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특허 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이 아이폰의 시각장애인 지원 기능의 특허 위반을 주장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BBC>가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삼성은 독일 만하임 법원에 아이폰의 '보이스오버'(VoiceOver) 기능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판매금지를 신청했다. 법원은 삼성이 제기한 다른 특허 침해 주장에 대한 결론이 날 때까지 결정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보이스오버 기능은 시각장애인이나 시력이 매우 약한 이들이 아이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터치'했을 때 음성으로 설명을 들을 수 있도록 고안된 기술이다. 이 프로그램은 남아있는 배터리나 네트워크 신호를 알려주는 것을 포함해 글자와 아이콘을 모두 음성으로 표현할 수 있고, 부가장치를 통한 점자 입력도 지원한다.
삼성은 법원에 아이폰의 홈 버튼을 세 번 누르면 보이스오버 기능이 실행될 수 있게 만든 점을 들면서 애플이 화면을 음성으로 설정해주는 기술의 특허를 획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애플이 답변을 거부한 가운데 삼성은 성명을 통해 "수십 년 동안 우리는 모바일 산업에서 기술 혁신을 선도하는데 많은 투자를 했고 그 기술들은 계속해서 우리의 제품에 반영됐다"며 "우리는 계속 애플이 우리의 모바일 기술을 침해했다고 믿는다. 우리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이 장애인들을 위한 기술까지 특허 문제에 끌어들인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소식을 처음 알린 독일의 특허 전문가 플로리안 멀러는 삼성의 전략에 대해 블로그에서 "삼성이 단지 이 행위에 대한 금전적 보상만을 요구했다면 법원 명령을 통해 애플이 독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보이스오버 기능을 중단하거나 (보다 현실적으로) 약화시키는 것보다 더 좋은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시각장애인 컴퓨터 사용자 모임의 대변인은 <BBC>에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없어지는 건 시각장애인들에게 사회에 참여하기 위한 가장 큰 장벽"이라며 "한 기업의 다른 기업에 대한 행동으로 이런 중요한 기술이 차단된다면 전 세계 시각장애인들에게 미칠 결과는 극도로 유감스러울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의 IT전문 사이트 '올싱스디지털'(AllThingD)은 한층 고조된 목소리로 "시각장애인을 도우려고 고안된 기능에 특허를 주장하는 윤리 문제를 차지하고라도 이번 건은 현명치 못한 처사"라며 "자신의 얼굴에 스스로 주먹을 날리는 짓이다. 삼성은 이제 애플과의 싸움에서 입는 부수적인 피해만큼, 시력이 좋지 못한 이들이 (스마트폰에) 접근하기 힘들다는 것을 인정하는 기업으로 정의됐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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