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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은 직위의 탄핵

[김상수 칼럼]<125>식수 부족과 대한민국 국보의 가치

포상금 1000만 원과 사람으로의 수치(羞恥)

▲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의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 ⓒ김상수

지난 19일자 <한겨레신문> 기사 중,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 신석기시대 암각화 각석(刻石)-국보 147호에 낙서를 한 범인을 신고하면 울주군은 포상금 1000만 원을 준다는 기사가 눈에 띠었다.

각석의 암각화(岩刻畵)란 동굴 벽, 자연 암벽에 동물상이나 기하학적인 무늬를 새겨 놓은 그림이다. 구석기시대부터 신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에 활발하게 제작된 암각화는, 선사(先史)시대 사람들의 생활과 신앙을 보여주는 형상을 통해서 선사인류의 이동과 흔적을 유추하는 인류 공통의 중요 문화재이자 자산이다. 한반도에서 처음 발견된 암각화는 1970년과 71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의 반구대 암각화와 두동면 천전리 암각화, 그리고 고령군 개진면 양전리의 암각화다. 고고학, 인류학, 역사학 등 관련 학계에서는 한반도의 암각화가 동북아시아, 북부 중국, 몽골, 시베리아나 중앙아시아 각 지역과도 연관을 맺고 있음을 밝혀내어 한반도 인류의 궤적(軌跡)의 뿌리를 드러낸다고 말한다.

이런 한반도 중요 암각 중에 하나인 국보 147호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 암각화에 누군가가 낙서를 했으니, 그 범인을 돈 1000만 원을 걸고 현상수배를 한다는 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돈 1000만 원으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는, 손상되면 원형 복구가 불가능한 암각화의 가치가 오늘날 대한민국을 사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과연 어떤 중요한 가치 매김인가를 새삼 주목하게 된다.

▲ ⓒ김상수
총체적으로는 문화재 또는 문화자산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마땅하게 보존하는 것의 중요성이란 공동체 삶의 기본수칙이고 기본이다. 그러나 오늘 날 이 땅에 사는 사람들, 특히 문화재청과 해당 지역 자치제, 국토해양부 등에게는 어쩌면 이런 기본도 잘 지켜내지 못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일단은 인류와 인간의 수치가 될 수 있다. 이는 몹시 안타깝고 슬픈 현실이다.

4000여 년 유적이 불과 40년 만에 마모(磨耗)되기 시작했다

▲ ⓒ김상수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의 반구대 암각화는 4000여 년 긴 세월 동안 잘 견뎌왔다. 한반도 선사시대 벽화로 반구대 암각화는 신석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로 이어지는 선사시대 조상들이 바위 위에 호랑이, 표범, 고래, 작살 맞은 고래며 가축들을 새겨놓은 생생한 선사시대 기록으로 우리 삶의 과거 실태를 볼 수 있다. 지금의 울산은 선사시대에 해양문명의 한복판이었는지도 모른다.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가로 10미터, 세로 3미터 바위에 새겨진 그림들은 선사시대 삶의 보편성을 일러주면서 세계 어떤 암각화에서도 볼 수 없는 가히 독창성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지금 울산시 지역이 어쩌면 선사시대 국제 문화권의 중심부였다는 역사적 추정이 가능하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반구대암각화는 한반도의 문화유산이 지역성을 뛰어넘어 선사시대 동아시아 문화를 대표하는 인류의 구체적인 흔적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이런 암각화가 댐 건설에 의한 수몰로 불과 40년 만에 깎아져 내리고 뒤틀리면서 암각화에 그려진 선사시대 동물과 인물 300여 점 중 100여 점 이상이 원형을 상실해 바스라지고 마모되어 강물에 무너져 내리고 있는 다급한 현실이다.

