국무회의 결정만으로 설치할 수 있으며 해당 부처 장관의 폭넓은 재량권 하에 있는 43개 공적 기금 등 한국의 복잡한 정부예산제도는 몇가지 불리함을 안고 있다. 첫째, 지출을 예측하기가 어렵게 만든다. consolidated basis에 따른 지출 규모는 예산이 통과된 뒤에는 알 수 없으며 따라서 투명성을 감소시키고 재정정책의 감시를 어렴게 한다. 둘째, 공적 자금에의 의존은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간의 경계를 보호한게 만든다. 셋째, 지출항목의 세분화(compartmentalisation)는 재원을 가장 생산적 용도에 전용하는 것을 막음으로써 예산 배분의 효율성을 감소시킨다. 따라서 모든 공적 기금-consolidated 예산에조차 포함되지 않은 예산외 기금까지 포함하여-을 국회의 동의를 요하는 예산항목에 포함시키려는 정부의 계획을 완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현재 논의중에 있는 ‘재정건전화법’이 통과돼야 한다. 이 법은 정부가 매년 3개년 재정계획을 제출할 것을 규정하고 있으며 긴급상황이 아니고서는 추가경정예산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법안은 또한 예산내역에 우발 채무(contingent liabilities), 그리고 민간부문 대출 및 채권에 대한 정부보증과 같은 준예산활동에 관한 정보를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위에서 말한 투명성 및 효율성 관련 문제 외에 현재의 재정적 틀에서 빠져 있는 부분은 재정의 일반적 균형에 관한 척도(measure of general government balance)이다. 이는 중기 재정계획의 초점이 돼야 한다.

2000년에 재정흑자가 시현됨으로써 2001년에 경기 회복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자동균형장치(automatic stabilisers)가 작동할 여지가 생겼다. 그러나 점증하는 대북 경제협력 및 인구 노령화-올해 경제조사의 특별주제이다-에 대처할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조세제도에 아직도 남아있는 왜곡을 시정하고 지출 배분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진행중인 인구구성의 변화는 공적 지출에 커다란 충격을 줄 것임에 틀림없다. 한국 인구의 노화과정은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됐지만 OECD 국가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현재 한국의 노령 피부양인구의 비율은 OECD 국가중 끝에서 3번째이지만 2050년에는 위에서 6번째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출생율의 커다란 저하-1950년대 부부당 5명에서 1990년 후반 1.5명으로-와 동기간 OECD 지역중 평균수명의 최대 신장에 따른 것이다. 노령화의 급속한 진전은 잘 정비된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 그리고 부모 봉양의 전통 약화로 더 큰 어려움을 예고하고 있다. 노령 인구의 제2 소득원은 퇴직금인데 이는 노동연령인구의 17%만이 받고 있을 뿐이다. (자식의 봉양 등) 소득 보조의 전통적 원천들, 그리고 이제까지 상대적으로 짧았던 평균수명을 감안한다면 은퇴후 대비란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다.

