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는 전통 시장이 밀집한 합정역 인근에 점포를 개설하는 조건으로 지난달 망원동 시장 상인 측과 15개 '상생 품목'을 팔지 않기로 합의한 바 있다. 15개 품목에는 떡볶이, 순대, 국내산 쇠고기 국거리, 오징어 등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 홈플러스 합정점이 '국거리용' 대신 '탕용'이라고 적힌 한우 사골을 판매하고 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
떡볶이 대신 불볶이 팔아
홈플러스가 판매하지 않기로 한 '떡볶이' 대신 떡볶이 국물도 판매되고 있다. 홈플러스 합정점 내 푸드 코트에는 '불볶이와 튀김범벅'이라는 매장에서 떡볶이 대신 떡볶이 국물과 이를 얹은 튀김을 팔고 있다.
홈플러스 인근 재래시장 상인들은 허탈해 했다. 망원 시장에서 20년 가까이 '명성 한우'를 운영해 온 김철수(54) 씨는 "장사하는 사람들이 양심적, 도덕적 의무를 가지고 장사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서로 상생하고 합의한 것은 제대로 지켜야 하지 않나"라고 물었다.
망원 시장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백 모(58) 씨는 "떡볶이 대신 떡볶이 국물만 파는 식이 법과 약속의 맹점 아닌가"라며 "99개 가진 자가 1개 가진 자의 것을 빼앗으려고 벼룩의 간을 빼먹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 씨는 "최근에 홈플러스 합정점에서 소비자들을 상대로 서울시의 '상생 품목'을 폐지하자고 서명운동을 했다"며 "안 팔기로 약속하고 들어왔으면 그런 서명 운동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홈플러스 등 대형 마트 곳곳에서 품목 제한 반대 포스터도
▲ 홈플러스 합정점에 붙은 게시물 ⓒ프레시안(김윤나영) |
서울시는 지난달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이 상생하기 위해서 생필품인 콩나물, 상추, 오이, 양파, 달걀, 치킨, 피자, 갈치, 고등어, 상추, 두부, 맥주 등 51개 품목을 재래시장에서만 팔도록 하는 '상생 품목' 지정 권고제를 제안했다. 권고 수준일 뿐, 법적 강제는 없다.
홈플러스가 서울시 권고를 거부하자 중소기업청은 대신 고등어, 무, 배추, 배, 삼겹살, 쇠고기 국거리 등 10개 품목을 판매 제한할 것을 권고했지만, 홈플러스 측은 이마저 거절했다. 홈플러스는 배추, 삼겹살 등 핵심 품목을 제외하는 대신, 망원동 시장 상인 측과 밤, 대추, 석류 등을 팔지 않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가 합의한 '상생 품목'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망원 시장에서 대진청과를 운영하는 김낙주(53) 씨는 "석류, 밤, 대추 등은 1년에 매출이 잘 나와야 전체 매출의 1% 미만을 차지해서 '상생 품목'으로 지정하지 않느니만 못하다"며 "과일 상인들은 홈플러스 측에 1년 내내 파는 배를 팔지 말아달라고 요구했지만, 홈플러스가 이를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합정동 홈플러스에서 판매 중인 '불볶기와 튀김범벅' ⓒ프레시안(김윤나영) |
한편, 홈플러스 합정점 인근에는 망원 시장(670m), 월드컵 시장(670m), 영진 시장(150m, 폐시), 합정 시장(100m, 폐시) 등이 있었지만, 망원 시장과 월드컵 시장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사라지거나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2002년 망원 시장에서 1.5km 떨어진 월드컵경기장에 홈플러스 월드컵점이, 망원역 인근에 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들어선 탓이다. 여기에 더해 지난달 홈플러스 합정점이 들어섰다. 홈플러스 합정점은 '유통법'이 시행되기 5개월 전인 2011년 1월 등록 신고를 마친 바 있다.
백 씨는 "홈플러스 입점 이후 재래 시장 유동 인구가 30% 정도 줄어들었다"며 "시장 분식집에 오는 사람들은 장을 보다가 배가 고프거나 맛있어 보이니 분식을 사는데, 전반적으로 시장에 오는 사람들이 줄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상생 품목은 비공개로 하기로 했다. 국거리용 쇠고기가 상생 품목에 들어가 있는지 홍보실도 공식적으로 알 수 없어서 답변드리기 곤란하다"며 "(문제가 있다면)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상생협의회를 통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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