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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행태경제학 지혜 활용하길

[이정전 칼럼]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부

박근혜 당선인의 인수위원회가 구성되었다. 과연 박근혜 당선인은 어떤 밑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언론보도에 의하면,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 대한 향수에 젖은 계층이 저번 대선에서 박근혜 당선인의 당선에 결정적으로 기여하였다고 한다. 만일 이 계층이 앞으로도 계속 정치권에 영향을 끼친다면, 박근혜 당선인이 이끌 정부의 앞날이 심히 우려된다. 그 계층은 엄청난 시대적 착오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대는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다. 앞으로 우리가 당면할 시대와 질적으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 계층은 그 시대를 그리워하다 못해 그 시대의 사고방식과 태도가 아직도 유효하고 우리의 앞날에도 유효한 것처럼 착각하고 있으니까 하는 말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대는 일자리가 얼마든지 있었기 때문에 적당히 일해도 얼마든지 먹고살 수 있었던 '낭만 시절'이었다. 허나, 지금이나 앞으로의 시대는 경쟁분위기가 사회 곳곳에 스며드는 '무한경쟁의 시대'다. 박정희 대통령 시대는 세계 경제를 걱정할 필요 없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화의 덫'에 걸려 있어서 세계경제가 죽으면 우리나라 혼자서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소용없다. 지금 세계 경제는 초저성장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니 우리나라도 앞으로 상당 기간 초저성장을 각오해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고도성장을 그리워할 때가 아니다.

▲박근혜 당선인 ⓒ뉴시스
설령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고도성장이 가능하다고 하자. 그 시대에는 돈이 곧 행복이었고, 따라서 경제성장과 이로 인한 소득수준의 향상만으로도 정부가 국민을 얼마든지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었던 시대였다. 그러나 지금 선진국 문턱에 와 있는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 선진국이 그랬던 것처럼 빵만으로는 국민이 행복해질 수 없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다시 말해서 경제성장만으로는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시대가 지금 전개되고 있다.

이와 같이 초저성장의 시대 그리고 경제성장만으로는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없는,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른 시대가 온다고 하면, 정부 역시 새로운 시대에 맞추어 환골탈태하는 것이 당연하다. 우선, 정부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불신부터 해소해야 한다.

한국기독교언론포럼이 실시한 최근의 한 여론조사에서도 정치에 대한 극도의 불신이 다시금 확인되었다. "정치가 국민을 행복하게 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우리 국민의 70.5%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하였고, 겨우 5.5%만이 그렇다고 응답하였다. 정치권에 대한 전망도 좋지 않다. "차기 정부가 국민의 행복감을 얼마나 높여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우리 국민의 41.3%가 높여주지 못할 것이라고 응답하였으며, 오직 15.5%만이 긍정적으로 답하였다. 정치인에 대한 인식도 아주 나쁘다. 우리 국민의 거의 80%가 정치인은 자신들의 명예와 권력욕만 채우는 사람들이거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분쟁만 일삼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는 '관 주도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다. 우리나라가 세계에 자랑하던 고도경제성장은 정부의 주도 아래 기업과 함께 일구어낸 합작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속적 경제성장과 소득수준의 향상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의 행복지수가 높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결국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정부와 기업이 실패하였다는 뜻이요,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확인해주고 있다.

<자본주의 4.0>을 쓴 칼레츠키는 이제 새로운 자본주의 시대가 온다고 말하고 있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이번에는 '큰 정부, 작은 시장'의 시대가 올 차례다. 허나, 과거 케인스경제학이 지배하던 자본주의2 시대의 '큰 정부'가 그대로 반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그래서도 안 된다. 우선, 선진국 정부들이 그때처럼 큰 영향력을 행사할 여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모두들 빚더미 위에 앉아 있기 때문이다. 설령,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해도 그 수단이 마땅치 않다. 예를 들어서 지금 우리 경제의 현안이 되고 있는 물가문제를 보자. 옛날에는 금리 인상이 물가를 잡는 효과적인 방법이었지만, 자본시장이 자유화된 오늘날에는 효과적인 방법이 되기 어렵다. 금리를 올리면 외국인의 채권투자자금이 들어오고 금융기관의 외화 차입이 늘어나기 때문에 통화량이 잘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큰 정부, 작은 시장' 시대의 정부는 주로 공권력에 의존하는 '자비로운 독재자'였다. 그러나 이 자비로운 독재자가 국민위에 군림하면서 결국 대형 '정부의 실패'를 낳았고 이로 인해서 자본주의2가 무너졌다. 이런 과오가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도 새 시대에 맞게 변신해야 한다. 어떻게 변해야 할까? 정부 지출과 공권력의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세련된 방법'으로 조용히 국민에게 봉사하는 정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아주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보자. 2002년 월드컵대회를 앞두고 우리나라에서는 깨끗하고 쾌적한 화장실 만들기 운동이 일어났다. 화장실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청소를 자주 해주어야 하는데, 특히 남자 화장실의 소변 흘리기가 골칫거리였다. 소변 흘리기로 인한 악취와 불결을 막기 위해서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인력을 더 많이 배치할 수 있지만 돈이 많이 든다. 그러나 아주 손쉬운, 획기적 방법이 있다. 남자의 소변 변기 가운데에 파리를 그려 넣는 것이다. 그러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그 파리를 조준하고 소변을 보기 때문에 소변 흘리기가 크게 줄어든다. 실제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황에서 이 방법을 실시해본 결과 소변 흘리기가 80%나 줄어들었다. 굳이 공권력을 동원하지 않고 돈도 많이 쓰지 않으면서 그야말로 조용히 소변 흘리기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 아주 사소한 사례이지만, 이 사례에 담긴 정신을 최대한 살린 정부가 새 시대의 정부다.

이 예에서 보듯이 아주 사소한 것이 사람들의 태도를 크게 바꾼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사례들을 잘 인정하려고 하지 않지만, 강제나 경제적 인센티브에 의존하지 않고도 사람들을 특정 방향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방법과 사례들을 두뇌과학자들이나 심리학자들이 수없이 줄줄이 늘어놓고 있다. 이들의 연구 결과를 일부 이단적(?) 경제학자들이 받아들이면서 이른바 행태경제학이 최근 크게 각광을 받고 있다. 앞으로의 정부는 행태경제학의 이런 지혜를 활용하면서 조용하고 세련되게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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