노령 인구 지원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개혁이 필요한가

노령 인구에 대한 사적인 부양을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1988년 국민연금제도를 시행했다. 그러나 현재의 공적 연금제도-공무원, 군인, 사립학교 교사 등 직종별 연금제도를 포함하여-몇가지 약점을 안고 있다. 첫째, 40년간 부금을 넣은 임금노동자에게 생애 평균 소득의 60%를 지급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제도의 보험료율(contribution rate)이 현재 9%에서 앞으로 수십년에 걸쳐 17%로 상승할 것으로 추산된다. 결과적으로 연금제도에의 공적 지출은 GDP 대비 8% 포인트 상승할 것이다. 이는 OECD 국가중 최대의 상승폭이다. 퇴직금과 함께 연금에 소요되는 비용은 임금의 4분의 1을 초과해 노동시장과 성장 잠재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는 장래 남북통일의 비용을 지불해야 할 현재의 젊은 세대들에게 커다란 부담이 된다. 둘째, 1999년 국민연금제도에 가입한 노동자는 전체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는데 이는 자영업자들의 참여가 저조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영업자들은 자신의 소득을 실제보다 엄청나게 낮춰 신고한다. 국민연금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현재보다 훨씬 높은 가입률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신규 참여를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 전면 전환비율이 상당히 높아 퇴직금을 받는 피고용인의 90%에 육박한다. 넷째, 국민연금제도와 직종별 연금제도간의 연계가 없어 노동력의 이동을 제한하고 있다. 다섯째, 국민연금기금에의 자산의 집중-일부 추산에 따르면 현재의 요율에서 최대 GDP의 50%까지 이를 수 있다-은 몇가지 위험들을 내포하고 있다.
국민연금제도는 2008년까지 정규 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국은 현행 시스템의 조직적 개혁을 통해 이러한 약점을 극복할 기회가 있다. 현재 정부는 구조조정의 난제를 안고 있긴 하지만 연금제도의 개혁은 지금 당장 시작되어야 한다. 현행 제도가 성숙될 쯤이면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연금제도 개혁의 초점은 퇴직에 대비한 민간부문 저축의 역할을 증대시키는 것과 수혜 범위를 확대시키는 데 맞춰져야 한다. 이와 함께 contribution rate는 연금제도개혁 태스크 포스가 권고한 대로 15%가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도표 2개

이러한 목표들은 다음과 같은 3개의 제도를 확립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다.

1. 첫 번째 제도인 의무 연금제도는 두 부분으로 구성될 수 있다. 첫째, tax-financed universal welfare pension으로 이를 통해 소득재분배를 이룰 수 있으며 참여율 저조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두 번째는 earnings-related defined-benefit연금으로 이는 매우 공정한 제도이다. 이러한 제도가 작동될 때까지 노령 인구를 적절하게 커버할 수 있는 사회복지시스템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적자 상태인 공적 직업연금제도의 재정적 불균형을 시정할 필요가 있으며 국민연금제도와의 호환성이 도입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민연금기금은 장기자본시장의 개발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운용돼야 한다.

2. 두 번째 제도. 현행 퇴직금제도를 의무적 기업연금제도로 전환해야 한다. 실업수당 및 일종의 공적 연금제도의 대체물로서 생겨난 퇴직금제도는 이제 그 유용성을 다했다. 게다가 퇴직 적립금을 외부에 투자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어 기업의 재정적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현재의 재정보조가 없는 퇴직금제도가 보다 재정기반이 탄탄한 퇴직연금제도로 전환함으로써 노동자들은 득을 보게 될 것이다. 노동력의 이동을 용이하게 하고 자영업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 기업연금은 전직과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 세 번째 제도는 개인연금계좌의 보다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노령화와 함께 공적 지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또 다른 분야는 의료(health care)와 간병제도(nursing care)이다. 한국은 최근 의약분업 실시, 직장·지역 등 다양한 건강보험의 전국 일원화 등 의료시스템과 관련해 과감한 개혁조치를 취했다. 이 개혁들의 성과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러나 노령화가 정부지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행 제도를 효율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통적으로 가족의 책임이었던 의료비와 장기 요양의 비용의 기금을 미리 조성하는 등 몇가지 방법들을 고려해 볼 만하다. 나아가 노동시장에의 여성의 점증적 참여, 자녀 수의 감소 등을 감안하여 정부의 보다 큰 역할 확대가 노인 부양의 전통적 패턴을 보완해야 한다.

인플레 억제(inflation-targeting)의 틀은 적정한가

장기적인 경제성장 정책이 기업 및 금융부문 구조조정, 인구 노령화 대책 등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그중 중요한 하나의 요소가 가격 안정이다. 이 점에서 1998년 도입된 인플레 억제 틀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적으로 중요하다. 동시에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해 이같은 목표 달성에 책임을 지워야 한다. 각각 3%, 2.5%로 설정됐던 1999년과 2000년의 인플레 억제 목표(central target)는 원화 절상이 가격상승을 억제한 덕택에 달성될 수 있었다. 2001년의 목표치는 전년도보다 0.5% 포인트 상승한 3%(±1% 포인트)로 설정됐다. 이미 첫 4개월동안 소비자물가지수가 연률 4.3% 상승했다는 점에서 올해의 인플레는 목표치의 최고점에 이를 전망이다.

