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퇴직 후 유방암으로 지난 3월 36세에 사망한 고 김모 씨가 산재승인을 받았다. 유방암이 산업재해로 인정된 건 국내에서 처음이다.
지난 4월 삼성반도체 공장 노동자 중에서는 처음으로 산재승인을 받은 김지숙 씨에 이어 두 번째다.
반도체 노동자 피해자들을 돕는 모임 반올림은 16일 김 씨가 근로복지공단 평택지사로부터 산재승인을 받았다며 "이번 산재승인은 삼성반도체 노동자의 직업병에 대한 연이은 산재승인이라는 의미도 크지만,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유방암을 산재로 인정한 것"으로 "특히 야간노동을 수반하는 교대근무와 전리방사선, 유기용제와 유방암의 관련성을 인정하였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반올림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은 고 김 씨가 19세이던 지난 1995년부터 2000년까지 4년 9개월간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근무할 당시, 물질의 노출을 정량화하기 힘든 상황에서 유기용제와 방사선에 노출된 사실을 인정했다.
유기용제란 시너, 솔벤트 등 다른 물질을 녹이는 성질을 가진 유기 화합물이다. 유기용제와 방사선은 발암물질로 꼽힌다.
고 김 씨는 2000년 1월 퇴사 후 결혼해 슈퍼마켓을 운영하며 생활했으나, 2009년 8월 28일 조선대병원에서 유방암 3기 진단을 받고 2012년 3월 사망했다.
반올림은 고 김 씨가 방사선, 비소 등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임플란트 공정에서 근무했으나 차폐가 완벽하지 못한 업무환경에서 일했고, 업무 당시 방사선 측정계도 없었다고 밝혔다.
반올림에 따르면 고 김 씨의 수술을 담당한 조선대 관계자는 "체내에서 유방암이 발생 후 치료를 요할 정도의 임상증세의 발현까지는 수년 이상의 장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할 때, 1995~2000년까지의 삼성전자 업체의 근무여건(방사선 노출, 화학물질의 접촉 등)과 유방암 발생과 인과관계가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는 소견을 밝혔다.
근로복지공단은 "노출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암 발병률이 높은 점, 해외사례에서 교대근무로 인한 유방암 발병율이 높다는 보고 등의 자료를 근거로 복합적으로 판단할 때, 고인의 유방암 발병은 과거 반도체 사업장 근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은 조만간 산업재해보상보험 유족급여와 장의비 등을 유가족에게 지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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