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일본 최고의 감독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오시마 나기사(大島渚)가 15일 오후 3시 25분께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후지사와(藤澤)시 병원에서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0세.
오시마 감독은 1959년 <사랑과 희망의 거리>로 데뷔한 이래 평생 성(性)과 폭력이라는 소재에 천착하며 일본의 군국주의와 검열, 광기, 재일 한국인 차별을 신랄하게 비판해온 감독으로 유명하다.
1960년작 <청춘잔혹이야기>로 일본 누벨 바그('새로운 물결'이라는 의미의 영화 운동)의 기수로 떠올랐고, <일본의 밤과 안개>, <교사형>, <의식> 등 문제작을 잇달아 발표했다.
오시마 감독은 대담한 성 묘사로 화제가 된 1976년작 <감각의 제국>으로 세계적인 거장으로 부상했다. 이 영화로 외설 혐의로 기소된 끝에 무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열정의 제국>(1978)으로는 칸 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
이 밖에도 태평양전쟁 중 일본군의 포로 수용소를 무대로 한 <전장의 메리 크리스마스>(1983) 등 유명 작품을 남겼다. <전장의 메리 크리스마스>에는 영국 가수 겸 배우 데이비드 보위, 일본 피아니스트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 일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기타노 다케시(北野武, 예명은 비트 다케시)가 출연했다.
한국과의 인연도 깊었다.
1963년에는 징병을 당해 태평양전쟁에서 다쳤지만 일본인과 달리 차별을 받은 재일 한국인 남성을 다룬 TV 다큐멘터리 <잊혀진 황군>을 만들었고, 1965년에는 한국 초등학생 이윤복 군의 일기를 담은 책 <저 하늘에도 슬픔이>를 바탕으로 영화 <윤복이의 일기>를 제작했다.
1968년작 영화 <교사형>에선 일본인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로 미성년자인데도 교수형을 당한 '재일동포 이진우 사건'을 다뤘다. 1968년작 <돌아온 술주정뱅이>에도 재일 한국인이 등장한다. 1993년에는 제1회 상하이 국제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참가, 임권택 감독이 <서편제>로 감독상을 받는 데 일조했다. 재일 한국인 최양일 감독(63, 일본영화감독협회 이사장)은 오시마 감독의 연출부를 거쳤다.
최 감독은 연합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오시마 감독은 선조가 쓰시마(對馬) 섬 출신이고, 본인도 대학(교토대 법학부) 재학 시절 재일 동포 친구가 있었다는 인연 때문인지 유독 한반도와 재일 한국인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며 "한국의 영화 팬들이 1960∼1970년대 오시마 감독의 작품을 다시 한번 보면서 그의 문제의식을 재발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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