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준 |
군불 때다가 매운 연기에 눈물짓는다.
이제야 겨우 타오르는 불길 바라보며
다시는 꺼지지 않기를 빈다.
모진 비바람에 젖은 장작인데 오죽 하겠나.
군불 때다가 가족 생각에 한숨짓는다.
예전에는 '일 년 열두 달 한가위만 같아라', 했건만
비정규직 빈 통장 처지에
부모님 섬기기도 마음 같지 않고
이웃 형제도 남남이 아니어서 더 괴로워,
인정 없는 사람살이에 세상 살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니
요즘은 일 년 열두 달 한가위는 더욱 쓸쓸 해.
모진 세월이 서럽던 살림인데 돌이켜 후회하면 뭣 하리.
지금 여기서 우두커니 따듯한 불볕을 쬘 뿐,
뒤늦게 젖은 장작불은 기세 좋게 탄다.
그것도 잠시..... .
밥 지을 녹슨 가마솥은 씻지도 못했는데
아궁이 불은 어느새 다 타들어가고
허연 재만 남는다.
어둔 밤 하얀 연기처럼 오르며
달님 곁에서 춤이라도 출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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