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팔 다친 교사가 월급 못 받고 출근한 이유?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팔 다친 교사가 월급 못 받고 출근한 이유?

기간제교사 2700여명, 성과상여금 집단소송

3년 경력의 기간제 교사 A씨. A씨의 업무량은 보통 정규직 교사보다 많다. 지난 여름 방학 때는 기간제 교사들만 학교로 나와 아이들을 지도했다. 나오지 않을 경우 월급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차별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방과 후 학교 업무도 기간제 교사인 A씨의 몫이었다. 계약은 보통 만 1년을 채우지 않는다. 학교에서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이른바 '쪼개기 계약'만을 제시했다. 계약 기간이 끝나갈 즈음인 지난 겨울 방학에는 팔을 크게 다쳤다. 그러나 A씨는 월급도 받지 못하고 출근해야 했다. "내년 3월에 재계약하자"는 학교 측의 요청 때문이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일을 하지 않을 경우 재계약을 할 수 없는 건 당연했다.

정규직 교사들과 같은 업무를 수행함에도 각종 불이익을 받는 기간제 교사2721명이 교육과학기술부를 상대로 집단 행동에 들어갔다. 첫 번째 행동은 그간 받지 못한 성과상여금 지급 소송이다.

기간제 교사들, 정부 상대 집단 소송 들어가

전국기간제교사협의회는 31일 오후 6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민주노총법률원과 공동으로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만 명 기간제교사의 차별받는 현실과 불합리한 상황을 알리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고 밝혔다.

기간제 교사들은 대게 학교 현장에서 정규직 교사 이상의 노동에 시달린다. 그럼에도 그에 합당한 대우는 받지 못한다.

특히 가장 대표적인 차별 사례가 바로 성과상여금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 기간제 교사 4명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지난 6월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아냈으나, 교과부는 오히려 "기간제 교사가 교육공무원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항소한 상태다.

더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리고도 보상은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더 낮다는 얘기다.

지난 8월 교과부가 기간제 교사들을 달래기 위해 내년부터 성과상여금을 지급하기로 했으나, 기자회견에서 교사들은 "교과부는 기간제 교사가 교육공무원이 아니지만 이들의 처우 개선과 사기를 북돋우려고 성과급을 준다고 해 기간제 교사들을 분노케 했다"며 "기간제 교사들이 원하는 것은 일시적인 시혜가 아닌 정당한 권리 보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교과부는 지난 2003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기간제 교원도 공무원 신분을 유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교과부 스스로 앞뒤가 맞지 않는 입장을 보인 셈이다.

이번 소송을 대리하는 신윤수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장)는 "상위법령인 국가공무원법이 보수성과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성과급을 주지 않으려 하는 건 교사들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간제 교사들은 업무 현장에서 차별에 시달린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기간제 교직원 최소화해야"

당장은 성과상여금을 확보하는 게 목표지만, 소송에 나선 기간제 교사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기간제 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는 것이다. 나아가 기간제 교직원을 최소화해, 학교 교직원 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늘리는 것이다.

경력 7년 차의 기간제 교사 B씨는 "보통 교사들의 기피 업무인 시험문제 출제, 정문지도, 야간 자율학습 지도는 젊은 기간제 교사의 몫"이라며 "특히 정규직 교사들 위주로 수업 시간표가 작성돼, 기간제 교사들은 각 학년의 각기 다른 수업을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B씨는 지난해 한 학기 고교 1, 2, 3학년의 각기 다른 수업 4과목을 한꺼번에 담당해야 했다. 자연히 수업준비 시간이 줄어들어 교사의 업무 강도가 높아지는 건 물론, 학생들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사립학교에서 사회 과목을 담당하는 기간제 교사 C씨는 "성과금 몇백만 원보다 중요한 건 더 이상 희망고문을 받지 않고 일하는 것"이라며 "'정교사를 시켜줄 테니 조금만 참아라'는 학교의 요청에 매번 속으면서도 기피업무를 도맡아야만 하는 상황을 해결해달라"고 말했다. C씨는 정교사가 휴직하는 등 한시적인 상황에서만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도록 하는 사립학교법 54조가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도록 관련 법에 처벌 조항을 만들어줄 것을 요구했다.

나아가 이들은 기간제 교사를 착취하는 교육 현장 분위기를 궁극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한국의 경우 OECD 평균 15.8명보다 8.3명이나 많은 24.1명에 달한다"며 "학급당 학생 수도 한국은 28.6명으로 OECD 평균 21.4명보다 7.4명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처럼 교육 환경이 열악함에도 정부가 이를 개선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비정규직 교원을 더욱 늘리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매년 늘어나는 기간제 교사, 시간강사, 수준별 강사, 전일제 강사, 인턴 교사 등의 신종 비정규직 교직원을 양산하는 근시안적인 교원수급정책을 반성하고, 안정적인 정규 교원 수급을 위한 예산 마련과 법정 정원을 확보"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한편 이번 집단소송을 주도한 전국기간제교사협의회는 지난 8월 1일 결성된 기간제 교사들의 모임으로, 현재 공동대표 9명과 3000여 명의 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 단체는 지난해 국가를 상대로 성과상여금 소송 1심에서 승소한 기간제 교사들의 만남이 계기가 돼 결성됐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