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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대폭 인상, 핵심은 박근혜표 복지 재원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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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대폭 인상, 핵심은 박근혜표 복지 재원 마련?

담뱃값 2500→4500원…흡연율 줄이고 간접세는 늘리고?

정부와 여당이 담뱃값을 현행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김재원 의원은 6일 담뱃값을 한 갑당 2000원 인상하는 내용의 지방세법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담배 소비세를 현재 641원에서 1169원으로 82.4% 인상하고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354원에서 1146원으로 223.7%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수입액의 1.3% 수준인 금연사업지출 비중을 10% 이상으로 의무화하는 동시에 기금 사용 시 저소득층을 특별 지원 대상으로 포함토록 했다.

그밖에 해당 법안은 △지방교육세는 321원에서 585원으로 82.2% △부가가치세는 227원에서 408원으로 79.7% △폐기물부담금은 7원에서 10원으로 42.9% 인상하도록 했다. 이외에 출고가 및 유통마진은 현행 950원에서 1182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당뿐 아니라 정부 또한 담뱃값을 인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담뱃값을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또한 지난달 "담배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 6일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는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진영 "담뱃값·술값 올리자"…간접세로 복지 재원 확충?

정부와 여당은 국민 건강을 위해 담뱃값을 인상한다고 밝혔지만, 박근혜 정부의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추가 세금이 필요하다는 속내를 숨기지는 않았다.

담뱃값을 2000원 올리면 담배 관련 세수가 연간 4조2000억 원에서 5조8000억 원으로, 국민건강증진부담금도 1조5000억 원에서 3조5000억 원으로 2조 원가량 늘어난다. 김 의원은 이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4대 중증질환 보장 공약에 필요한 추가 재원 1조5000억 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6일 인사청문회에서 "주류에도 (담배에 부과하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무조건 찬성한다"고 답해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국민 건강'을 우려해서 담뱃값·술값을 올리는 게 아니라,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 '간접세 인상'이라는 손쉬운 방법을 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증세는 없다"고 수차례 밝혀왔지만, 여당과 정부 내에서도 '지하 경제 양성화, 예산 낭비 절감'만으로는 재원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가난한 사람이 낸 돈으로 암 치료 지원하는 꼴"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정부·여당이) 담뱃값을 올리는 이유가 금연 정책 때문인지, 세수 확보를 위한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며 정부가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담뱃값 인상'을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우 정책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지하 경제 양성화,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예산 절감 등으로 복지 재원을 마련한다고 했다"며 "그렇지 않고 서민들에게 간접세를 걷어서 4대 중증질환에 쓴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가난한 사람일수록 흡연율이 높다"며 "가난한 사람들이 담배를 피워서 암에 걸리면 자신들이 낸 돈으로 치료하라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대표 또한 "(증세에 대해) 정책적으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담뱃값은 간접세이기 때문에 담뱃값을 올리는 것은 역진적 가계 부담을 준다"고 우려했다. 수많은 증세 방안 중 '간접세 인상'은 가장 마지막에 고려해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오 공동대표는 "복지 확충에는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정치적 프로세스가 중요하다"며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뜨거운 쟁점을 던져서, 복지 재원을 확충하려는 민심이 이탈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가격 정책만으론 한계…담배 회사도 규제해야"

복지 재원 논란과는 별개로 담뱃값 인상이 효과적인 금연 정책이라는 데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이 없다. 조홍준 울산의대 교수는 "담뱃값을 10% 올리면 담배 수요는 3-4% 떨어진다"며 "흡연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담뱃값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담뱃값은 지난 2005년 12월 500원이 오른 이후 지금까지 인상된 적이 없고 OECD 국가 중 가장 비싼 나라에 비해 6분의 1 수준이다. 반면 2011년 한국의 성인 남성 흡연율은 47.3%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고, 미국 26.7%, 일본 32.2% 등에 비해 월등히 높다.

그러나 가격 정책만으로 흡연율을 획기적으로 떨어뜨리는 데는 한계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광고 규제, 금연 클리닉 확대' 등 비가격 정책이 흡연율 저하에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 간접 흡연의 위험을 경고하는 타이의 금연 홍보 포스터. 전문가들은 흡연율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담뱃값 인상(가격 정책)뿐만 아니라, 담배 광고 규제 강화 등 '비가격 정책'을 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안종주
조성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담배 가격 정책과 흡연율 분석'에 따르면 정부가 다른 비가격 정책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2013년부터 담뱃값을 2000원 올리면 국내 남성 흡연율은 44.5%(2011년 기준)에서 2015년 39.4%를 거쳐 2020년 37.4%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에 가격은 그대로 둔 채 담뱃갑 포장에 흡연 경고 그림, 문구 등을 넣거나 금연 구역 설정, 청소년 접근 제한, 금연 치료 등의 비가격 정책만 시행하면 시뮬레이션상 2020년 흡연율은 31.7%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을 올리는 것보다 '비가격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셈이다.

여기에 2013년부터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고 비가격 정책까지 실시한다면 2020년 흡연율은 27%대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 정책실장은 "한국 정부는 담배 광고·판매 등을 제한하는 담배 규제를 거의 시행하지 않고 있다"며 "담배 기업들에 대한 규제는 그대로 두고 담뱃값만 인상하면 금연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소득 수준이 낮은 계층일수록 가격이 오르면 담배를 더 많이 끊지만, 담배를 끊지 못하는 저소득층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라며 "정부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금연 정책을 펴지 않으면 담뱃값 인상은 윤리적으로 정당성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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