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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무슨 선생이야?" 투명인간 취급받는 우린…

[2012 비정규노동 수기 공모전 수상작·④] 학교 비정규직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2012년 '비정규노동 수기 공모전'을 열어 지난 12일 당선작 1편과 입선작 5편을 선정했습니다. <프레시안>은 해당 수상작 6편을 게재합니다. <편집자>

'비정규 노동 수기' 공모전이 있다고 글을 한번 써보라고 전회련 본부(공공운수노조 전국회계직연합회 학교비정규직본부)에서 전화가 왔다. 잘 쓰는 글은 아니지만, 언젠가 우리들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장이 생기면 꼭 한번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알리고 싶었다.

학교에서 근무하지만 '교사도 아니고, 공무원도 아닌' 우리들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그래서 우리들이 생전 처음 파업을 한다고 선언했을 때에도 '학교에서', '편안히' 일하는 자들이 무슨 파업이냐는 따가운 눈초리를 받아야했다.

그렇다. 우린 학교 비정규 노동자다. 우린 교무실, 행정실, 급식실, 도서실, 특수학급, 보육교실, 학교 곳곳 꼭 필요한 곳에 꼭 필요한 손길들이다. 하지만 우리들의 고용은 늘 불안하고 처우는 바닥에 닿아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을 만큼 처절하다. 그러한 우리 현실을 알리고 싶었다. 내가 하고 싶은 우리들의 이야기를 몇 줄 글로 다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저 나는 내가 있는 이곳 학교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전하련다.

ⓒ뉴시스

나는 학교도서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사서다.
구부러진 채 굳어진 오른손 새끼손가락이 책상을 덮고 있는 차가운 유리판에 닿을 때마다 손목을 지나 팔꿈치까지 찌릿하게 통증이 전해져 온다. 종일 마우스를 잡고 인터넷 서점을 뒤적이며 몇 백 권의 책들을 일일이 체크하다 보면 가느다란 손가락에 무리가 갈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이렇게 책을 살 수 있다는 건 행복이다. 우리 학교 아이들에게 신간도서를 보여줄 수 있고, 고전과 명작들을 소개해 줄 수 있으니 말이다.

올해로 학교도서관에서 계약직 사서로 근무한지 햇수로 10년이 된다. 도서관 사서가 되겠다고 어렵사리 공부하여 취직한 학교도서관은 내가 꿈꾸던 '학교'와는 또 '도서관'과는 거리가 먼 곳이었다.

첫 학교에서 비정규직이 전부 그만둔 이유

첫 학교는 70여 명이 넘는 교직원이 근무하는 고등학교 도서관이었다. 아이들의 자습감독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학교도서관은 일요일에 개관을 하도록 계약하게 했고, 그렇지 않으면 계약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1년 반을 근무하면서도 혹 계약이 해지될까봐 싫은 소리 한마디 못해가며 매주 일요일 어린 나의 아이들은 겨우 주먹밥으로 점심을 때우게 하고 일을 해야만 했다.

처음엔 원래 학교도서관이란 것이 그런가보다 했는데, 다른 학교 사서들을 만나고 학교 내 다른 비정규직 직원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그 이유는 내가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란 걸 알게 되었다. 일 년 365일, 일요일만 따지면 55주, 70명 교직원들이 1년을 돌아가며 출근하면 일 년 중 딱 하루만 출근해도 될 일이었다. '도서관 업무'가 아닌 일을 한다는 것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지만, 직장이란 것이 내 자존심만 세우고 할 수도 없는 것이니 그러려니 했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365일 중 단 하루라도 학교에 나와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게 싫다는데 그 일을 내가 도맡아 해야만 했다는 데 화가 났다. 그때 만일 내가 '노동조합'이라는 걸 알고 있었더라면, 그렇게 그 학교를 박차고 나오지도 않았을 텐데…….

그땐 그 상황이 그저 싫고 화만 나고, 어쩔 수 없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 퇴사를 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 이후 상황이 더 기가 막혔다. 내가 그만두고 나오자 행정실무사(당시 과학보조라 불림)에게 일요일 근무를 시킨 것이다. 그 선생님도 결국 그만두셨고, 그 자리는 차례차례 다음 비정규직들에게로 옮겨졌다. 그래서 그해 결국 그 학교에 근무하던 모든 비정규직들이 그만두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그 후 옮겨온 학교는 소규모 학교였지만, 몇 학급이 더 늘면 365일 계약을 해주겠다고 하여 들어오게 되었다. 그런데 이 학교에서도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5년째 월급 100만 원을 받으며 학교도서관을 지키고 있다.(급식비 월 7만 원을 제하고 나면 100만 원도 안 되는 월급) 그나마도 '도서관'에 대한 열정이 있는 관리자가 있으니, '사서'도 있는 것이라고 자위하면서 이런 상황에 몇 백 권 책을 살 수 있다는 걸 다행으로 생각하며 지내고 있다.

정규직 사서였다면 '투명인간' 취급 했을까?

하지만 월급 백만 원보다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든 것은 내가 학교에 근무하고 아이들의 독서교육을 담당한다고 하면서도 그저 나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혹은 나를 심부름꾼 취급하는 주변의 시선들이었다.

