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 당일 투표소에 행정공무원을 '질서유지요원'으로 배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 선거에서 전례가 없던 일이어서, 선관위가 '투표 독려 행위'를 지나치게 위축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8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따르면, 선관위는 14일 전국의 지자체에 '투표소 주변 질서유지요원 추천 협조' 공문을 내려 보냈다. 질서유지요원으로 차출된 공무원은 대선 당일인 19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투표소 주변에 배치된다. 지난 대선에서는 전례가 없던 일이다.
선관위는 질서유지요원이 필요한 이유로 "정당, 시민단체 등이 선거당일 투표소 입구에서 투표 참여 권유를 빌미로 특정 후보자 지지, 반대 등 선거인의 자유로운 투표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공무원노조는 "선관위가 기존의 투표관리관 외에 별도의 질서유지요원을 추가로 배치한다면 '인증샷' 놀이 등 투표참여 행위를 위축시키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무원노조는 또 "특히 지역의 경우 행정공무원과 주민이 서로가 누군지 알고 있다"며 "공무원이 투표소에서 주변을 배회하며 주민들이 나누는 얘기를 들으면, 주민들은 언행을 조심할 수밖에 없고 공무원들은 '관권선거' 의혹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선관위의 이번 방침은 선관위 규정에도 근거가 없다. 공직선거법을 보면 "투표 질서가 문란하거나 특정 후보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별도의 '질서유지요원'이 아닌 현장의 투표사무원, 투표관리관, 경찰공무원 등이 이를 제지하도록 돼 있다.
공무원노조는 '투표소 질서'는 기존의 투표관리관과 경찰공무원만으로도 충분히 유지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선을 불과 며칠 앞두고 내린 졸속적인 지침이 공무원들의 투표권을 박탈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공무원노조는 "해당 공무원들은 투표사무 종사원이 아니기 때문에 미리 부재자 투표를 실시하지 않았다"며 "오전 6시부터 오후 18시까지 일하게 하는 것은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투표권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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