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사이 국내 재벌그룹 계열사에 대한 총수일가 지분은 줄어들었으나, 계열사 지분을 통한 지배력은 더 강해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근 5년간 삼성ㆍ현대자동차ㆍSKㆍLGㆍ롯데ㆍGSㆍ한진ㆍ현대중공업ㆍ한화 등 국내 9대 재벌그룹의 지분구조와 신규계열사 출자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 계열사의 재벌총수 일가 지분은 2007년 3.54퍼센트(%)에서 올해 2.68%로 0.86%포인트 줄어들었다고 1일 밝혔다.
반면 계열사 지분은 같은 기간 42.23%에서 50.65%로 8.42%포인트 늘어났다. 총수일가가 2.7%도 되지 않는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한 것이다.
총수일가의 그룹 계열사에 대한 지분비율은 5년 사이 더 줄어들었으나, 계열사 간 지분은 더 늘어난 것이다. 계열사 지분을 통해 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총수일가의 지배력이 더 강해졌다는 뜻으로, 지분율 왜곡이 더 커졌음을 의미한다. 총수일가의 지분 대비 계열사 지분배수는 2007년 12배(3.54/42.23)에서 올해 19배(2.68/50.65)로 늘어났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그룹의 지분율 왜곡이 총수일가 지분 대비 계열사 지분 배수 61.8배(0.95/58.75)로 가장 컸다. 삼성그룹 총수일가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율은 2007년 0.81%에서 올해 0.95%로 늘어났으나, 같은 기간 계열사 지분율은 40.91%에서 58.75%로 더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어 SK그룹 60.8배(0.8/48.6), 현대중공업 57.4배(1.21/69.42), 한화 27.5배(1.96/53.97) 순이었다.
이처럼 계열사 지분을 통한 총수일가의 그룹 지배권이 강화되는 현상은, 최근 5년간 편입된 신규 계열사에 대한 총수일가 지분과 계열사 출자지분의 차이가 더 커진데서도 알 수 있다고 경실련은 밝혔다.
경실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새로 편입된 계열사에 총수일가가 출자한 지분은 0.6%에 불과했으나, 그룹 계열사가 출자한 지분은 62.52%에 달했다. 재벌그룹에 새로 편입된 계열사의 경우, 총수일가 지분 대비 계열사 지분배수가 무려 104.2배에 이르렀다.
또 최근 5년간 9대 재벌그룹에 새로 편입된 계열사 285개 중 93.7%에 달하는 267개 기업에는 총수일가 지분이 전혀 없었다.
경실련은 "재벌총수의 소수지분으로 순환출자를 통한 계열사 지배가 여전하며, 재벌의 경제력 집중은 심화되고 있다"며 "재벌의 무분별한 계열사 확장을 통한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출총제가 재도입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지배주주가 계열사 간 순환출자를 통해 기업집단을 지배함으로써 다른 주주의 지분이익이 침해되고,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킨다며 "순환출자 고리를 활용한 편법승계 및 그룹지배를 막기 위해 순환출자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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