어느 해 봄 아이들과 독후활동을 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재료를 사고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아이들에게 홍보까지 해놓고 시작하려는데, 학교에 다른 행사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미리 알아보지 않은 나의 실수도 있겠지만, 늘 학교에서 뒷전인 비정규직 사서에게 '학사운영'이란 게 공유될 리 만무했고, 교직원회의에는 말 그대로 교원과 공무원인 교직원만 참석하고 '회계직'이라 불리던 우리 비정규직들은 아무도 참석을 못하기에 그달그달 미리 알아두지 않으면 알 수가 없고, 미리 알고 있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교직원 회의에서 바뀌어 버리면 뒷북치는 '사서'가 되는 것이다.

또 가끔 교사들이 도서관에서 와서 묻는다. "선생님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겠어요?", 갑자기 개그프로그램중 하나인 개그콘서트의 한 꽁트 '네가지'가 생각난다. "그래, 나 혼자 있다. 혼자서 하루종일 컴퓨터 들여다보다 책 들여다보다 한다. 그렇다고 나 심심할 짬 없어. 누굴 한량으로 아나. 너희들이 도서관 와서 일해 봐. 책 한권 빌려 보려면 사서의 손을 몇 번 거쳐야 하는지 알아? 책 선정해야지, 품의해야지, 입수되면 검수해야지, 등록해야지, 한 권 등록하는데 20개 항목도 넘는 걸 다 입력해야 돼, 등록 끝나면 넘버링해야지, 측인 찍어야지, 레이블 붙여야지, 다시 키퍼 붙여야지, 그리고 서가에 정리해야지. 이것들이 누굴 심심풀이 땅콩쯤으로 아나. 우리도 일해 엄청 많이. 백조처럼 위에선 우아해 보일지 몰라도 발 동동 굴러가며 일한다고" 라고 외치고 싶다. 우스갯소리처럼 하지만, 이 말에 '맞아, 맞아' 맞장구치는 비정규 사서들이 대부분일거라 생각한다.

그것뿐이랴. 아이들이 독서에 흥미를 갖도록 독서연구도 해야 하고, 독후활동 준비도 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은 '담당교사'들의 손을 거쳐 그들의 실적이 되고, 우리가 한 일은 그저 도서관을 지키는 일밖에는 없어 보인다. 내가 만일 비정규직 사서가 아니라 '정규직 사서'였더라도 그들은 나에게 아무런 이야기도 없이 도서관행사 일정을 미루게 했을까? 월급 백만 원도 '너에겐 아깝다'는 그런 말들을 내뱉을 수 있을까? 참 억장 무너지고 가슴 답답한 현실이지만 그래도 학교에 같이 근무하는 다른 비정규직 선생님들보다는 상황이 좀 낫다는 게 스스로 위안이라면 위안일지도 모르겠다.

"니들이 무슨 선생이야?"

얼마 전 교무실에 계신 행정실무사(예전에 교무보조라 불리던) 선생님들 두 분이 도서관에 내려오셨다. 여간해선 두 분을 한자리에서 같이 보기가 정말 어려운 일인데(식사도 교대로 하셔야 하고, 교사들이 한 분이라도 자리를 비우면 전화 받을 사람 없다며, '내가 전화 받는 사람이야?' 이런단다.) 그 날은 어두운 표정으로 두 분이 다 내려오셨다. 아무래도 학교를 그만두셔야겠다면서.

지난 봄 '교원업무경감' 차원으로 교사들은 수업에 집중하고, 잡무를 덜어주어야 한다면서 그 '잡무'라 불리는 모든 일들이 '행정실무사'들에게 돌아갔다. 그 업무폭탄을 맞고도 일 년을 잘 버티신 선생님들이시다.

'일이 많은 건 참겠어요. 일이 많아도 나를 인정해주는 게 오히려 내가 있는지 없는지 유령 취급할 때보다는 나아요. 하지만, 인간적인 모욕은 도저히 못 참겠어요.'라고 말씀 하시며 눈시울을 적신다. 올 초 경기도교육청에선 '학교비정규직' 처우개선의 일환으로 '호칭개선'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그래서 이전까지는 '00보조', '00씨', '미스00', '00양'이라고 부르던 호칭을 '선생님'으로 부르자는 이야기다. 그리고 학교 내에서도 어느 정도 잘 지켜지는 것 같았다. 먼저 우리끼리 서로를 '선생님'이라 불렀고, 그걸 보는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언니'에서 '선생님'으로 자리잡아가던 터였다.

그런데 교무실에서 무슨 이야기 끝에 한 부장이 교감과 이야기하면서 '쟤네 둘~'이라며 '쟤들 일도 모르는데 그걸 맡기면 어떡하느냐'고 이야기를 한 것이다. -그 '쟤들' 중엔 아이 엄마인 행정실무사 선생님도 있다- 그 말에 호칭개선이 되었고,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된다고 한 분이 얘기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니들이 무슨 선생이야?'라고 말하는 그 부장의 이야기에 일년 동안 묵묵히 참아가며 일했던 스스로의 처지가 한없이 가엾게 느껴지기만 한다는 것이다. 그 이면엔 학교비정규직을 '교육의 주체'로 생각하지 않는 우월주의가 숨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업무폭탄이지만 1년, 아니 이제 몇 달만 더 지나도, 교사들은 행정실무사들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이고, 그네들이 지금껏 '아무도 아닌 자' 취급하는 우리들의 역할이 없이는 '학교'도 제대로 설 수 없는 것을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이다.

