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초기와 달리 이스라엘 군의 폭격은 점점 더 많은 민간인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18일엔 한 대가족이 사는 집을 폭격하여 알 달루라는 가문의 일가 11명이 모조리 폭사했다.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 110명 중 절반 가까운 수가 민간인이며, 이 중 27명이 어린아이였다. 과연 서울 절반의 크기에 150만 명이 사는 인구밀집 지역에 이스라엘이 주장한 대로 '외과적 작전'이 가능한가에 대해 근본적으로 의문이 생기는 시점이다.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라는 용어를 쓰기에도 너무나 많은 희생자가 어린아이·여성·노인 등 사회적 약자였다.
이스라엘 공군은 국제외신기자들이 모여 있는 건물에도 폭격을 가했다. 이번 침공 들어 두 번째 언론사 폭격이었다. 이 폭격으로 인해 1명의 기자가 죽고 6명이 부상했다. 외신기자들은 폭격을 당하지 않기 위해 특정 건물에서 사무실을 쓰며 이스라엘 군에 그 건물의 위치를 알려 공격을 피한다. 그렇기에 언론, 병원 시설물이 '비의도적인' 공격을 당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2008년 가자 침공전쟁에서 보였듯이 점령국은 종종 전략적 의도로 언론사를 공격했다.
현지의 기자들은 이러한 폭격의 위험을 피해 병원에서 기사를 쓴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이 아직까지는 병원에 공습을 가하지는 않았으나 2008년 가자침공 전례를 볼 때 병원도 안전하지 않다. 당시 22일 동안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전역의 5곳의 주요 병원과 유엔(UN) 학교 등을 폭격하였다. 이스라엘은 이번 언론사 폭격과 관련하여 '그 어떤 곳이든 하마스와 관련이 있는 곳이면 공격 대상'이라며 사실상 가자지구 전역이 이스라엘군의 타깃이라고 공표했다.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자, 평화활동 종사자들이 트위터를 통해 참혹한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있다. 1, 2분이 멀다하고 새로운 공습, 새로운 피해자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공식 대변인실에서 밝혔다시피 하룻밤 새 평균 200회 이상의 폭격을 가하고 있다. 현지주민들은 잠을 못 잘 뿐 아니라 언제 어디서 공습을 당해 죽을지 모르는 공포에 매순간 시달리고 있다.
강경한 내부의 목소리
이스라엘 주요 언론인 <하레츠>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민 84%가 이번 공격에 찬성하고 있고 이 중 지상군 투입에 찬성하는 이들도 30%나 됐다. 이번 공격에 대해 국제사회가 평화의 목소리를 내는 것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내부에서도 확전은 막자는 온건한 목소리가 있기는 하지만 그 수가 많지 않고, 대다수는 팔레스타인에 대해 매우 강경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더불어 이스라엘 유명인사들의 독설 또한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전 총리였던 아리엘 샤론의 아들 길라드 샤론은 유명 일간지 <예루살렘 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가자지구를 중세시대로 돌려놔라", "미국이 히로시마(広島)와 나카사키(長崎)에 그랬듯이 우리는 그들이 까불지 못하도록 가자를 뭉개(flatten)버려야 한다"고 했다. 이스라엘의 장관 마탄 빌라니는 "그들이 로켓을 계속 발사한다면 그들은 더 큰 홀로코스트를 맛보게 될 것"이라며 현 상황의 이스라엘의 역할을 2차대전 당시 독일 나치와 동일함을 인정한 첫 이스라엘 사람이 되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전쟁의 배경? 선거용 '팔풍'
언론, 외교안보 분석기관 등은 이스라엘의 대규모 가자 공습의 주요 목적에 대해 네타냐후의 집권당의 총선 대승과 팔레스타인의 유엔 비회원국 지위 획득 저지라고 분석했다. 팔레스타인은 유니세프(UNICEF)에서 독립국가로서 그 지위를 인정받았고 이번에 유엔에서 비회원국 자격으로 주권을 인정받기 직전에 가자 공습이 일어났다.
1월 22일로 예정된 총선을 세 달 앞두고 이스라엘 의회는 조기 투표를 위해 해산했고, 총리인 벤야민 네타냐후와 내무부장관인 아비그도르 리베르만이 이끈 극우정당끼리 연정하여 의회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초 극우 정당을 탄생시켰다. 사회적 양극화, 고물가, 경제위기 등 내부의 불만이 심각한 상황에서 불만을 외부로 돌리고 전쟁을 통해 국내의 '안보' 위기감을 조성하여 표를 얻는 것은 이스라엘이 오랫동안 써온 고전적인 전략이다. 이스라엘의 '총선 직전 대규모 군사작전'으로 1955년, 1961년, 1981년, 1996년 팔레스타인을 대상으로 한 공격과, 1981년 이라크 원자로 폭격, 1996년 레바논 공습, 2009년 가자지구 공습이 있다.
