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제주도에 영리 병원을 세우겠다고 신청한 중국 '싼얼 병원'에 대한 승인이 잠정 보류됐다. 싼얼 병원이 국내에서 '불법 줄기세포 시술'을 할 우려가 있어서다.
보건복지부는 제주도가 승인을 요청한 싼얼 병원 사업 계획에 '불법 줄기세포 시술', '성형시술 안전성' 등 문제를 발견하고 설립 승인을 보류한다고 22일 밝혔다.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싼얼 병원 측에) 불법 줄기세포 시술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자료를 요구했지만 확실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며 "불법 줄기세포 시술은 국내 의료법 체계를 흔들 수 있어 더 시간을 갖고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국내에서 줄기세포를 배양해 시술하거나, 치료 목적으로 줄기세포를 이용해 시술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러나 싼얼 병원의 설립 주체인 중국의 CSC(China Stem Cell Health Group : 중국 줄기세포 건강 그룹)은 사업 계획에 '줄기세포 치료·연구'를 하겠다고 밝혔으며, 현재 다른 국가에서 항노화센터를 운영하면서 줄기세포 시술을 하고 있다.
복지부는 또한 미용 성형 과정에서 일어날 의료 사고 문제도 우려했다. 이 과장은 "해당 병원이 미용 성형을 주로 할 계획인데, 응급 상황에 대한 대응 체계도 명확하지 않다"며 보완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싼얼 병원은 제주 한라병원과 진료 협력 MOU을 체결하고 마취과 체계 등 응급 환자 관리 체계를 갖췄다고 밝혔지만, 지난 7월 26일 이 계약은 파기됐다. 성형 수술 시 안전 대응책이 사라진 것이다.
이 과장은 "국내 최초로 설립되는 투자 개방형 국제 병원(영리 병원)인데, 의료 사고 등 민감한 사항이 생기면 한국 의료에 대한 국제적인 이미지마저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고 싼얼 병원의 승인을 보류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 과장은 "투자 개방형 병원(영리 병원)을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 허용해야 한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싼얼 병원이 보완 계획만 제출하면 다시 설립을 허가할 수도 있는 셈이다.
노동·시민사회 단체는 영리 병원 설립에 강력히 반대해왔다. 보건의료노조는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영리 병원은 국민 건강권을 파괴하는 대재앙"이라며 "정부가 제주 영리 병원을 승인하면 총력 투쟁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CSC는 지난 2월 사업비 505억 원을 들여 제주도에 지상 4층 지하 2층, 48병상 규모의 영리 병원인 싼얼 병원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제주도에 제출한 바 있다. CSC의 주력 사업은 성형수술과 줄기세포를 이용한 안티에이징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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