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남지 않은 이번 대선의 경우 야권이 처한 객관적 조건은 좋은 편이다. 잘한 것 하나 없는데다 공심(公心)이라고는 찾아볼 길이 없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질린 유권자들의 정권교체 열망이 제법 높기 때문이다. 박근혜 새누리당도 현명한 움직임을 보이거나 약삭 빠른 포지셔닝을 하고 있지 않다. 박근혜 새누리당은 어울리지 않는 외연확장 시도를 금방 중단하고 시장 보수 및 반공 보수로 회귀했다.
문제는 야권의 주체적 역량이다. 김대중이나 노무현 같은 걸출한 리더가 없으면 팀웍이라도 좋아야 할텐데 문재인 민주당과 안철수 캠프는 아직까지도 아름다운 단일화에 성공하고 있지 못하다. 부자연스런 단일화 이후 힘의 기울기가 박근혜쪽으로 기우는 기색이 완연하다. 여기서 더 밀리면 지지자들은 포기하고 부동층은 박근혜에게 붙는다. 추세가 고착되면 대세가 되고 대세가 형성되면 돌이키기 힘들다.
무엇보다 놀랍고 실망스러운 건 민주당이다. 지금의 민주당을 보면 야당이 아닌 여당처럼 느껴진다. 현재의 민주당에는 승리에 대한 갈망도, 팽팽한 긴장도, 견인불발의 투쟁의지도, 대의를 위한 헌신과 희생도, 결사의 각오도 찾아볼 길이 없다. 대한민국을 위해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정당이 저런 식으로 선거를 치르는 건 정말 이해가 안된다. 지금의 민주당을 보면 선거에 패해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든다.
▲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뉴시스 |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결단만이 문제를 해결한다. 피와 살이 튀지 않는, 자기 희생이 전제되지 않는 승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문재인에게 필요한 것은 용맹과감이고, 민주당에게 필요한 것은 희생이다. 용맹과감과 희생만이 대한민국을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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