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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대 "고개숙여 사죄"…3분만에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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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대 "고개숙여 사죄"…3분만에 사퇴

화살은 권재진 장관, 최재경 중수부장에게

사상 초유의 검찰 수뇌부 파동의 한가운데 섰던 한상대 검찰총장이 30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격 사퇴했다. 검찰개혁안은 검찰 내부의 반발로 발표하지 않았다.

이날 한 총장은 원래 예정했던 오후 2시 기자회견을 10시로 앞당겨 "저는 이제 검찰을 떠납니다"라고 말하고 조건 없이 사퇴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곧바로 한 총장의 사의를 수용키로 했다.

당초 한 총장의 이날 기자회견은 대검 중수부 폐지를 비롯한 개혁안을 내놓고 자신에 대한 신임을 묻는 조건부 사퇴 형식이 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 총장은 이날 오전 출근 직후 직원들을 불러 사퇴 발표를 오전으로 앞당기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와 더불어 검찰개혁안 발표 역시 취소됐다.

한 총장은 "떠나는 사람은 말이 없습니다. 검찰개혁을 포함 모든 권한을 후임자에게 맡기고 표표히 여러분과 작별하고자 합니다"라고 말했다. 약 3분 남짓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한 총장은 준비한 발표문만 읽은 후 질문을 받지 않고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한상대 검찰총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사퇴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 총장의 사퇴는 지난 8일 김광준(51) 서울고검 검사의 금품수수 의혹 표면화로 불거진 검찰 수뇌부 갈등의 여파다. 검경 갈등이 격화된 상황에서 검찰 수뇌부의 부패가 드러나자, 한 총장은 중수부의 반대에도 불구, 특임검사를 지명해 김 검사 사건을 직접 수사하기로 했다.

이후 지난 22일 서울동부지검 전모(30) 검사가 여성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은 사건까지 터졌고, 같은 날 최태원 SK 회장에 대한 검찰의 봐주기 구형 논란이 터지면서 검찰 내부는 벌집을 들쑤신 듯 시끄러워졌다. 한 총장이 최 회장 봐주기에 직접 연관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검찰 내부에서 한 총장의 입지는 좁아졌다.

급기야 최재경 중수부장과 한 총장의 갈등이 표면화됐고, 검사들 사이에서는 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연판장이 돌았다. 한 총장은 그 결과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한 총장이 사퇴했으나,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사실상 힘을 잃은 한 총장을 희생양으로 삼은 모양새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최재경 부장 역시 조만간 사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최 부장은 이날 오전 8시께 대검 청사 앞에 모인 취재진에게 "감찰문제가 종결되는 대로 공직자로서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시민사회와 학계에서는 권재진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부장 역시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여야 대선후보들은 검찰 개혁을 외부의 손에 맡겨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다음은 한 총장의 사퇴발표 전문이다.

저는 오늘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합니다. 먼저 최근 검찰에서 부장검사 억대 뇌물 사건과 피의자를 상대로 성행위를 한, 차마 말씀드리기조차 부끄러운 사건으로 국민 여러분께 크나큰 충격과 실망 드린 것에 대하여 검찰 총장으로서 고개숙여 사죄를 드립니다.

남의 잘못을 단죄해야 할 검사의 신분을 망각하고 오히려 그 직위를 이용하여 범죄를 저지른 데 대해 검찰의 총수로서 어떠한 비난과 질책도 달게 받겠습니다. 저는 이제 검찰을 떠납니다. 떠나는 사람은 말이 없습니다. 검찰 개혁을 포함한 모든 현안을 후임자에게 맡기고 표표히 여러분과 작별하고자 합니다. 여러분,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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