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 사과한다. 그러나 정리해고는 불가피했다. 현재 있는 1400명을 데리고 빨리 회사를 정상화시키고 난 뒤 정리해고자에 대해 생각해보겠다"
"영도 조선소 수주 물량이 한 척도 없었던 것은 선주의 선택이었다. 100원보다 80원이 이득 아니겠나. 선주는 그래서 수빅을 선택한 것이다"
▲ 고개숙인 남자 '조남호 회장' ⓒ뉴시스 |
여야 의원들 모두 "하나도 진전된 게 없는 대답을 들고 나와 뭘 하겠다는 건가"라고 조 회장을 질타했고, 민노당 홍희덕 의원은 "처음부터 정리해고가 목적이었다"라고 쏘아 붙였다.
그래도 흔들리지 않았다. 청문회 내내 자세 한 번 바꾸지 않던 그다. 심지어 카메라가 조 회장을 비추면 시간의 흐름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묵비권도 아니고 모로쇠로 일관하는 것도 아닌데 '답답하다'란 말이 절로 나왔다. 오전 이후 내내 재방송을 보는 듯했다.
"10년 연속 최우수 선박회사를 다시 만들기 위해 제 몸의 반을 잘라내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회사를) 다시 키워내기 위해 아픔을 단행한 것입니다"
배를 주문하는 선주 탓을 하고, 지금의 위기가 노동자 때문인 양 계속 남 탓을 하던 조 회장이 유일하게 한 자기 희생적인 말이다. 오전에는 팔 하나를 잘라낸 아픔이라더니, 청문회가 끝나갈 무렵에는 몸의 반을 잘라냈단다.
지루한 모노드라마를 가른 것은 민주당 정동영 의원이다. 고 김주익 씨의 장례 영상을 틀고, 김진숙 지도와 전화 연결을 시도하며 계속 청문회를 흔들었던 정 의원이 조 회장을 향해 세 번째 안타를 쳤다. 한 사진기자에 의해 드러난 조 회장의 청문회 대응 매뉴얼을 제시한 것.
"이재용 사장 조남호 회장 똑바로 모셔라. 컨닝페이퍼 보고 답하며 국민 우롱했다"
정 의원의 호통에도 조 회장은 여전히 고개를 떨군 채, 안경 한번 손으로 치켜 올리지 않았다. 행동과 말투 모두 초지일관 같은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매뉴얼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대본을 달달(?) 외운 연기자였다.
2년 동안 직원의 절반 이상인 2900명 정리해고, 2009년 3월부터 올해까지 3년간 440억 원(주식배당 포함) 배당. 유동자산 1조 원.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는 심각한 경영난에 불가피하게 진행된 고통분담이 아니었다. 누가 봐도 이명박 대통령이 말한 '탐욕 경영'의 전형이다. 민주당 이미경 의원은 이를 '조작된 위기'라고 말했다.
"어제 한진 청문회를 보니 대체 이 나라에는 청문회라는 게 왜 있나 싶더라. 이제 누가 청문회 두려워하겠나. 저녁 되니 의원들 빈자리 수두룩하고 증인이라고 나온 조남호는 대응 지침이나 보면서 연기하고. 그게 무슨"(iroum10)
한 편의 모노드라마(1인극)를 보는 것 같았던 조남호 회장 청문회. 대본은 누가 쓰고, 연기 지도는 누가 했을까. 53일간의 외유 동안 배를 수주 받기 위해 동분서주 했던 게 아니라, 청문회를 위해 절차탁마 연기 연습을 한 것 같다. 배우 '조남호'의 대기실에 꽃 한 송이라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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