부수적 이익? 과연... 가자 침공의 주인공 된 아이언 돔
비록 많은 유사점에도 불구하고 이번 가자전쟁을 2008년과 동일선상에 놓을 수 없는 주요한 요인이 하나 있다. 바로 이스라엘군의 신형 방호시스템 '아이언 돔'이 그것이다. 날아오는 로켓탄의 탄도 예상궤도를 분석해 미사일을 발사해 무력화시키는 아이언돔은 미국의 재정적 지원 하에 이스라엘이 개발해 올해 실전 배치한 신형무기이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로 날아오는 하마스의 로켓 90%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주요 언론사, 군사전문 분석가들은 실제 날아오는 로켓의 30% 정도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전쟁 초기부터 군 공식 대변인 블로그, 트위터 등을 통해 아이언 돔의 성과를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칭찬해왔다. 이번에 최초로 실전 배치되어 그 성과를 보여준 아이언 돔은 자연스럽게 이스라엘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이스라엘군 대변인의 성과보도와 더불어 이번 전쟁의 주요한 핵심 영웅으로 부상했다. 한국 언론사들도 앞 다투어 단거리 로켓부터 사정거리가 70Km에 이르는 중거리 로켓까지 방어하는 아이언 돔에 대해 상세히 다루어 가자지구 전쟁보다 더 큰 이슈가 되었을 정도다.
팔레스타인인의 피를 팔아 홍보?
아이언 돔은 초기 미국의 지원 2억500만 달러에다, 더불어 올해 5월 추가적으로 6억8000만 달러의 돈을 지원받아 개발, 배치한 무기이다. 총 9억 달러나 되는 미국의 세금이 투자되어 제작된 아이언 돔은 개발국 이스라엘로서도 여러모로 큰 부담이었다. 그 성능이 완벽하지 않아 지속적으로 실험을 해야 했고, 요격용 미사일 타미르 한 발 당 4000만 달러나 되는 고비용으로 적극적으로 수출을 하지 않고 내수 목적으로만 사용하면 엄청나게 손실인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수출하기 위해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했는데, 마침 이번에 가자지구 침공전쟁을 통해 대대적인 선전이 된 것이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절묘한 타이밍이다. 이번에 가자지구를 공격하면서 이스라엘은 하마스로부터 700발 이상의 로켓 공격을 받았다. 아이언 돔이 성과를 보여준 것은 물론이거니와 실전상황에서 아이언 돔의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기에는 최고의 실험장이었던 것이다. 군산복합체국가들이 무기소비, 촉진, 실험을 위해 전쟁을 일으킨 여러 사례들을 봤을 때 이번 가자지구 침공도 동일선상에 있음을 알 수 있다.
▲ 이스라엘의 단거리미사일 방어체제 '아이언 돔'. ⓒAP=연합뉴스 |
한국의 아이언 돔 구매 의사
한국은 연평도포격 이후 방공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고,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에 관심을 보여 왔다. 특히 지난해 한국은 고등훈련기 T-50의 대이스라엘 수출을 시도했으나 이탈리아에 밀려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 뒤 양국의 관계는 소원해졌고 이스라엘은 주요 무기 고객국인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올해 초부터 한국의 초계함 구매와 이에 대한 대가로 한국의 아이언 돔 구매에 관련해서 꾸준히 논의해왔다.
11월 18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의 경제지 <글로브스>는 이스라엘이 대우해양조선으로부터 1억 달러 규모의 순찰함 4척을 구매하기 위한 검토를 마쳤고 한국은 아이언 돔 구매 의사를 밝혔다고 하였다. 이스라엘 국방부 관계자는 "순찰함 구매 여부와 상관없이 한국은 아이언 돔을 위한 시장"이라며 한국 수출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스라엘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가자공격을 통해 아이언 돔의 성능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기회가 됐다며, 이스라엘 국방부는 아이언 돔의 수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 밝혀 이번 가자침공이 이런 무기홍보와 연관이 없지 않음을 확인해주었다.
지금까지 아이언 돔 구매의사를 밝힌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7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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