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거리 다 올랐다
CJ제일제당은 지난 8일 밀가루 제품 출고가격을 평균 8.8% 인상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강력분은 예전보다 6% 이상 가격이 올랐고, 중력분과 박력분은 10% 가까이 가격이 치솟았다.
밀가루 가격 인상은 대선 직후 곧바로 시작됐다. 동아원이 대선 이틀 후인 지난해 12월 21일 밀가루 출고가를 평균 8.7% 올렸다. 이에 따라 업소용 포장 제품 20㎏짜리 중력1등급은 1만6600원에서 1만8150원으로 9.3% 올랐다.
두부 값도 올랐다. CJ제일제당은 대선 사흘 후인 지난해 12월 22일 부침두부 375g짜리 가격을 종전 3350원에서 3650원으로 9%가량 기습 인상했다. 콩나물값은 두 자릿수로 인상했고, 올리브유와 포도씨유값도 평균 8.7% 올렸다.
풀무원도 두부와 콩나물 가격을 지난해 12월 30일 8% 이상 올렸다.
영아가 있는 가정에 특히 부담이 큰 분유값도 올랐다. 매일유업은 지난 9일 프리미엄 제품을 없애고, 대신 일반 분유 가격을 종전보다 무려 10% 이상 한꺼번에 올렸다.
특히 경기 불황기에 서민층이 더 자주 찾는 소주 가격도 올랐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12월 22일 소주 출고 가격을 8.2% 올렸다.
▲생필품 가격이 연달아 치솟고 있다. ⓒ뉴시스 |
공공요금도 줄줄이 인상
식품 제조업체만 가격 인상에 나선 게 아니다. 공기업도 공공요금 가격 인상 러시에 들어갔다.
지난해 12월 21일 국토해양부 발표를 보면, 한국수자원공사는 광역상수도와 댐용수 요금을 지난 1일부터 톤(t)당 각각 13.8원, 2.37원씩 올렸다. 이에 따라 지방상수도 요금 원가는 1.2%가량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한국전력은 오는 14일부터 주택용 전기요금을 2% 인상하고, 산업용과 일반용도 각각 4.4%, 6.3%씩 올리겠다고 밝혔다. 최근 수년간 여러 차례 요금 인상을 타진했던 한전은 당장 작년 8월에도 평균 전기료를 4.9% 올린 바 있다.
민자고속도로는 작년 말부터 각 지역에서 잇따라 요금을 인상하는 추세다. 인천공항고속도로는 7700원에서 8000원으로, 대구~부산 고속도로는 9700원에서 1만100원으로, 서울외곽고속도로는 4500원에서 4800원으로 올랐다.
이미 작년 6월 요금을 올렸던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말 지식경제부에 요금을 또 올리겠다고 요청했다가, 여론의 거센 반발에 밀려 인상 계획을 2월 이후로 유보했다.
아무리 어렵다지만…
요금을 올리는 업체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세계적인 이상 기후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치솟으면서, 이를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밀가루 제조업체의 경우 밀가루의 주원료인 원맥의 최근 국제 가격이 작년 초보다 40%가량 치솟아, 이를 가격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들 업체의 말을 그대로 믿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주요 제품 가격에 큰 영향을 끼치는 원·달러 환율이 최근 가파른 하락세(원화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원화 가치가 오르면 자연히 원재료 수입 가격은 하락한다. 더구나 원맥 등 일부 원제품은 이미 작년 말, 고점 대비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는 분석마저 있다.
이 때문에 레임덕에 들어선 정부의 행정력이 힘을 잃어, 업체들이 단순한 가격 현실화를 넘어 대놓고 가격 짬짜미(담합)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연달아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서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작년 12월 28일 부당한 식품 가격 인상은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CJ제일제당, 풀무원 등은 바로 다음날 제품 가격을 올렸다.
현 정권이 힘을 잃고, 이에 따라 업체들에 대한 정부의 행정력이 약해진 데 따른 현상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다른 제품들의 추가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리라는 점이다. 밀가루 가격 인상은 라면, 자장면, 과자 등 서민층이 찾는 가격의 추가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공공요금 인상 역시 다른 제품 가격 인상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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