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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의 <젠틀맨>은 전혀 위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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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의 <젠틀맨>은 전혀 위대하지 않다

[화제의 음반] 한국 언론의 싸이 호들갑에 담긴 문화 콤플렉스

가수 싸이의 신곡 <젠틀맨>이 12일 0시를 기점으로 119개 국가에서 동시 공개됐다. 국내 언론은 해외 일부 언론의 보도를 근거로 '월드 스타' 싸이의 성공 여부를 전망하고 있다(이 중 대중음악 전문 비평지를 인용한 보도는 없다). 일부 매체는 아예 '호평 일색'이라는, 사실과 다른 내용까지 보도하며 싸이 현상을 전달하고 있다. 대부분의 해외 언론은 차분하게 신곡 발표 소식을 전한 게 전부다.

<젠틀맨>은 두 가지 현상을 보여준다. 하나는 싸이의 음악적 한계를 뚜렷이 보여준다는 점이다.

싸이는 <강남스타일>의 믿기 힘든 성공 이후 세계의 내로라하는 팝 스타와 경쟁하는 지점에 올라섰다(물론 그 '경쟁'의 지점은 실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젠틀맨>이 방점을 찍은 지점은 <무한도전>에서 박명수가 보여주는 1990년대 싸구려 클럽 댄스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뻔한 클럽 테크노 사운드가 반복되고, 싸이 스타일의 자기 자랑(스웨그)이 파편적으로 쏟아진다. '발끈해', '마더, 파더', '말이야' 등의 언어유희적 가사는 이처럼 목적의식 없는 가사 흐름과 새롭지 않은 멜로디 라인을 극복하기엔 힘이 부족하다.

(지겹지만) 인터넷 폭발 이후 대중음악의 주류와 비주류를 가르는 장벽은 빠른 속도로 무너졌다. 단순히 유통 구조만 무너진 게 아니다. 낮아진 둑을 따라 언더그라운드의 실험적 비트가 주류 음악에 흘러들어왔고, 주류 댄스 가수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시대 구분이 모호해짐에 따라 과거의 스타일을 현대 사운드에 창조적으로 접목하는 팝스타들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아예 노골적으로 '인디 스타일'을 착취하는 라나 델 레이나 적극적으로 실력파 뮤지션과 협업을 이어나가는 산티골드까지 설명할 필요도 없다. 당장 최근 발매된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신보 수준만 확인하더라도, '세계적 팝 스타'가 노래를 얼마나 열심히 들어야 하는가는 충분히 확인된다. <젠틀맨>에서는 뛰어난 작곡가로서, 충실한 리스너로서 싸이의 모습은 발견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결국 싸이는 실패할 것인가. 확언하는 건 불가능하다. 싸이 셀링 포인트는 뮤직비디오다. 더구나 세계 무대에서 언어의 장벽까지 있는 그의 노래는 뮤직비디오를 통해 이른바 'B급 코미디물'로 완성될 때 본래 추구한 가치가 드러난다(그 점에서 볼 때, <젠틀맨> 싱글은 애써 먼저 공개할 필요가 없었다). 뮤직비디오가 다시금 성공할 수 있다면, <젠틀맨>은 적어도 싸이를 유튜브 스타로, 혹은 클럽의 확실한 스타로 만들어주는 데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싱글이 대중음악사에서 의미 있는 이야기로 성공하기란 극히 어려워 보인다.

▲싸이 <젠틀맨>. ⓒYG엔터테인먼트
다른 하나의 현상은, 한국 대중과 언론이 품은 문화적 콤플렉스가 <젠틀맨> 보도 태도를 통해 극명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닥치고 찬양하자'는 보도 태도는 한국 언론이 싸이의 신곡을 '문화 한류'의 중요한 도구로 보고 있음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한류'는 반드시 세계를 정복해야 한다는 당위를 품고 있다. 한국 언론은 특히 영화와 대중음악의 잇따른 해외 성공 이후, 대중문화에 폐쇄적인 국가주의 정서를 불어넣어 세계에 대해 품은 콤플렉스를 심심치 않게 반영하곤 한다.

이는 세계 제국 시절을 희구하는 영국 대중음악지의 보도 태도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영국의 대중음악 전문지 <뉴 뮤지컬 익스프레스(NME)>나 <모조> 등은 쇠락기를 보내는 자국의 포스트펑크 밴드들의 비평 점수를 과도하게 높게 매기고, 레이더망에 걸리는 신인 밴드 상당수를 '차세대 대형 밴드'로 부풀리는 태도를 심심치 않게 보인다. 유독 영국의 기타 팝-포스트 펑크 밴드 중에서 데뷔 앨범의 성공 이후 빠른 속도로 잊히는 밴드가 많은 까닭이다.

이처럼 세계 대중문화의 첨병 역할을 했던, 그리고 록 폭발기 이후에도 록의 뿌리인 미국을 맹습했던 과거 영국 대중문화의 전성기에 대한 향수를 온전히 간직한 보도 태도는 팬들로부터도 결코 지지를 받기 힘들다.

과도하게 한류를 홍보하고, 실체보다 부풀려 한류의 영향력을 강조하다 누리꾼들로부터 질타를 받은 한국 언론의 모습도 이 같은 태도와 유사하다. 심지어 한 언론은 <젠틀맨>을 '대중음악의 과거 요소를 효과적으로 끌어와 미래를 보여줬다'고 호평 받은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섹시백(SexyBack)>에 비유하기도 했다. 다만 영국의 그것이 공격적이라면, 한국 언론의 문화-국가주의적 보도 태도는 그보다 수동적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한국 언론은 지금 싸이의 위상을 본인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부풀려놓았다. 싸이는 결코 제2의 마이클 잭슨이나 어셔가 아니다. 그의 성공은 오히려 엘엠에프에이오(LMFAO)의 '셔플 댄스'나 '마카레나 열풍'에 빗대는 게 더 적합하다. <강남스타일>의 성공은 대형 사건이었다. 이례적인 사건을 일상적인 일로 대치하고, 그 수준에 싸이를 덜컥 올려놔버린 건 모든 이에게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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