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김현석, 이하 KBS 새노조)가 언론 파업 1주년을 맞이해 연 노조 총회에 참석해 이와 같이 밝혔다. 6일 KBS 새노조가 신관 라디오 공개홀에서 연 파업 1주년 전국조합원총회에 토크 콘서트 초대 손님으로 참석한 두 사람은 언론 자유 문제를 비롯해 새 미디어 시대의 바람직한 언론상, 진보와 보수의 개념 등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밝혔다.
"제2의 민주화 운동 필요"
정세진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토크 콘서트에서 표창원 전 교수는 "표현의 자유 문제는 보수냐 진보냐의 문제가 아니다. 새노조가 펼치는 (언론 자유를 위한) 활동은 어떤 사회에서든 기본 가치가 돼야 할 문제"라며 "기본을 지키자는 활동에 이념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념 문제로 언론인들의 투쟁 활동을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표 전 교수는 우리 사회가 아직 언론 자유가 소중히 여겨지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전제한 후 "우리 사회가 정상화돼서 제대로 된 보수 세력과 제대로 큰 진보가 생기기 전까지는 (언론 자유를 논함에 있어) 보수와 진보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뉴미디어 시대가 기성 언론에 큰 도전이 된 것 같다. 이제 <뉴스위크>도 종이잡지 발행을 포기하는 시대"라며 "결국 방송은 어느 한쪽의 도구로 이용되는 상황에서 벗어나 '방송은 믿을 수 있다'는 진실성을 담보로 해야 할 것이다. KBS 새노조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노회찬 전 의원은 <레미제라블>을 인용해 "프랑스 국민이 시민혁명을 일으켜 부르봉 왕조를 물리쳤으나 다시금 바리케이드를 쌓고 싸워야 하는 상황이 됐는데, 우리의 지금과 비슷하다"며 "'제2의 민주화 운동'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노 전 의원은 특히 '삼성 엑스파일 사건' 판결 내용을 되짚으며 한국 기성 사회가 새 미디어 시대의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고, 기득권에 안주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당시 판결문을 보면, 제가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주는 건 괜찮지만 (엑스파일 사건을) 인터넷에 올려서 국민에게 바로 전달하는 건 안 된다고 했다. 사법부가 국민을 미디어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며 "우리 국민 모두 1인 미디어가 되어가는 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언론관, 새로운 언론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KBS 새노조가 연 토크 콘서트에서 노회찬 전 의원과 표창원 전 교수가 언론 자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노회찬 "국민들께 이미 사면 받아"
엑스파일 사건이 거론되면서, 둘의 콘서트 주제는 자연스럽게 이 사건 판결 내용에 집중됐다. 노 전 의원은 의원직 상실에 대한 소감도 밝혔다.
그는 "상실했다기보다 (의원직을) 분실했다고 생각한다. 분실신고를 하고 기다리고 있다"며 "지난 총선 때 60퍼센트에 가까운 유권자들이 제게 표를 주셨다. 이미 국민들께 사면 받았다고 생각한다. 국정에 바쁜 사람들에게 사면을 구걸할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표 전 교수는 엑스파일 판결에 대해 "우리 법학계에서 두고두고 논란거리가 될 판결"이라며 "통신비밀보호법은 수사기관의 불법 도청을 막고자 생긴 것이지, 수사를 위해 시행하지 않은 도청에서 얻은 실제 사실로부터 확인된 걸 불법 행위로 보는 게 아니다. 식당 주인이 주방에서 남은 음식물을 모아서 파는 걸 갖고 반말했더니, 반말한 것만 문제 삼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노 전 의원은 "대법원이 '엑스파일 내용은 공공의 관심사가 아니'고 개인들의 대화라고 규정했다. 삼성그룹이 8000억 원의 사회 기부금을 내고 <중앙일보>가 사과문까지 낸 사건을 공공의 관심사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선출되지 않는 권력인 사법부도 견제하는 게 필요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한편 이날 총회에서는 철학자 강신주의 카운슬링, 들국화의 공연 등의 행사도 이어졌다.
강신주는 "언론 자유는 한 번에 올 수 없다. 게릴라는 싸움에 승산이 없지만 싸움을 포기하지 않는다"며 언론인이 게릴라 정신을 갖고 언론 자유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너무 열심히만 일하지 말고 게으를 수 있어야 한다"며 "연대는 게으름에서 온다"고 덧붙였다.
강성남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언론 독립을 위한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지난해 언론사들의 파업이 유효함을 강조하고 "여러분과 함께 기필코 KBS를 국민의 방송으로 돌려놓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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