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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한국에 TPP 참여 요구한다면?

[기고]미일간 TPP 협상과정 주목해야

2013년 미국의 버락 오바마 2기 행정부와 일본의 제 2차 아베 신조 내각이 출범했다. 국내 수준에서 양국 지도자의 가장 큰 과제는 경제 회복이다. 국제 수준에서는 미국은 '아시아로의 회귀', 일본은 '미일관계 강화'이다. 두 가지 목표와 밀접하게 관련된 것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PP) 이다.

TPP에는 현재 9개 국가 (미국, 호주, 브루나이, 칠레,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가 공식적으로 참가를 선언했다. 이 협정은 기존의 무역협정 수준을 넘어서 지적재산권 보호, 기술장벽 철폐, 인적이동, 환경분야까지 다룰 예정이다. 특히, 참여국 간의 규제 조화를 통해 중소 기업의 무역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TPP는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주요 전략이다. 지난 21일에 있었던 연두교서에서도 TPP가 수출 증대, 일자리 창출, 아시아 시장 진출에 있어 중요함을 밝히고, 올해 안으로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고 발표했다. 변수로는 미무역대표부 (USTR)의 론 커크 대표와 레베카 블랭크 상무부 장관대리의 교체가 있지만, 후임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을 볼 때 TPP 추진은 오히려 힘이 실릴 전망이다. 차기 상무부 장관으로는 페니 프리츠커 하이야트호텔 상속자가, 차기 미무역대표부 대표로는 라엘 브레이너드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과 마이클 프로먼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국제담당 보좌관 등이 고려되고 있다.

미국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일본의 참여 여부인데, 집권당인 자민당과 아베 총리의 입장이 모호하다. 자민당은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농업계에 지지 기반을 두고 있는만큼, 예외불인정이라는 TPP의 협상 원칙을 반대해왔다. 그러나 2차 아베 내각 출범 후, 아베 총리의 참가 결정은 용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베 총리 역시 TPP 교섭 참가를 공식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참가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는 평가다. 평소 자유무역을 지지하는데다, 이번 내각에 하야시 요시마라 농림수산상과 아키라 아마리 경제재생상 등 비농민층의 지지를 받는 인사를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7월에 예정된 참의원 선거 이전까지 TPP에 대한 기본 방향을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이 협상에 참가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요시마라 농림수산상과 아마리 경제재생상의 태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하야시 요시마라 농림수산장은 주일 미국 대사에 관세철폐 조항의 수정없이는 TPP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4월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에서 셰일가스 등 일본의 에너지원 확보 차원에서 TPP가 양국에 상호수혜적인 협정임을 강조했다. 아마리 아키라 경제재생상 역시 TPP 참가가 양국 관계 증진과 아시아 평화에 있어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일본에 대해서 미국에 정책적 유연성을 발휘해 줄 것을 요구했다. 즉, 일본 지도부로서는 농업계의 이익보호와 TPP의 전략적 이익 간의 균형을 달성하는 것이 최대 과제인 것이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진행된 한미 FTA 협상 과정은 일본과 미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농·축산업계의 반발이 전 협상 과정에서 가장 큰 위협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2007년 4월에 한국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미 FTA에 58.5%가 찬성하고 30.6%가 반대했다. 하지만 쇠고기 수입 문제가 불거진 후, 2008년에는 광우병 촛불시위가 일어났고, 이는 극심한 반미감정으로 이어졌다. 올해 1월 일본 교도통신사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는 일본의 TPP 교섭 참가에 53.0%가 찬성하고 35.4%가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2007년 당시 한국보다도 낮은 지지율이며, 일본 농업계의 극심한 반대는 최근 자유무역협정 흐름에서 일본이 뒤쳐지게 된 가장 큰 이유이다. 이를 고려할 때, 일본이 예외불인정 원칙을 받아들이더라도 미국은 일본 내 반미 감정에 대한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4대 교역국이자,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2대 교역국인 일본의 참여가 중요하다. 비록 론 커크 미무역대표부 대표는 최근에도 예외인정은 어렵다고 밝혔지만, 후임 후보 중 한명인 라엘 브레이너드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은 아베노믹스의 환율시장 개입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환율 시장에의 정부 개입을 반대해 온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례적인 발언이다. 즉, 향후 TPP 협상 원칙에도 변화가 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아직까지 한국이 TPP 참가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크지 않다. TPP 참여국들과 무역협정이 이미 이루어졌거나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이 참가하는 경우와 일본의 참가 유도를 위한 미국의 참여 요구에는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역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RCEP)과 한중일 FTA가 동시 추진될 경우, 한국의 3대 교역국인 중국, 미국, 일본이 여러 협정을 통해 얽히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경제적 측면에서는 각 협정의 원산지 규정이 복잡하게 얽히는 스파게티볼 현상을 피해야 하고, 정치적 측면에서는 중·미·일 3국 간의 역내 세력 다툼이라는 민감한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 박근혜 당선자는 한일 관계를 보다 국제적인 시각에서 다룰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TPP 참가 여부 역시, 국제적인 흐름에서 일본의 입장을 파악해 한국의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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