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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운동장에 이어 잠실종합운동장도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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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운동장에 이어 잠실종합운동장도 철거?

[최동호의 한국스포츠당]<5> 개발 논리에 철거 위기 놓인 스포츠 유산

1988년 9월 17일. 서울 올림픽 개막일이었다. 가을 햇살이 쏟아지는 청명한 날이었다. 한강엔 요트가 떠 있었다. TV화면 속의 잠실주경기장은 오색 창연한 자태였다. 소련을 위시한 사회주의국가 선수들이 주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지켜보는 심정은 묘했다. 올림픽 준비와 함께 시작된 도시재개발과 철거작업. 그로 인한 분신자살과 시위, 노점상 단속, 도시미화, 질서교육. 올림픽은 한국사회 모순의 집합적 투영이었다. 군사정권은 올림픽의 성공에 명운을 걸었고 재벌기업은 올림픽 특수에 '올인'했다. 노동운동, 빈민운동, 학생운동이 연달아 일어났고 거리에는 화염병과 최루탄이 난무했다. 뒤돌아본 80년대는 올림픽의 시대였다. 불과 30여 년 전 삶의 이야기다.

서울올림픽은 압축성장과 근대화, 올림픽과 빈민운동, 군사정권과 민주화운동이 혼재했던 80년대의 분출구이자 트리거(방아쇠)였다. 근대화의 완성. 역사적 평가는 무미하고 건조하다. 오히려 온기하나 없는 철골, 잠실종합운동장이 따뜻하다. 그곳엔 차전놀이와 굴렁쇠 소년의 이야기가 남아있고 피켓걸과 올림픽꿈나무의 스토리가 숨어있다. 이성은 차갑지만 감성은 따뜻하다. 잠실종합운동장은 탈근대의 차가운 서사를 추억이란 따뜻한 서정으로 만들어주는 흔치않은 역사적 공간이다.

▲잠실종합운동장은 한국 현대사를 담은 소중한 문화 유산이다. ⓒ연합뉴스

잠실종합운동장은 80년대의 기억이자 90년대의 추억이다. 98프랑스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일전이 열린 1997년 11월 1일. 붉은 악마의 플래카드를 잊지 못한다. "Let's go to France together(프랑스로 함께 가자)." 심장이 뛰었다. 벅찬 감동이었다. 지금은 40대일까? 30대일까? 일본열도마저 감동시킨 "Let's go to France together"의 주인공 붉은 악마도 아이 손을 잡고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로를 지나칠 때면 어김없이 그 때의 열정과 추억을 떠올리리라.

2008년 우리는 기억과 추억의 한 순간을 잃어버렸다. 지금은 사라진 동대문야구장과 동대문축구장. 1925년 이래 한국스포츠의 주 무대였던 동대문운동장은 개발이란 명분에 허물어졌다. 까까머리 이승엽의 기억도,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7분 동안 무려 3골이나 터뜨렸던 차범근의 추억도 철거와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82년의 세월, 한국 근대스포츠의 산실, 시대의 애환이란 역사성을 실용적 효용가치와 맞바꾼 동대문운동장 철거는 분명 문화적 야만이었다.

4월 2일 기사화된 '서울시, 잠실운동장 중국에 매각 추진' 보도는 동대문운동장의 데자뷰였다. 5년간 523억 원의 운영적자, 상업시설을 지어야한다는 용역 결과. 산업인프라 구축은 동대문운동장 철거와 동일한 논리였다. 보도 직후 서울시는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잠실종합운동장은 이미 전임 시장 때부터 수차례 개발 계획이 수립되었던 곳이다. '강남 한복판의 금싸라기 땅 위에 채워진 30년 넘은 낙후된 체육시설'이 서울시에서 보는 잠실종합운동장이었다.

동일한 시대를 공유한 동일한 추억은 공공의 문화적 자산이다. 추억의 구체적 형상물은 스포츠유산이자 문화유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스포츠계의 분투를 소망한다. 잠실종합운동장을 지키자는 피켓이나 구호가 아니다. 스포츠 문화유산과 스포츠 사료의 중요성에 대한 재인식이다. 혹독했던 일제강점기에도, 혼돈과 무질서의 시기였던 해방 직후에도, 포탄에 삶이 뭉개진 한국전쟁 때도 한국스포츠는 세계무대에 도전했고 성과를 일궈냈다. 끈질긴 생명력과 투혼의 역사. 그러나 불과 100여 년의 기록도 우리는 제대로 관리하질 못하고 있다.

5년간 523억 원의 적자를 본 잠실종합운동장이 서울시엔 골칫덩어리인듯싶다. 3.3제곱미터(㎡)당 1억 원을 친다면 잠실종합운동장 부지 54만㎡의 땅값은 무려 16조 원이다. 빌딩 짓고 쇼핑몰, 사무실 분양하는 사업가들이 개발의 당위성을 설파할만하다. 잠실종합운동장의 기억과 추억. 한국스포츠의 역사가 개발이익보다 소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한다. 기억과 추억을 되살려야한다. 2002년 이후 잠실종합운동장 관리에 들어간 서울시 예산이 1000억 원을 웃도는 반면 주경기장의 연간 사용일수는 40건에도 못 미친다. 보고 지나치며 떠올리는 추억이 아니라 찾아가고 즐기는 추억, 새로운 추억도 필요하다.

스포츠계가 나서야 한다. 개발보다 소중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잠실종합운동장의 활용방안도 함께 고민해야한다. 잠실종합운동장의 스포츠문화 공간화, 주경기장 활용방안, 스포츠박물관, 아마추어경기 유치방안 등 잠실종합운동장을 살아있는 추억과 기억의 공간으로 만들어 낼 지혜를 짜내야한다. 동대문운동장이 사라진 뒤에서야 그곳이 역사이고 추억이고 이야기였던 것을 알았다. 같은 실수를 두 번 다시 되풀이할 순 없다.

스포츠 시사 팟캐스트 '최동호의 한국스포츠당'
☞ 바로 가기http://sportsparty.iblug.com/index.jsp
http://www.podbbang.com/ch/5692

<10회 방송 안내>
[이슈] 프로농구 강혁 은퇴 / 강혁 전자랜드 은퇴선수
프로야구 한화 7연패 / 이경재 YTN 기자
[피플] 농구부활 이끈다. / 방열 대한농구협회 회장
[오피니언] 잠실종합운동장 재개발 논란 / 이대택 국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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