세계적 문화유산 반구대암각화가 죽어가는 이유

▲ ⓒ김상수
1965년 울산시민 식수를 위해 태화강 상류에 사연댐이 축조됐다. 반구대 암각화는 40년간 1년 중 8개월 동안 물에 잠겨, 흐르는 물살의 세기와 크기가 작고 포자를 형성하는 물이끼에 녹조류가 형성되어 암각화 그림의 원형이 급속하게 깎이고 침식당하면서 빠르게 망가지고 훼손되었다. 이에 관련 학회를 중심으로 벌써 다년간 급한 대로 암각화가 더 이상 물에 잠기지 않도록 사연댐 수위를 51m 이하로 조절하는 것부터 해줄 것을 계속 호소했다. 문화재청도 사연댐 수위를 52미터로 낮춰 52~56미터에 있는 암각화가 침수로 훼손되는 일을 최소화하자고 제안했다. 문화재청과 관련단체들이 제시한 사연댐 수위 조절은 물 부족을 겪고 있는 울산시 입장에서는 주요 생활용수 공급원인 사연댐 수위를 조절하기 어렵다는 문제로 이 주문에 응하지 않았다.

문화재청 문제 해결의 중심에서 능동적이어야

▲ ⓒ김상수

울산시는 그동안 나왔던 3가지 보존안(수위조절, 유로변경, 차수벽 설치)에 이어 '터널식 유로변경안'을 새로 내놓으면서 시민들의 식수원을 확보하고 암각화 주변의 자연경관도 살릴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울산시의 제안에 문화재청은 지난달 17일 문화재위원회를 열어 울산시가 제시한 '터널형 수로변경안'을 심의하면서도 "사연댐 수위를 낮춰 암각화를 물 위로 드러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했다. 부족한 식수원 문제는 울산시 문제란 것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국토해양부 등 관계부처에서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대체 댐 건설은 물론이고 인근 밀양댐의 여유수량을 울산에 끌어오는 방안에도 난색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라며 "정부가 반구대암각화를 국보로 지정해놓고도 보존대책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할 뿐 실행방안을 전혀 내놓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항변했다. 이런 식의 정부와 울산시간 줄다리기와 설왕설래 속에 반구대암각화의 훼손은 점점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식수 부족과 대한민국 국보가치는 상충(相衝)되는가

울산시가 시민 식수부족을 앞세워 물 확보에 대한 진실한 노력도 하지 않고 시간을 지체하는 모습은, 인류문화 유산인 반구대암각화를 어떻게든 지켜내겠다는 적극적이어야 할 자치제 역할을 오히려 소극적으로 행하면서 중앙정부로부터 일방으로 수자원을 확보하겠다는 오해를 낳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지금이라도 울산시는 시민들에게 반구대암각화의 현 상황에 대해 충실한 정보공개를 통해 시민들의 물 절약을 유도해 내야하고, 국토해양부 등 정부행정의 실천을 견인할 수 있는 시장의 역량이 최대 발휘되어야 할 때다. 식수부족과 대한민국 국보가치는 상충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 이런 문제의 봉착은 무엇보다도 문화재청, 울산시, 국토해양부 등 관련 행정당국의 무기력과 직무유기에 근본 연원이 있다.

암각화 보존과 식수문제 해결은 상보적(相補的)이다

▲ ⓒ김상수

자, 사안의 순서를 가리고 따져보자. 먼저 물 부족 문제는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이는 국토해양부가 곧 나서야 한단 얘기다. 동시에 울산시는 당장 댐 수위를 낮추고 문화재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역할이다. 이를 위해서 문화재청과 해당 자치단체인 울산시가 나서서 문제의 단서부터 하나하나씩 풀어나가는 것이 순서다. 반구대암각화 보존과 식수문제 해결은 상충적인 것이 아닌 상보적이다.

반구대 암각화를 발견한 지 40년. 이 인류의 문화유산을 지키고 보존하는 임무는 치열해야만 한다. 좁고 얕은 이해관계로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인류자산이 침수가 반복되어 훼손되게 하고 있는 현실은 너무 큰 죄를 짓는 것이다. 이는 자신들의 역할을 미루거나 방기(放棄)하는 것에 까닭이 있으며 인류 국가 유산을 내버려둔 채 지루한 논쟁만 하고 있는 무지에서 비롯된다. 이런 사실은 직위의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

(☞바로 가기 : www.kimsangso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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