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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믿었는데…폐점도 못하고 억대 빚만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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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믿었는데…폐점도 못하고 억대 빚만 쌓였다"

편의점 점주 피해자 증언 대회…세븐일레븐, 가맹점주 고소

남편의 퇴사로 경남 진주에서 어렵게 갓난아이를 키우던 허 모 씨. 2010년 롯데 계열사인 세븐일레븐 편의점 개설 절차를 알아봤다. 롯데 개발팀 직원은 "본사에서 2-3년 전부터 시장 조사를 했고, 개점하면 한 달 500만 원 수익이 보장된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는 롯데 개발팀의 말을 듣고 해당 장소에 세븐일레븐을 개점하기로 했다. 롯데라는 대기업이 2-3년이나 조사했다면 수익이 날 것이라고 믿었다. 개점에 필요한 돈 6200만 원 가운데 부모님이 30년 동안 살던 아파트를 담보로 6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힘들게 연 편의점, 본사는 바로 근처에 또 점포 개설"

현실은 냉혹했다. 막상 1년이 지나자 매출이 오르기는커녕 아르바이트생 임금을 지불하기도 어려웠다. 허 씨는 어린아이를 업고 하루 15시간씩 밤낮으로 근무를 섰다. 그런데 본사는 허 씨의 매장 가까이에 또 다른 세븐일레븐을 개설했다. 본사의 근접 출점 방침으로 허 씨의 매출은 급격히 줄었다.

적자를 견디지 못한 허 씨는 편의점 개설 1년 만에 폐점을 결심했다. 롯데는 폐점 위약금으로 6000만 원을 제시했다. 이미 개점하는 데 6000만 원을 대출한 허 씨는 폐점 비용 6000만 원을 추가로 마련할 길이 없었다. 대출 원금은커녕 이자밖에 갚지 못하던 그는 폐점을 미루기로 했다. 하지만 개점 2년 반 뒤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폐점 절차를 문의한 허 씨에게 책정된 폐점 위약금은 또다시 6000만 원이었다고 했다.

허 씨는 "1년 지났을 때 폐점 위약금 산정 금액도 6000만 원이었는데, 2년 반이 지난 지금 폐점 위약금 산정 금액도 6000만 원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2년 반 동안 밤낮으로 일한 결과는 1억2000만 원 빚뿐이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폐점 비용에 의문을 제기한 허 씨는 비용을 책정한 근거가 되는 거래내역서를 보여달라고 본사에 요구했지만, "거래 금액을 뺀 명세서만 보내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했다.

참다못한 허 씨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아직도 폐점하지 못한 그는 "사채보다 무서운 게 미송금 위약금"이라고 했다. 전날에 본사에 입금해야 할 금액을 하루라도 입금하지 못하면 미송금 위약금으로 내야 할 돈이 더 늘어난다고 했다.

2일 참여연대와 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이 개최한 '편의점 점주 피해자 증언 대회'에서 허 씨는 이같이 발언했다.

▲ 서울 관악구의 한 거리에서 편의점 두 곳이 불과 100여m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영업 중이다. ⓒ연합뉴스

"본사가 점주에게 24시간 노예 노동 강요"

증언 대회에 참석한 편의점 점주들은 본사가 불공정 거래를 강요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빼빼로데이와 화이트데이 등에 본사가 '강제 발주'를 하는가 하면, 아르바이트생 없이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가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했음에도 '위약금'을 무기로 24시간 영업을 강요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특히 근접 출점의 폐해가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전국 편의점 가맹점 사업자 단체 협의회(준)'는 "본사 방침에 따라 같은 브랜드의 편의점끼리 10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함께 있는 경우도 있다"며 "근접 출점 때문에 수익이 감소해 점포를 접고 싶어도 수천만 원의 위약금 때문에 그러지도 못하고 점주들이 24시간 노예 노동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관련 기사 : "하루 18시간 일하고도 빚지는 내가 바로 노예")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0시-06시 매출 비중이 15%를 차지하며, 24시간 영업은 편의점 업계의 본질이자 경쟁력"이라며 "여건상 24시간 영업을 할 수 없는 피치 못할 사정이면 본사와 협의 하에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는 특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약금이 과도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증언 대회에서 언급된 점주 사례는 위약금이 6000만 원이 아니라 4000만 원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편의점에서 중도 하차하면 본사가 투자한 감가상각이 끝나지 않으므로 위약금 발생은 비즈니스 논리상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댓글 달거나 언론 인터뷰하면 손해배상 건다' 협박?"

참다못한 편의점 점주들은 실태를 알리려고 했지만, 이마저 벽에 부딪혔다고 주장했다. 오명석 세븐일레븐 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증언 대회에 참석하려 하니 본사가 나를 '명예 훼손 및 업무 방해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1일 경찰 출석을 통보받은 상태다.

오 회장은 "가맹점들이 사업자 단체를 만들어 집단 교섭을 하려고 했지만, 가맹본부는 인터넷 카페에 가입한 점주들에게 '댓글을 달면 민·형사상 손해배상을 물 수도 있다', '언론과 인터뷰하면 모든 지원금을 중단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인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오 회장은 "심지어 20시간 강제 근무를 한 어느 여성 점주가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는 이유로 본사 관계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건장한 남자 3명을 데리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한 경우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오 회장을 고소한 것에 대해 본사 관계자는 "전직 점주가 현직 점주들을 선동해서 악성 루머나 영업 방해 내용을 유포했다"며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점주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고 판단해 고소했으며, 사실이 보도되는 것은 막을 이유가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민병두 의원은 편의점 본사와 점주의 불공정 거래를 시정하기 위해 지난달 14일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24시간 영업 강요 금지 △가맹계약서 사전 등록 의무화 △영업 지역 보호 및 과도한 위약금 금지 △가맹점 사업자 단체의 결성·협의·협약권 부여 △허위·과장 정보 제공 제재 등의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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