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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린 당선 확실시… 서울 교육 '보수 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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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린 당선 확실시… 서울 교육 '보수 선회'

예상 뒤엎고 압도적 승리… 혁신학교 등 수정 불가피

임기 1년 반의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 보수진영 단일후보로 출마한 문용린(65) 서울대 명예교수의 당선이 확실시 된다.

이로써 곽노현 전 교육감이 추진하던 혁신학교, 무상급식 등의 정책에 강한 브레이크가 걸리게 됐다. 당초 보수진영 후보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온건한 입장을 보였던 문 후보는 시간이 지나면서 좀 더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특히 18대 대통령에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당선이 확실시 돼, 문 후보는 내년에도 정부와 같은 교육노선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서울 교육, 다시 보수세로

이번 선거 유세 과정에서 문 후보는 이수호 진보진영 단일후보와 오차 범위 내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상대적으로 시민들의 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탓에 후보들은 하나같이 힘든 유세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문 후보의 압승 구도가 만들어졌다. 19일 오후 6시, 보궐선거 투표가 끝난 후 발표된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문 후보는 52.6%의 지지율을 얻어 39.4%에 머무른 이 후보를 크게 앞질렀다.

출구조사 결과가 방송을 통해 나오는 순간, 서울 중구 신당동 문 후보 캠프 관계자들은 "이겼다"고 환호하며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문 후보도 오후 5시 50분을 조금 넘어 캠프에 도착해 방송을 지켜본 후, 주먹을 불끈쥐었다.

이날(19일) 밤 11시 38분 현재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개표가 29.47% 이뤄진 가운데, 문 후보는 전체 선거인 248만표 중 85만 표를 얻어 53.76%의 득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 후보는 59만표를 얻어 득표율 37.34%를 기록 중이다.

이로써 문 후보는 7조6000억 원의 예산을 손에 쥐고 5만 명이 넘는 서울시 교원과 지방공무원에 대한 인사권, 서울 시내 2121개 학교와 120만 명 학생에 대한 지도·감독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됐다.

대선과 달리, 교육감 당선자는 20일 곧바로 취임식을 갖고 임기를 시작한다.

이 후보의 배경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대정서를 집중적으로 공략한데다, 이상면 전 후보의 중도사퇴로 보수층 표가 결집된 데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상면 전 후보 사퇴 과정에서 보수단체의 불법 선거운동 논란이 빚어져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 선거가 극도로 혼탁해진 것은 씁쓸한 뒷맛을 낳았다.

특히 사교육업체와의 특수 관계 논란이 이어진 터라, 앞으로도 문 후보는 교육운동단체와 불편한 관계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19일 오후 6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문용린 후보가 미소짓고 있다. ⓒ뉴시스

곽노현 정책 '올스톱' 하나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된 후, 서울시 교육정책은 진보와 보수를 오갔다. 공정택 전 교육감과 곽노현 전 교육감이 모두 전임 교육감의 불미스런 구속 이후 당선됐기 때문이다. 이제 문 후보 당선으로 인해 서울의 교육정책은 다시금 보수 우위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지난달 19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우선 할 일은 곽 전 교육감이 서둘러 진행한 사업들이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도록 살피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곽 전 교육감이 추진한 혁신학교, 학생인권조례, 무상급식 등 대표적 정책에 브레이크를 걸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문 후보는 학생인권조례가 교육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이 조례의 일선학교 적용에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아이들 인권은 어른이 보호해야 할 것"이지, 보편적 권리를 무턱대고 줘본 들 교육현장에 혼란만 초래한다는 게 문 후보의 입장이다.

혁신학교 확장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혁신학교가 거둔 성과는 부분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여러 차례에 걸쳐 혁신학교가 전교조 위주로 운영된다는 불편한 심경을 내비친 바 있다.

이와 관련, 11월말 현재 서울시에는 총 61개 혁신학교가 있고, 29개가 예비혁신학교로 지정돼 혁신학교 전환을 준비 중이다.

문 후보는 고교 서열화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 특목고, 자사고 등도 존치시킨다는 입장이다. 경쟁교육 대응책으로 중학교 1학년 기간 시험 없는 기간을 도입하겠다고 문 후보는 밝혀왔으나, 중학교 입시경쟁의 중요 원인인 고교서열화 원인이 존치되는 한, 이 제도의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는 현재로서 미지수다.

무상급식 수혜 범위 확장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무상급식의 필요성은 인정했지만, 곽 전 교육감이 무상급식 예산을 확보하느라 학교 시설개선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무상급식 대상 범위를 임기 안에 고교까지 확대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던 이수호 후보와 대비되는 부분이다.

문 후보는 특히 전교조가 추진한 학교 바꾸기 운동은 철저하게 반대하는 '보수 본색'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선거 유세 기간 문 당선자는 이 후보가 내세웠던 공약인 혁신학교, 내부형 교장공모제, 교무회의 법정화 등을 모두 "전교조가 교육계를 장악하기 위한 전략"으로 맹비난한 바 있다.

소규모 학교제, 고교 의무무상교육 등의 정책을 제시하며 유세 초반 '상대적으로 온건하다'는 이미지를 보였던 문 후보는 사교육업체와의 관계를 다른 후보자가 물고 늘어지자, 반 전교조 정서를 자극하며 보수표 결집에 나섰다. 이와 같은 행보가 당선 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새 대통령과 궁합은?

특히 새 대통령이 될 박근혜 후보와 교육정책 보조를 맞춰가면서, 서울의 교육정책에는 더욱 보수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가 수월성 교육을 지지하는 현 정부 교육정책과 궤를 같이 하는 공약을 상당수 내걸었기 때문이다.

박 후보가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겠다는 등 사교육에 대한 강한 규제정책 의지를 밝혔으나, 문 후보 역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사교육을 강하게 규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이 부분에서도 새 대통령과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진보적 교육정책을 추진해 온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새 대통령, 문 후보와 홀로 날선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더 커졌다.

한편 패배가 확실해진 이수호 후보는 이날 밤 11시경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있는 선거사무실을 방문해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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