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위 팀 SK가 2012~2013시즌 정규 리그에서 역대 최다승 타이 기록(44승 10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모비스와 벌인 챔피언결정전에선 무기력한 4연패. 그러나 비난보다 격려가 많았다. '대행'을 떼고 정식 감독으로 데뷔한 '초짜' 문경은 감독의 SK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문경은 감독은 SK를 확 바꿨다.
달라진 SK의 중심은 프로 2년차 가드 김선형이다. 중앙대 시절 무적의 52연승을 이끈 김선형은 프로에서도 기죽지 않았다. 2012~2013시즌 경기당 평균 12.8득점, 4.88어시스트(2위), 1.67스틸(3위)을 기록한 김선형은 KGC를 상대로 한 플레이오프 4강 3차전에서 혼자 30득점을 뽑아내며 SK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이끌었다. 김선형은 농구 선수치곤 작은 키(187cm)로 덩크슛을 자유자재로 꽂을 만큼 뛰어난 탄력과 스피드, 호기로운 플레이를 자랑한다.
SK와 모비스의 챔피언결정전은 가드와 가드의 맞대결이었다. 미래의 KBL 대표 가드 김선형(SK)과 당대 최고 가드 양동근(모비스). 결과는 김선형의 완패였다. 양동근에게 무릎을 꿇은 김선형은 패배를 인정했다. 패자 김선형의 속마음이 궁금해 '최동호의 스포츠당'에 김선형을 초대했다.
▲스타 기근에 시달려 온 프로농구는 올 시즌 대형 악재에도 불구하고 김선형이란 새 스타를 얻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김선형이 울산 모비스 피버스의 김시래를 피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뉴시스 |
- 챔피언결정전에서 모비스에 4연패로 무너진 이유가 뭔가?
"정규리그와 4강전은 즐기면서 했는데, 우리 팀에 대한 기대치와 저에 대한 기대치가 많이 올라가면서 조금씩 심리적으로 압박이 왔다. 더구나 모비스가 저와 헤인즈에 대한 대비를 잘했기 때문에 SK의 농구를 할 수가 없었다. SK는 신이 나야 잘 풀리는 팀이다. 신바람 나는 농구를 했어야 되는데 그것을 못했다. 선수들이 압박감을 받으니까 SK 농구를 못하게 됐고, SK 농구를 못하니 다시 압박이 오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 SK 선수들은 대부분이 챔피언결정전이란 큰 경기를 뛰어본 경험이 없다. 챔피언결정전이라는 것이 부담이 됐나?
"정규 리그에선 실수해도 다음 게임에 만회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 특히 챔피언결정전은 단기전이다 보니 조그만 실수 하나가 정말 크게 작용했다. 자유투 하나, 리바운드 하나, 루즈볼 하나가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경험이 없다보니 집중하지 못했다. 집중력에서 모비스에서 뒤졌다. 집중력이 떨어진 것이 정규 리그와 챔피언결정전의 가장 큰 차이였다. 모비스는 우리보다 경험이 많아서인지 훨씬 집중력 있게 경기했다."
- 챔피언결정전 시작 전에 "양동근이란 벽을 깨고 싶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선배 양동근과 맞대결한 느낌은?
"정규리그 때보다 확실히 더 크게 느껴졌다. 나는 정규 리그에 비해 내가 하고 싶은 농구를 못하고 위축됐지만 동근이 형은 자신이 갖고 있는 장점과 경험을 제대로 발휘했다. 솔직하게 말한다면 동근이 형한테 막혔다. 동근이 형은 내가 넘어야 할 벽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롤모델이기도 하다. 챔피언결정전을 하면서 롤모델을 잘 선정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보고 배웠다."
- 챔피언결정전에서 무엇을 배웠나?
"첫 번째는 그동안 내가 오른쪽에 많이 치중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점이다. 나는 오른쪽과 왼쪽 돌파를 모두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동근이 형이 수비에서 나를 한쪽으로 몰아버리니까 플레이가 많이 위축됐다. 내가 원래 왼쪽 돌파도 많이 하는 스타일인데 아무래도 오른손잡이다 보니까 오른쪽 돌파를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왼쪽에 대한 공격 옵션을 더 많이 개발해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슛 성공률을 많이 끌어올려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웨이트도 더 많이 보강해 정규 리그뿐만이 아니라 플레이오프 6강, 4강 챔피언결정전까지 지치지 않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고 깨달았다."
- 지금 다시 모비스와 붙는다면 이길 자신이 있나?
"그게 SK와 저에게 가장 큰 숙제인 것 같다.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양동근이란 벽을 깨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경험해 보니 욕심을 부렸다는 생각이 든다. 챔피언결정전을 겪으며 정말 느낀 게 많았다.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목표로 잡은 게 포인트 가드로서 합격점을 받는 것이었다. 그걸 쫓아가다 보니 목표 이상으로 정규 리그 우승을 이루고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온 것 같다. 챔피언결정전에서 4연패로 무너졌지만 내년 시즌이 있다. 또 내후년 시즌도 있다. 내가 부족한 부분이 뭔지 제대로 느꼈기 때문에 죽기 살기로 연습할 생각이다. 다음 시즌엔 플레이오프 6강, 4강이 아닌 더 높은 목표를 갖겠다."
- 지난 시즌과 비교해서 SK가 무엇이 달라졌나?
"지난 시즌만 해도 우리 팀은 확실히 개인적인 성향이 컸다. 예를 들어 내 수비가 뚫리면 빅맨들이 뒤에서 수비로 도와줘야 되는데 그렇지 못했다. 나는 빅맨 탓을 했고, 빅맨은 내가 수비를 뚫려서 골을 먹었다는 생각을 했다. 모래알 조직력이라는 비난을 받을 만했다고 생각한다. 문경은 감독님이 오시고 난 뒤부터 그런 부분을 고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선수들끼리 룰을 만들어서 위계질서도 잡았고 체계적인 시스템도 구축했다. 그런 와중에 우여곡절도 많이 겪었는데, 조금씩 결과가 쌓이다 보니까 경기에서 그 효과가 실제로 나타났다."
스펀지 같은 느낌이다. 모든 것을 흡수한다. 부족한 점, 배워야 할 점을 패배를 통해 채워가는 느낌이다. 김선형은 챔피언결정전이 끝나고 휴가를 받아 '강남 클럽을 딱 1번 갔다 왔다'고 강조한다. 패배에 주눅 들지 않는 느낌이다. 25세, 프로 2년차 김선형이 더욱 발전할 것 같다.
스포츠시사 팟캐스트 '최동호의 스포츠당' 바로가기 http://www.podbbang.com/ch/5692 http://sportsparty.iblug.com/index.jsp <13회 방송 안내> [이슈] 2012~2013 프로 농구 결산 / 손대범 KBS 해설위원 [피플] 우승보다 값진 경험 / 김선형 서울 SK 가드 [오피니언] 광주시, 2015유니버시아드 재정난 우려 / 정희준 동아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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