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과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정독도서관, 알렙출판사가 공동 주최한 행사인 '철학자와 함께하는 작은 음악회'는 한국의 대표적 대중음악평론가인 임진모 씨의 사회로 이날 오후 4시부터 두 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음악회는 교양강의 <교양 대한민국, 청춘의 고전3> 강좌의 강사로 나선 강지은 건국대 외래교수와 이순웅 숭실대 외래교수, 김성우 올인고전학당 연구소장이 차례로 음악과 철학의 관계를 청중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고, 이어 거론된 음악 연주회가 개최되는 순서로 진행됐다.
연주자로는 클래식 연주악단인 E&I 앙상블과 퓨전 국악트리오인 강은일해금플러스, 그리고 신진 레게밴드 레드로우가 참여했다.
▲전 출연진이 무대에 올라 황병기의 <비단길>을 연주하고 있다. ⓒ프레시안(민정훈) |
강지은 교수는 <니벨룽의 노래>로 잘 알려진 바그너의 음악에서 철학자 니체의 사상을 짚어보는 강연을 맡았다. 강 교수는 바그너와 니체의 개인적 인연부터 짚어 둘이 서로 세계관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점을 밝혔다. 이어 "병들어가는 현대 사회를 향한 힐링의 메시지를 니체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며 니체의 철학이 묻어난 바그너의 음악에서 이를 사색해볼 것을 관객에게 권유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강 교수는 영화 <반지의 제왕>과 이야기 구조가 비슷한 <니벨룽의 반지> 첫 작품 <라인의 황금>을 꼽았다. 난쟁이가 라인강 밑 황금을 캐내 세상을 지배하는 반지를 만들려 했으나, 노여워한 신이 이를 뺏어 저주를 내렸고 종국에는 모든 세상이 파멸한다는 내용을 담은 곡이다.
E&I 앙상블은 <라인의 황금>을 실연해 관객에게 철학의 세계를 귀로 사색하는 시간을 제공했다. 이어 오페라 <카르멘>의 아바네라(춤곡)를 연주했다.
두 번째 강연은 이순웅 교수가 맡았다. 재즈와 국악을 아우른 강은일해금플러스의 퓨전 곡을 통해 자유로움 속에서 천지라는 절대자의 유구함을 추구한 장자의 철학 세계를 탐구했다. 이 교수는 "우물 안에서 벗어나 박스를 박차고 철학과 음악의 퓨전 요리를 만들어보자"며 "재즈는 자유로움의 대명사고, 삶처럼 유동적이며, 삶처럼 즉흥적"이라고 설명했다.
강은일해금플러스의 연주도 이 교수의 설명에 꼭 맞아떨어졌다. 이미 여러 장의 앨범을 발표한 국내의 대표적 젊은 해금 연주자인 강은일의 연주에 맞춰 콘트라베이스와 키보드가 재즈 연주자 커티스 풀러의 대표곡 <러브 유어 스펠 이즈 에브리웨어>를 색다르게 각색해 연주했다. 국악과 서양 재즈가 만난 연주에 객석에서는 갈채가 쏟아졌다.
마지막 시간은 대중음악과 철학의 만남이었다. 김성우 소장은 비틀스와 아바의 음악으로 지젝의 융합 철학을 설명했다. 당대의 다양한 흐름을 받아들여 향후 대중음악을 정의한 두 그룹의 존재 의의가 변방의 고유성과 세계적 보편성을 융합해 젊은 철학의 거두로 성장한 지젝의 그것과 닮았다는 설명이었다.
연주를 맡은 레드로우도 비틀스의 <컴 투게더>를 2인 레게 연주로 편곡해 큰 박수를 받았다.
공연 마지막은 전 출연진이 무대에 올라와 비틀스의 <렛 잇 비>와 아바의 <댄싱 퀸>, 그리고 황병기의 <비단길>을 연주하는 순으로 마무리했다. 한 관객은 "좋은 공연 잘 보고 간다. 봄날에 어울리는 공연이었다"고 의의를 부여했다.
지난 1월부터 진행된 <교양 대한민국, 청춘의 고전3> 강좌는 매달 두 차례씩 12회 예정으로 정독도서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2011년부터 프레시안이 공동 주최한 <청춘의 고전> 강좌 시리즈는 영화와 미술, 음악 등 우리 일상의 예술을 통해 철학의 세계를 음미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다음달까지 둘째, 넷째 수요일 저녁 7시에 진행된다.
이 강좌 내용은 각각 <청춘의 고전>, <철학자가 사랑한 그림>이란 제목의 책으로 출간됐다. 이 중 <청춘의 고전>은 지난해 말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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