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전사 수송기의 한라산 추락 사건 관련 취재가 지역 간부의 지시로 인해 갑자기 중단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김현석)와 KBS 제주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KBS 제주의 <시사파일 제주> 팀은 지난 1월 말 제주 편성제작국장에게 1982년 발생한 이른바 '한라산 봉황새 작전' 사건을 다루겠다는 기획서를 제출했다. 당시 담당 PD에 따르면, 이 기획서는 제작진에게서 높은 평가를 받고 곧바로 제작이 추진됐다.
한라산 봉황새 작전 사건이란, 1982년 2월 5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제주 연두 순시 경호를 위해 제주로 향하던 특전사 수송기가 한라산에 추락한 사건이다. 전시를 제외한 단일 규모로는 최대인 53명의 사망자(전원 사망)를 낸 사건이다.
이 사건은 발생 후 군사정권에 의해 경호 작전이 아닌 '대침투 작전'으로 왜곡 발표됐고, 유족들이 직접 사건 현장에 가서 유해 조각을 수습할 만큼 사후 처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 신문사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다뤄지기도 했다.
해당 사건 취재를 맡았던 임종윤 PD는 "최초 이 사건 취재를 발제한 후 부장과 CP 등 대부분이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세 분의 유가족을 인터뷰하는 등 취재가 순조롭게 이뤄지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달 4일 이종화 제주총국장이 편성제작국장을 통해 갑작스레 해당 아이템 제작 중단을 지시했다고 임 PD는 밝혔다. 임 PD는 해당 취재가 강정 해군기지 사업 해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중단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임 PD는 "처음에는 총국장이 강정 문제를 들어 제작 중단을 지시했고 이후 제작진이 반발하자 '아이템이 좋지 않다', '본사에서 제작하는 건 괜찮지만 제주총국에서 제작은 안 된다', '취재가 부실하다'는 등의 이유로 말을 바꾸며 제작을 중단하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임 PD는 "명백한 편성자율권 침해 행위가 일어난 것"이라며 "애초에는 제작진 편을 들어주던 간부들도 총국장실을 다녀온 후 갑작스레 말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임 PD는 순환보직차 제주 KBS에서 해당 프로그램 제작을 맡다, 최근 서울로 인사발령이 난 상태다.
KBS 새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내 "'제작 책임자는 실무자의 취재 및 제작 내용이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수정하거나 실무자에게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KBS 방송편성규약을 정면으로 위반한 폭거"라며 "불방 상태 중인 '한라산 봉황새 작전'을 즉시 방송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이종화 제주총국장은 "시국이 어려운 상황에서 군과 민간의 신뢰관계를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 해당 방송이 제주 지역의 이익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를 총국장으로서 고민했다"며 "다루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어 신중하게 가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던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강정 문제와 관련이 있으니 중단하라'는 지시를 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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