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의 관리자가 사내 하청 노동자들에게 불법적으로 노조 탈퇴와 '불법 파견' 소송 취하를 종용했음을 드러내는 자료가 공개됐다. 신세계 이마트 등 민간 기업에서 촉발된 노조 탄압 문제가 이제는 공공기관에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과 공공운수노조·연맹 한국원자력연구원 비정규직지회는 28일 원자력연구원 관리자의 부당노동행위가 담긴 녹취록을 공개하고, 대전지방고용청에 원자력연구원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 고소장을 제출했다.
심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지난 1월 16일 원자력연구원의 한 관리자는 하청 노동자들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내가 자네들 노조 탈퇴하라고 그랬어"라며 "(노조에) 가입하는 순간, 여기 발을 들여놓은 순간 인생의 많은 부분이 차이가 날 거야, 이미 차이가 나지"라고 말해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
하청 노동자들은 지난해 8월 말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원청인 원자력연구원이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사내 하청 노동자를 사용해온 만큼, 연구원이 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지난해 10월 원자력연구원을 상대로 '불법 파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불법 파견 소송에 대해 이 관리자는 "이 소송(불법 파견 소송)이 어떻게 판결될지 모르겠지만 노조가 졌을 경우 어떤 사태가 일어날지 알고 있어"라면서 "여기는 공공기관이고 삼성이나 현대 같았으면 아작을 냈어"라고 말하며 소송 취하를 강요했다.
그는 "NTD(핵 변환 도핑) 사업 안 하면 된다, 너희들 빼고 정규직 투입하면 된다"며 "우리 원장님, 경영진 다 포함해서 악이 이만큼 올라와 있어"라고 고용 불안을 조장하는 말을 했다.
원자력연구원(원장 정연호)은 원자로 핵연료 주기를 연구하고 원자력 에너지 기술을 개발하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으로, 핵심 사업 중 한 가지로 원자로인 '하나로'를 운영하고 있다. 하청 노동자 50여 명은 길게는 15년간 '하나로'에서 일하고 있다. 현행법상 핵심 업무,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사내 하청을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비정규직지회는 "노동자들이 정당한 불법 파견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원청인 원자력연구원이 노조 탈퇴, 불법 파견 소송 취하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 자체가 불법 파견임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밖에 심 의원은 이날 "불법 파견 소송이 제기되자 원자력연구원이 비정규직 대응팀을 구성해 소송추진팀, 제도보완팀, 대외대응팀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연구원 행정부장이 '도급 현안 TFT'를 직접 총괄했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이마트를 비롯한 민간기업도 모자라 이제 공공기관, 국책연구기관에까지 부당노동행위가 만연한 것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부당노동행위 의혹에 관해 한국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사실을 확인하는 중이라서 정확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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