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24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한국 경총이 주장하는 기업비용 32조 원은 치명적 오류가 포함되어 과다 추정된 것"이라고 재계의 기존 주장을 비판했다.
한국 경영자총협회는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휴일 법률화와 대체휴일제 도입으로 늘어날 생산 감소액 및 인건비 부담이 최대 32조 원에 달할 것이라며 대체휴일제 도입에 반대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연구원은 경총이 사용한 계산법을 일일이 반박하며 재계가 대체휴일제 도입으로 인한 비용을 과대 추산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대체휴일제 도입으로 늘어나는 공휴일 수는 향후 10년간 평균 1.9일이다. 하지만 경총은 국회 안행위 법안소위 심의 당시 공휴일에 포함하지 않은 어버이날, 제헌절을 함께 계산해 평균 3.3일로 잡아 피해 규모를 부풀렸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또 "기업의 생산량은 생산방법, 공정절차, 기술혁신 등 복합적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며 "한국 경총은 생산량을 근로자의 근로시간에 대한 단일변수로 가정해 (피해 규모를) 추정했으므로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석유·화학 산업 등 24시간 장비를 가동시키는 특성이 있는 산업의 경우 공휴일이 늘어나도 교대제 인력을 투입해 운영을 계속해야 하는데 경총은 휴일로 인해 생산 손실이 일어나는 것처럼 계산했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또 현재 국내 기업의 15.2%가 다양한 방식의 교대제 근무를 시행하고 있고, 자체적으로 대체휴일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채 경총이 손실을 과대추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진입에 내수 증대에 핵심적 역할"
연구원은 또 재계의 비용 증가 주장에 반해 대체공유일 제도가 도입되면 내수 진작 및 임시직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의 소득이 향상되는 효과가 있어 국가 전체 경제는 성장할 수 있다는 의견을 펼쳤다.
경제활동인구 중 서비스업 종사 비중이 높고, 제조업도 내수업종 비율이 높지만 수출을 우선시하는 정부의 정책으로 내수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OECD 회원국 평균인 97%보다 현저히 낮은 65.4%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는 세계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다른 국가보다 타격이 크고, 이는 내수에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연구원은 주장했다.
또한 수출주도형 구조에서는 국가 전체의 경제 성장이 일자리 창출이나 소득 증가가 미치는 영향이 적다. 연구원은 "선진국 사례 분석 결과,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내수 증대가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다"며 대체휴일제 도입이 내수 진작으로 이어져 일자리와 저소득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원은 또 "주40시간 근무제도 도입 논의 때도 한국 경총은 기업경영 악화 및 국가 경제 쇠퇴를 주장했지만, 제도 도입 후 국내총생산(GDP)은 5%대로 안정적이었다"며 이는 여가 시간이 늘어나면서 여행·유통·요식업 등 연관 산업의 매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돈 받으려고 휴가 안 간다?…"후진적 휴가 문화 때문"
연구원은 세계 최장 수준의 노동시간을 기록하는 한국의 노동 실태 및 휴가 제도에 대해서도 경총의 주장과 각을 세웠다.
경총은 19일 보도자료에서 "우리나라 근로자의 휴식권은 선진국에 못지않게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 근로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휴가나 휴일이 적어서가 아니라 휴가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임금으로 보상하는 관행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국가에서 정한 노동자의 연차휴가는 1년 근속 시 3~4주에 이르지만 한국에서는 10년 근속에 19일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선진국에서는 노동자의 휴가 사용을 침해하는 행위를 엄격히 제한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비자발적 요인으로 휴가를 쓰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고, 쓰지 못한 휴가에 대한 보상을 지급하지 않는 비율도 44.3%에 이른다고 연구원은 덧붙였다.
▲ 야근 중인 직장인의 모습. ⓒ연합뉴스 |
연구원은 대체휴일제 도입 등으로 장시간 노동문화가 개선되면 산재 예방 및 노동생산성 향상, 건강한 가족문화 정착, 추가 고용 효과 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원은 "대체휴일제 도입 시 기업비용을 감안하더라도 국가 전체산업을 포함한 사회경제적 순 편익이 21조9000억 원~24조5000억 원 수준에 이르며, 9만7000개~11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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