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의 퇴직금을 관리하는 기관인 건설근로자공제회(공제회) 이사장직에 청와대 출신 '낙하산 인사'를 선임하려 하자 건설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건설노조는 14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진규 청와대 정무1비서관을 오는 17일 차기 공제회 이사장으로 선임한다면 강력한 출근 저지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공제회에서는 이진규 후보를 이사장으로 뽑기 위한 이사회가 2차례나 열렸지만 '낙하산 인사'에 반대하는 이사들에 의해 번번이 무산됐다. 마지막으로 지난 3일 열린 이사회에서는 이진규 후보와 노동계가 새롭게 추천한 이정식 후보(한국노총 중앙연구원장)를 두고 표결이 이뤄졌으나, 결과는 5대 5가 나왔다.
공제회는 오는 17일 다시 회의를 열어 이사장을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낙하산 이사장 선임'에 강력히 반대하던 강팔문 현 이사장이 마지막 이사회가 열린 지 불과 하루 뒤인 지난 4일 석연치 않은 이유로 돌연 사퇴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예정대로 표결이 이뤄진다면 17일 이진규 비서관이 이사장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이 비서관은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과 청와대 정무수석실 선임행정관을 지낸 인물로 '건설업'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건설노조는 설명했다.
건설노조는 "낙하산 인사에 반대한 이사들이 정부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은 것은 군부독재시절에나 볼 수 있는 만행"이라며 "건설근로자의 퇴직금을 공정하게 관리할 수 있는 인물이 공제회 이사장이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사회단체 40여 곳과 국회의원 80여 명 또한 공제회 낙하산 인사 반대 의견을 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지난해 말 "공공기관에 낙하산으로 사람을 보내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제회는 일용직 건설 노동자들이 하루 4000원씩 적립한 금액을 퇴직금으로 지급하는 민간금융기관이다. 전국의 일용직 건설 노동자 320만 명이 지금까지 공제회에 1조7000억 원을 적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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