교사들은 힘든 일 떠넘기고, 비정규직은 '알아서' 그만두고

특수교육실무사들이나 보육교실 선생님들은 또 어떤가. 특수아동이나 도움반 학생들은 교사 혼자의 힘으로 업무를 다 해낼 수 없기 때문에, 함께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궂은 일 힘든 일은 모두 비정규직 실무사들에게 전담하게 하고 담당교사들은 기안 몇 개 하는 것도 이젠 '교원업무 경감' 해야 하니 실무사들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다. 몸이 불편한 장애아동들과 체험학습을 한 번 나갈라치면 8시간 근무시간을 훌쩍 넘겨 제시간에 퇴근하지 못해도, 학교에서는 돈이 없다고 초과수당도 못준다고 한다. 그깟 수당 몇 푼 안 받아도 좋다. 한 직장에서 2년 이상 근무하면 무기전환이라도 시켜줘야 하는데, 무기전환은커녕 1년 지나면서부터는 알아서 그만두거나 특수교사들끼리 알음알음으로 특수교육실무사들을 이동시켜버리기 일쑤다. 그래서 결국 10년을 특수교육실무사로서 일을 해도 무기전환이 되지 않은 채, 그만두거나 학교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처음 월급 100만 원 넘었다고 울었지만…

지난 9월에는 학교비정규직 처우개선안으로 몇 가지 수당들이 신설되었다. 우리들이 힘을 합쳐 외치니 그나마도 조금 귀 기울여 주는 듯, 선심 쓰듯 수당들을 내어주었다. 많지는 않지만 교통보조비, 가족수당 등을 받았을 때, 급식실에 계신 조리실무사님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시기까지 했다. 그분들은 새벽 7시 반이면 출근해서 그날 조리할 식재료들을 검수하고 준비하며, 아이들이 몰려오는 12시가 될 때까지 숨 한 번 고르지도 못하고 정신없이 일하신다. 배식이 끝나면 물 들이키듯이 밥 한술 후루룩 털어 드시고, 또 다시 씻고, 닦고, 정리하고 허리 한번 필라치면 '아악' 소리가 절로 새나온다.

그렇게 16년을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신 조리실무사님은 일하면서 처음으로 월급이 백만 원이 되었다고 기쁨의 눈물을 훔치셨다. 하지만 처음 학교에 들어와 일하기 시작했을 때나 16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건 9월에 새로이 신설된 수당 몇 푼이 전부다. 근무일수는 더 늘어났고, 학생 수가 늘어 노동 강도는 배가 되었는데도 그저 월급이 백 만 원이 넘었다는 사실이 감개무량하다고 말씀하신다. 이제 학교 들어온 지 1년이 채 안 된 새내기 조리사님과 월급이 같은데도 말이다. 참 기가 막혀서 웃음도 안 나오는 현실이다. 아파도 대체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병가 한 번 못 내보고, 인대가 늘어난 어깨를 칭칭 동여매고 출근해서 무거운 잔반통을 이고 지고 날라도 학교에선 누구하나 그분들의 처우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

차별받지 않고 '교육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싶다

이렇듯 사람들이 '비정규직'이라고 부르는 우리들은 학교 곳곳에 꼭 필요한 사람들이다. 교사들은 힘들다고 싫다는 일, 공무원들은 할 수 없는 일들을 하고 있는 우리들이 왜 비정규직이어야만 하는지 묻고 싶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우리가 딱 그 짝이다. 공무원 기준에 맞춰서 임금인상 3.5% 해주고, 공무원이 아니라서 호봉제 못해주고, 학교에서 근무하지만 교원이 아니므로 9시간 근무하고, 휴게시간은 자기네들 업무 시키느라 교대로 쉬어야 하고. 그러면서도 '악'소리 한번 못하고 그 자리에서 언제 잘려나갈지 몰라 숨죽이며 살아야 하는 우린 학교비정규직들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 어마어마한 월급도 아니고, 승진도 아니다. 소박한 우리들의 희망은 사람답게 사는 삶이다. 차별받지 않는 삶이다. 우리들이 있는 이 자리에서 언제나처럼 우리들의 미래인 아이들을 보살피고, 교육하는 교육의 주체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싶을 뿐이다.

나의 이야기를 나와 함께 있는 우리 비정규직 동지들의 이야기를 쓰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꼬부라진 새끼손가락 때문은 아니리라. 추운 겨울이 다가오면 어디선가 해고통보를 받고 남모르게 눈물 훔치며 가슴아파하는 동지들이 있기에, 가슴이 저려온다.

* 이 글의 원제는 <나는 학교비정규직입니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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