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폰'이란 온라인에서 휴대전화 공동 구매 사이트 등을 통해 다수 가입자가 한꺼번에 단말기를 개통하면 추가 보조금이 붙는 휴대전화 단말기를 말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동통신사가 27만 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지만, 81만4000원에 출시된 아이폰5는 번호이동 및 특정 요금제 가입, 부가서비스 가입 등을 조건으로 한때 11만 원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신기종이 출시될 때마다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던 아이폰이 '버스폰'이 되어버린 이유는 두 가지로 추정되고 있다. 우선 아이폰5의 인기 자체가 이통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23일로 예정된 애플의 실적 발표에서 아이폰5의 판매량이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 상황이다. 팔리지 않은 휴대폰을 가격을 낮춰서라도 팔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현상일 뿐이고, 그 기저에는 타사 가입자들을 뺏어오려는 이통사들의 경쟁이 있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강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과다한 보조금 경쟁을 이유로 이동통신 3사에 각각 20일에서 24일까지 영업 정지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 7일 LG유플러스가 영업정지에 들어가자 '버스폰 아이폰5'가 등장했다. 자사 신규 가입자 모집이 중단되기 전에 LG유플러스의 가입자를 빼앗아오려는 SK텔레콤과 KT가 방통위의 제재 이후 오히려 공격적인 보조금 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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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규제 이유, 소비자 보호인가 이통사 보호인가
단순하게 생각하면 이동통신사들이 지급하는 보조금은 결국 이용자들의 단말기 구입 비용을 절감시키는 효과가 있어 소비자 후생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방통위는 보조금이 차별적으로 지급된다는 게 문제라는 입장이다. 통신 요금을 할인하면 그 혜택은 이동통신서비스에 가입한 모든 이에게 골고루 돌아가지만, '버스폰'과 같은 보조금 혜택은 인터넷 사용에 익숙하고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소비자들에게만 유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보조금은 이동통신사들이 자사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쏟는 마케팅 비용으로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미 국내 이동통신시장은 사실상 포화 상태다. 즉 통신사 사이에서 이동하는 일은 빈번하지만 총 가입자 자체는 늘어나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다. '신규 가입자 유치'라는 말은 곧 다른 통신사의 고객을 빼앗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자사 서비스에 가입한 이용자들을 붙잡기보다는 신규 가입자를 끌어들이는 게 더 급하기 때문에 보조금 마케팅이 근절되기 힘들다.
국회입법조사처도 22일 '이슈와 논점' 보고서에서 방통위가 2010년에 설정한 보조금 상한선 27만 원이 급변하는 통신시장에서 적절한 기준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출고가 부풀리기 등 부작용까지 생겨났다며 보조금 지급을 이통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방통위의 보조금 규제가 애초부터 관련 법령에 관한 자의적인 판단에서 나왔다는 주장도 있다. 2008년 전기통신사업법의 단말기 보조금 금지 조항이 일몰되면서 보조금 지급이 허용됐지만 방통위는 2010년 같은 법의 이용자 이익 저해 행위 금지 조항 등을 근거로 보조금 상한선을 설정했다. 지난해 11월 민주통합당 최재천 의원은 방통위가 보조금 규제의 근거로 든 현행 법률 및 시행령을 보면 보조금 규제를 강제하고 처벌할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방통위가 소비자 후생이 아닌 이통사들의 영업 이익 보전을 위해 보조금을 규제해 '출혈 마케팅'을 제한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22일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결국 (보조금 규제는) 통신사들의 영업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방통위가 마케팅 비용 상한선을 설정한 꼴"이라며 "소비자 후생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보조금 규제 및 이통사 제재가 과도한 통신비 부담 논란의 본질인 것처럼 호도한다는 것이다.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규제하면 이통사들이 남는 재원을 요금 할인에 쓸 것이라는 식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희망 사항이다. 이통사들이 남기면 이익이 될 돈을 굳이 기존에 확보한 가입자들을 위해 쓴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통신비 부담 완화는 결국 방통위의 의지 문제
포화 상태에 이른 이동통신업계에서 자율 경쟁이 보장됐다면 '버스폰이 된 아이폰5'는 오히려 경쟁에 따른 당연한 결과가 될 수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보고서에서 보조금 규제보다는 이통사들의 약정 조건에 따른 단말기 가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웹 사이트를 구축하는 것이 이용자들의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단말기 가격과 별개로 통신비 부담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통신 이용 요금을 낮추는 것은 결국 방통위의 의지에 달려 있다. 이동통신 요금은 방통위의 인가사항이다. 그런데 전응휘 이사는 "('통신 요금의 원가 자료를 공개하라'는 시민사회단체와 소송하는 과정에서) 방통위 측은 그동안 이통사들이 제출한 요금의 산출 근거나 적정성에 대해 별다른 검토 없이 인가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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