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밀어붙인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대 EU 수출은 종전보다 오히려 더 줄어들고, 수입은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활성화에 따른 '경제 영토 확장' 논리를 제시했던 정부의 예측치와 정반대 결과가 나온 셈이다.
특히 가장 큰 혜택을 누릴 것으로 예상됐던 자동차 수출마저 FTA 체결 이전보다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7일 김제남 진보정의당 의원실이 지난 1년 6개월간의 대 EU 수출입통계를 조사한 결과, 2011년 7월 한·EU FTA 발효 이후 한국의 대 EU 수출은 작년 말 현재 전년 대비 63억 달러(1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수입액은 29억 달러(6.2%) 증가했다.
이는 한·EU FTA 발효 전 정부의 예측과는 정반대 결과다. 2010년 10월 6일 외교통상부는 '한·EU FTA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에서 "FTA 발효 이후 연평균 대 EU 수출증가액이 25.3억 달러 이상 늘어나고 수입액은 21.7억 달러 정도 늘어나서 매년 약 3.95억 달러 무역수지 흑자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주장과 달리, 한·EU FTA로 인해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 실적이 오히려 더 나빠진 것.
특히 가장 큰 혜택을 입을 것으로 전망됐던 자동차 산업의 수출 실적마저 나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말 현재 자동차의 대 EU 수출액은 전년 대비 4억5000만 달러(8.0%) 줄어들었다. 오히려 수입액은 5억2000만 달러(17.8%) 늘어났다.
한·EU FTA로 인해 무역수지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신호는 발효 초기부터 나왔다. 지난 2011년 9월 지식경제부가 박주선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한·EU FTA 발효 두 달 째인 이해 8월 말 한국의 대 EU 교역 실적은 수출 22억9000만 달러, 수입 26억9000만 달러를 기록해 4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발효 넉 달째에 이르러서는 대 EU 무역수지가 전년 동기 대비 37억 달러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EU와 FTA를 발효한 초기부터 무역 실적이 크게 나빠진 것이다.
그간 정부는 이와 같은 무역 실적 역전 현상의 원인을 세계적 경기침체로 돌려 왔다.
그러나 김제남 의원실은 "EU의 보고서에서 이미 밝히고 있듯이 한·EU FTA의 최대 수혜 종목으로 일컬어지던 자동차, 전자 등의 수출 부진은 이미 유럽 현지에서 가동 중인 국내 대기업 해외공장의 생산 효과로 인해 자유무역 효과가 상쇄되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실은 "한·EU FTA 주창자들이 주장하던 경제적 효과가 과장되고 왜곡되었다는 점을 확인해주는 결과"라며 "특히 대 EU 자동차 수출입통계는 정부의 예상치와 엄청난 편차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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