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27일 방송할 예정이던 대선후보 검증 프로그램을 갑자기 방영 중단시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박근혜 후보 측에 유리한 대선국면을 만들기 위한 것 아니냐는 내부 비판이 거세다.
2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김현석)와 KBS 기자협회에 따르면, KBS는 이날(27일) 밤 10시 방영할 예정이었던 <2012 대선후보를 말하다>(가제)의 방영을 취소했으며, 이 소식은 방영 하루 전인 지난 26일에서야 제작진에 전달됐다.
이 프로그램은 KBS 보도본부가 대선을 대비해 꾸린 '대선후보 진실 검증단'이 제작한 것으로, 이미 제작이 거의 완성된 상태였다.
대선후보 진실 검증단은 이 프로그램의 기획 방향을 수개월 전부터 잡아놓고, 일찌감치 취재에 들어간 상태였다. 이미 지난 20일 편성제작회의 실무회의를 통과해 방송 날짜까지 사실상 확정됐었다.
이와 더불어 KBS는 탐사보도팀이 준비한 <대통령을 만드는 사람들>(가제)의 방영 또한 불투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와 기자협회 등은 KBS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 불리한 내용이 보도될 것을 우려해 불방 사태가 생기고 있으며, 그 책임은 길환영 신임 사장에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KBS 새노조는 "사실상 방송이 확정돼서 구체적으로 일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방송이 불방"됐다며 그 이유는 박근혜 후보 밀어주기를 위한 KBS 수뇌부의 결정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새노조는 그 근거로 "(KBS는)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순번이 주어지지 않자, 후보 초청 토론을 아예 무산시키거나, 야권후보 단일화 토론 방송시간을 심야로 늦췄다"며 "<9시 뉴스>를 비롯한 KBS 뉴스는 이미 '박근혜 헌정방송'이 된지 오래"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KBS는 "기획 방향과 방송 시점이 적절한지에 대한 재검토와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제작진이 방송을 준비한다고 해서 모든 방송이 편성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KBS 기자협회는 27일 긴급성명을 내 "'대선 후보 진실 검증단'이 대선 후보를 검증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후보등록도 끝난 마당에, 기획과 시점이 무슨 문제가 된다는 말"이냐며 "불방 결정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기자협회는 길환영 사장을 두고 "임명장에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특정 권력에 대해) 보은에 나서"고 있다며 사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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