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성장 동력?
광주발전연구원이 내놓은 '2019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경제효과 분석은 생산유발효과 2조4000억 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1조 원, 고용유발효과 2만4000명이다. 광주시는 한 발 더 나가 홍보효과, 도시브랜드 가치증대, 관광객 증가, 투자유치까지 감안하면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미래발전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란 기대감까지 표명했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과연 성장 동력이 될까? 성장 동력 여부는 차치하고 광주발전연구원의 경제효과 예측마저 의문이다. 대구경북연구원은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경제유발효과를 8조 원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대회 폐막 후 한양대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가 분석한 경제파급효과는 2694억 원에 불과했다. 대구시는 2003년 유니버시아드 경제파급효과를 1961억 원이라고 발표한 후 대회 개막을 앞두고 9820억 원으로 수정 발표해 경제효과 뻥튀기 논란을 자초한 바도 있다. 1조 원의 경제효과가 있다던 포뮬러원(F1) 코리아그랑프리는 2010년 이후 3차례 개최 만에 1729억 원의 적자를 쌓고 있다. 대회 준비를 위한 투자비용조차 경제효과로 계상하는 스포츠이벤트 경제효과 예측이 어느 정도의 신빙성이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홍보효과, 관광객 증가 효과는 어떨까? 2001년 30만 명이었던 대구시의 외국인 관광객은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에 24만 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유니버시아드가 열렸던 2003년엔 17만 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광주시는 2005년 디자인비엔날레를 개최하며 외국인 관광객 4만 명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5944명이었다.
그로부터 8년 후 광주시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10억 명의 실시간 TV 시청과 45억 명에 대한 언론노출에 힘입어 엄청난 홍보효과를 누린다고 강조한다. 과연 그럴까? 박태환이 금메달을 따낸 2011 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온 국민의 관심사였다. 금메달을 목에 건 자유형 400m 결승경기의 시청률은 20.4%나 됐다. 불과 2년이 지난 지금, 그토록 열광했던 2011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최도시가 어디인지 물어본다면? 기억하지 못하는 분들이 훨씬 많으리라 생각한다.
▲지난해 12월 5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4층 대회의실에서 2019년 제18회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위원회 창립총회가 열렸다. 이 대회 경제효과는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뉴시스 |
빚더미는 왜 외면하나? 결국엔 국민의 세금
4월 26일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방공기업 재무현황 평가' 보고서에서 강원도개발공사를 대표적인 부실공기업으로 적시했다. 강원도개발공사는 알펜시아리조트의 운영주체이고 알펜시아리조트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지은 복합경기시설이다. 현재 강원도개발공사의 총부채는 1조 원. 하루 이자만 1억2000만 원이다. 사실상 파산이다. 강원도개발공사의 빚을 이리 저리 돌려막던 강원도는 '배째라'를 선택했다. 강원도는 알펜시아리조트 경영불안으로 평창올림픽 개최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올해 상반기까지 중앙정부의 도움이 없다면 강원도개발공사의 파산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빚 때문에 도저히 평창 동계올림픽을 개최할 수 없다고 자복한 셈이다.
2014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있는 인천시도 재정난이다. 월드컵을 치른 문학경기장 주경기장이 다목적경기장임에도 불구하고 인천시는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을 새로 짓고 있다.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은 내년 6월 완공까지 추가로 3223억 원의 예산을 쏟아부어야한다. 인천시는 아시안게임 주경기장과 별도로 2012년에 1100억 원을 들여 축구전용경기장 숭의아레나파크까지 완공했다. 인천시가 올해 예정된 4120억 원의 아시안게임 관련 지방채를 발행하면 예산대비 부채비율은 43%에 육박한다. 부채비율이 40%를 넘게 되면 지방재정위기 단체로 지정된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에 나선 광주시 역시 2015년 유니버시아드 개최준비에 등골이 휠 전망이다. 광주시의 재정자립도는 41.1%로 광역시 가운데 최하위수준이다. 향후 3년간 유니버시아드 준비에 3779억 원이 소요되면서 광주시의 재정이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왜, 광주를 다시 찾아와야 되나요?"
기대했던 경제효과를 창출한 올림픽은 드물다. 76년 하계올림픽을 개최했던 캐나다 몬트리올은 올림픽 부채를 갚는 데만 30여년 걸렸다. 그리스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포인트나 떨어지며 '올림픽 후 슬럼프'(post Olympic slump)란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던 릴레함메르, 알베르빌, 토리노, 나가노 모두 적자에 시달렸다. 미국식 자본주의로 철저히 상업성을 관철시켰던 84년 LA올림픽이 드물게 흑자였고 올림픽을 계기로 제조업의 도시에서 관광 및 비즈니스 중심지로 탈바꿈한 92년 바르셀로나가 경제적인 관점에서 성공한 대회로 평가받는 정도이다. 베를린 역시 2009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계기로 중장기 관광 프로젝트를 수립해 관광객 유입 효과를 극대화했다.
광주시의 2015하계유니버시아드 준비는 평창, 인천과는 달라야한다. 외형 부풀리기 재정난으론 국고지원에 목을 매기 십상이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4월 15일 "유니버시아드대회 남북단일팀을 구성하기 위해 올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속 없는 남북단일팀 카드로 흥행에 목을 매는 것은 답습이다. 남북단일팀 카드는 정치적 목적도 아닌 정치인의 목적이지 않을까?
스포츠 메가이벤트는 반짝 특수를 누리는 흥행성공도 중요하지만 모멘텀을 만드는 경제효과 창출이 더욱 중요하다. 근본적인 물음에 답을 가질 수 있다면 2019세계수영선수권 유치의 진정성과 경제효과에 수긍할 수 있을 것 같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참가자들이 왜 광주를 다시 찾아와야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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