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감찰본부는 29일 뇌물수수 혐의로 특임검사의 수사를 받는 김광준(51) 서울고검 검사와 최재경(50) 대검 중수부장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감찰본부에 따르면 최 중수부장은 김 검사가 감찰본부의 감찰을 받던 지난 8~9일 10차례에 걸쳐 문자메시지를 통해 언론대응 방안 등을 조언했다.
김 검사는 최 중수부장에게 '유진에서 돈 빌려준 거 확인해 줬는데, 계속 부인만 할 수도 없고 어떡하지?'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최 중수부장은 '법에 어긋나는 일을 한 적이 없다, 사실과 다른 이야기다, 이렇게 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마세요'라고 답했다.
또 김 검사가 '계속 부인할 수도 없고 어떻게 기자들을 대해야 할지'라고 하자 최 중수부장은 '강하게 대처, 위축되지 말고 욱하는 심정은 표현하세요'라고 조언했다.
감찰본부는 "감찰 기간에 감찰 대상자와 언론대응 방안에 대해 사실과 다르게 진술하도록 조언하는 등 품위를 손상한 비위가 있고 이 사실이 감찰 발표 전 언론에 보도될 경우 검찰 위상 및 신뢰손상이 매우 심할 것을 우려해 감찰 착수와 동시에 공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수부와 특수부 검사들은 "최재경 중수부장이 김 검사의 비위를 상부에 보고해 감찰이 시작된 것"이라며 한상대 총장의 감찰 지시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대검과 중앙지검 검사들에 따르면 지난 4일 최재경 중수부장이 독자적인 첩보망을 통해 김 검사의 비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5일 이를 한 총장에게 보고하자, 한 총장이 최 중수부장에게 '김 검사와 통화해 사정을 파악해 보라'고 직접 지시했다.
최 중수부장이 김 검사와 통화하자 김 검사는 "집 사람 건강이 좋지 않아 차명으로 돈을 빌렸다"고 답했고 최 중수부장은 김 검사에게 경위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대검의 한 검사는 "김 검사가 경위서를 제출하자 감찰본부가 즉시 감찰조사에 착수했다"며 "김 검사는 오히려 친구가 자신을 죽였다며 최 중수부장을 원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수부·특수부 검사들은 이날 감찰본부의 문자메시지 공개에 대해 "감찰 조사 내용을 외부로 유출하는 것은 감찰규정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대검 검사는 "전날 법무부에서 내려보낸 직무명령서에도 감찰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지 말라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법무부의 지시를 어기면서까지 한 총장이 감찰조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감찰본부장이 규정 위반을 들어 언론 브리핑을 거절하자 한 총장이 대검 대변인에게 지시해 브리핑 없이 자료만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대검 측은 이날 오후 2시30분 이준호 감찰본부장의 브리핑이 있을 것이라고 통보했으나 오후 3시10분께 대검 대변인이 자료만 전달했다.
대검 대변인실은 "(감찰본부장이 법무부로부터 감찰내용을 공개하지 말라는 직무명령을 받았는지에 대해) 공식적으로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한 총장은 이날 문자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본인이 직접 작성한 뒤 대변인을 통해 배포했다고 대검 관계자가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밑에서 반대가 없었다고) 총장이 발표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차장·공안부장에게 확인결과 총장은 28일 오후 5시30분경 감찰개시발표 문건을 이미 작성 후 참모들 의견을 물었고 구체적 경위를 모르는 참모들은 반대의견을 피력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특임검사 통해 경위를 확인한 즉시 참모들은 40분이나 발표시간 연장 요청을 하면서 반대의견을 수차례 개진했으나 총장이 반대를 무릅쓰고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감찰본부 측은 한 총장이 직접 보도자료를 작성했다는 주장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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