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인터넷에는 '농촌 부녀자의 경고, 중국에서 돼지고기를 먹는 것은 자살행위'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중국 돼지는 호르몬·수면제·중금속 성분 등이 섞인 사료를 먹기 때문에 5~6개월만 키우면 출하되고, 이 고기를 먹으면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주장이 돌고 있다.
속성으로 키우는 닭고기도 논란이 됐다. <중국경제망>은 24일 "호르몬 등이 들어간 특수 사료를 먹인 닭고기를 45일 만에 출하해 대형마트와 패스트푸드점 등에 유통한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보도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국내 언론에도 28일 소개됐다.
"중국 닭 45일 뒤 출하, 한국 닭은 30~35일 뒤 출하"
그러나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해당 게시글이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속성 사육이나 성장호르몬이 문제라면, 한국이나 미국도 모두 중국 인터넷에서 떠도는 말과 똑같은 방식으로 돼지와 닭을 사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관련 기사 : 가축 찍어내는 '동물 농장', 구제역 '부메랑'으로)
심지어 한국은 중국보다 5~10일 더 빨리 닭을 사육한다. 한국에서 닭은 1.0~1.5kg이 될 때 도축하는데, 그 시기가 30~35일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 정책국장은 "한국은 닭 한 마리를 통째로 먹는 식습관이 있기 때문에 가슴, 다리 등 부분육을 주로 소비하는 미국, 중국, 일본보다 사육일수가 짧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금지한 '살찌는 약', 한국은 허용
게다가 한국 정부는 돼지를 빨리 살찌우기 위해 중국 정부가 사용을 금지한 약물도 허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약물이 '락토파민'이다. 이 약물은 사람의 천식이나 만성 폐쇄성 폐질환 치료에 사용하는 기관지 확장제로 쓰이나, 부작용으로 체중 증가 효과가 있다.
락토파민이 들어간 가축용 약물은 미국의 엘란코사가 '페일린'이라는 상품명으로 판매하고 있다. 페일린의 사용을 합법적으로 허용한 국가는 한국, 미국, 캐나다, 호주, 브라질, 멕시코, 태국 등 20여 개 국가에 불과하다. 중국과 유럽은 페일린을 금지하고 있다.
박 정책국장은 "중국은 락토파민 사용이 불법이라 몰래 사용하다 적발돼서 문제이고, 한국은 락토파민을 허용하고 있어서 아예 문제가 안 된다"며 "한국은 먹을거리에 대한 최악의 안전 규정을 가진 나라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쇠고기에도 성장호르몬 사용 승인"
특히 박 정책국장은 "한국은 세계 최초로 양식 어류에 유전자 조작 성장호르몬 사용을 승인한 나라"라면서 "소비자들은 모르는 상태에서 몇 년 전부터 광어, 새우 등 양식장에서도 성장호르몬이 쓰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례로 LG생명과학은 자사 홈페이지에 2005년부터 수산용 성장촉진제를 충남 서산 돌돔가두리 양식장, 흰다리새우 노지 양식장, 태안군 우럭양식장 등에 공급해왔다고 홍보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LG생명과학 관계자는 "엘토실이라는 해당 제품은 LG생명과학에서 2007년부터 판매하지 않고 있으며 등록취소신청을 승인받은 제품"이라며 "서산, 태안 등에 수산용 성장 촉진제를 공급한 것도 2007년부터 중단됐다"고 반박했다.
수입산 사료도 문제다. 앤 N. 마틴의 <개와 고양이 사료에 관한 진실>을 보면, 캘리포니아는 개와 고양이 사체를 렌더링 공장의 탱크에 집어넣는 것이 합법이다. 문제는 개와 고양이의 사체가 섞인 잔여물이 양식장 사료원료로 가공돼 중국, 일본, 싱가포르, 타이완과 더불어 한국에도 수출된다는 점이다.
가축의 경우 미국은 젖소에만 성장호르몬을 허용한 반면, 한국은 젖소뿐 아니라 한우에서도 성장호르몬이 쓰인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와 관련, 유럽에서는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위해 호르몬 처리를 한 육류를 표시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사료 안전성에 대해서 박 정책국장은 "농약, 제초제를 쓰는 과정에서 땅이 중금속에 오염됐을 가능성은 있다"며 "사료의 주재료인 옥수수가 수입산인 만큼 중국 사료라고 더 위험하고 한국 사료라고 덜 위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가축사료용 옥수수의 99%는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이다.
"건강에 영향 미칠 우려 있는 약물 사용 금지해야"
이러한 사실을 지적하며 그는 "정부가 성장촉진용 사료나 약물을 허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어떤 물질이 유해한지를 일일이 농민들이 알기는 어려운 만큼, 인체 건강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약물은 금지하거나, 호르몬 처리를 한 육류에 대한 표시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림수산식품부 검역검사본부 동물약품관리과 관계자는 "락토파민 등은 과학적 검토를 거쳐 잔류 허용 기준이 설정돼 있고, 허용치 이하인 경우만 출하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며 "다른 동물약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느 나라는 금지하므로 우리나라도 금지하라면, 어떤 나라는 허용돼 있는 것은 어떻게 설명하느냐"며 "과학적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단순히 성장호르몬이기 때문에 안 된다면 금지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호르몬 육류 표시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에 대해서 농림수산식품부 검역검사본부 축산물안전과 관계자는 "트렌드가 그렇게 간다면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 A4용지 한 장도 안 되는 공간에서 사육되는 닭들. ⓒ한국동물보호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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