또한 한국은행은 통화량 관리 위주 방식에서 금리 위주로 인플레 관리방식을 바꾸었다. 현재로서 이같은 변화의 단기적 영향은 불투명하며 현재 진행중인 금융부문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그 파급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1998년 이래 콜금리는 5%에서 상하 25 b.p.(0.025%)내에 머물러 왔는데 2001년 7월 한국은행은 25 b.p를 낮춘 바 있다. 현행 4.75%의 콜금리는 실질금리 1% 이하로 역사상 가장 낮은 금리이다. 아직도 자금수요가 미약한 만큼 금리 인상은 시기상조이다. 그러나 경기회복 기조가 정착될 경우 한국은행은 즉각 금리를 올려 중기 인플레 억제 목표 2.5%를 지킬 것이라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금리정책의 효과는 본질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에 그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에서 연간 인플레 목표치 설정 방식은 유용한 것이 아니다. 특히 금리정책에 의해 인플레를 관리할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마지막으로 금리 관리 방식으로 전환한 이후에도 총량 여신 한도 규제를 고수하고 있는 것은 일관성이 없는 조치로 보여진다.

1998년 자본계정을 자유화하고 변동환율제를 채택한 이후 통화정책에서 환율은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2001년 초 원화 환율이 급속히 올라갔을 때 한국은행은 원화의 지나친 평가절하를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했던 것으로 보인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환율은 면밀히 감시되어야 하겠지만 대개의 경우 sterilised 외환시장 개입의 효과는 제한적이다. 아직까지 변동환율제는 최선의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에 대해서는 환리스크 관리에 보다 더 관심을 기울이도록 촉구해야 한다.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한국의 높은 성장 잠재력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물가 억제 외에 경쟁을 촉진시키는 정책들이 필요하다. 공정거래위와 규제개혁위는 그동안 특정 산업에서의 경쟁을 촉진시키고 규제를 완화하는 노력들을 기울여 왔다. 주주와 금융기관들이 재벌의 내부거래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분야에서 진전이 이루어지면 재벌에 적용됐던 각종 규제들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공정거래위는 전통적인 경쟁관련 정책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들의 철폐, 법안 검토 등 그동안 규제개혁위가 해왔던 활동들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규제 도입시 의무화되어 있는 ‘규제 영향 분석’을 공개한다면 개혁과정에 대한 지지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나아가 한국적 기준을 국제 기준과 조화시키려는 노력이 최대한 진전돼 한국 기준이 수입에 장애물로 작용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 국가 보호의 축소 및 간소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정책 등은 환영할 만하며 계속되어야 한다. 나아가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노동 유동성의 보장이 핵심적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적절한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 실업자중 11%만이 실업수당을 받는다는 사실은 구조조정을 한층 어렵게 하고 있다. 작년에 새로 도입된 사회복지제도는 합당한 자격을 갖춘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어야 하며 최저생계비 이상의 소득 수준에 이르도록 충분한 지원을 해야 한다.

경쟁촉진정책들은 핵심부문에서의 개혁 조치들과 동시에 진행돼 왔다. 그러나 1999년 시작된 전력분야 경쟁 도입 10개년 계획은 당초 일정보다 늦어지고 있다. 국유 발전소 및 송전시설의 분할과 민영화 등을 포함한 이 계획이 완수된다면 소비자들에게 커다란 이익이 될 것이다. 통신분야에서도 정부는 한국통신을 2002년까지 완전 민영화하겠다는 계획을 이행해야 한다. 한국통신의 민영화와 함께 통신분야에 대한 정부 개입을 줄이고 독립적 규제기구를 도입하게 되면 경쟁은 강화될 것이다. 농업분야에서 정부는 우루과이 라운드 협약에 따라 가격 지원을 줄이는 대신 농민들에 대한 직접지불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궁극적 목표는 영농 규모의 확대 등을 통한 농업부문의 효율성 강화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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