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등을 해킹하면 애플 운영체제인 iOS나 '앱스토어'에서 제공하지 않는 기능을 설치할 수 있고, 유료 앱을 무료로 받을 수도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에서도 '루팅'(rooting)이라는 해킹 방법으로 관리자 권한을 얻을 수 있다.)
▲ 시디아 실행화면. |
요새는 클릭 한 번으로 탈옥이 가능할 만큼 탈옥 프로그램도 일반 이용자들에게 친숙해졌다.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도 유용한 '탈옥앱'을 추천하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단점도 있다. 탈옥을 하면 보안상의 위험이 커진다. 검증받지 않은 앱을 잘못 설치하면 해커에게 개인정보가 새어 나갈 수도 있다. 기기 고장이 생겨도 애프터서비스(A/S)를 받기 힘들어진다. 불법 탈옥폰에 대한 애플 측의 의무는 없다. 유료 앱을 무료로 이용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하지만 애플 자체도 시디아가 제공하는 기능을 인정해 iOS 업데이트 시 반영하기도 했다. 탈옥이 단순한 '불법 개조'일 수 없는 이유다. 불법 복제는 용인할 수 없지만, 순기능이 아예 없지는 않았던 셈이다.
어두운 '탈옥폰'의 미래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변하고 있다. 우선 탈옥 자체가 용이하지 않게 됐다. 보통 새 아이폰이나 새 버전의 운영체제가 출시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전 세계 프로그래머 중 하나가 탈옥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후 일반 이용자들도 이용하기 쉬운 형태로 프로그램이 배포된다.
하지만 애플이 지난해 9월 아이폰5를 출시한 이후 현재까지도 탈옥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아이폰5뿐 아니라 4세대 아이패드나 아이패드 미니에서도 탈옥에 성공한 사람이 없다. 탈옥에 성공했다는 주장도 가끔씩 나왔다. 하지만 결국에는 뜬소문에 그쳤다. 애플이 신제품에서 탈옥이 더 이상 용이하지 않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탈옥 분야에서 큰 변화를 맞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건은 '해큘러스'(hackulous)의 폐쇄다. 해큘러스는 시디아에서 설치할 수 있는 인스톨러스(Installous)를 통해 유료 앱을 무료로 배포하는 사이트다. 하지만 지난해 마지막 날 해큘러스는 운영이 더 이상 어렵게 됐다며 폐쇄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해큘러스 사이트(hackulous.us)는 물론 인스톨러스도 종료됐다. 앱 불법 복제물을 검색해 내려받을 수 있던 앱트래커(apptrackr) 등의 서비스가 한꺼번에 종료됐다.
해큘러스의 폐쇄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자금난에 따라 운영이 힘들어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해큘러스에 수많은 이용자가 몰려 거둔 광고 수입만 해도 만만치 않다는 반론이 나온다.
다른 설명도 있다. 해큘러스가 미리 발을 뺐다는 주장이다. 더 이상의 탈옥폰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 탓이다. 탈옥폰 이용자들은 애플이 발표한 새로운 운영체제에서도 탈옥폰을 계속 쓰고 싶어 한다. 그러려면 우선 새 버전으로 업데이트한 후 재탈옥을 해야 한다. 하지만 최신 운영체제인 iOS6를 탑재한 기기의 탈옥이 수월치 않게 됐다. 이용자들은 구 버전의 운영체제에서 탈옥폰을 계속 이용하는 것보다 기능이 많이 개선된 새 버전을 사용하고 싶어 할 가능성이 높다. 탈옥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불법 복제 논란을 낳는 활동을 계속할 유인이 떨어진다.
해큘러스가 사라지면 불법 복제 앱 사용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개발자들의 이익이 보장되니 해큘러스의 폐쇄는 환영받을 만하다. 하지만 해큘러스의 폐쇄 소식 직후 '제우스모스', 중국의 '콰이융' 등 무료 앱을 배포하는 다른 곳들이 주목받고 있다. '공짜 앱' 욕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제우스모스 측은 해큘러스 폐쇄 이후 자신들의 서비스는 주로 개발자들을 위한 것이라며 인스톨러스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탈옥폰의 강점은 공짜 앱에 있지 않았다. 자신이 소유한 기기를 '주는 대로 쓰지' 않으려 하는 도전 정신에 있었고 애플도 이들의 성과를 일부 인정했다. '공짜 앱 시대'의 끝을 '탈옥폰 시대'의 끝이라고 섣불리 전망하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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