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문재인-안철수, '죄수의 딜레마'에 빠졌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문재인-안철수, '죄수의 딜레마'에 빠졌다

[이정전 칼럼] 양 김 씨의 실패로부터 교훈 얻어야

요즈음의 정치 판도를 보면서 1987년 대선 때의 악몽을 상기하고 가슴 졸이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때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의 세 후보가 출사표를 던지면서 치열한 3파전이 벌어졌다. 그러나 김영삼후보와 김대중후보는 박정희-전두환 정권으로 이어지는 군사독재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국민의 간절한 여망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당시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야권이 단일 후보를 낼 경우 승리가 확실하였다. 만일 김영삼 후보와 김대중 후보가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협동하면 오랜 군사독재를 끝내는 쾌거를 이룰 뿐만 아니라 이들이 그토록 원했던 대통령 자리를 차례로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 후보가 동시에 출마하면 모두 낙선하면서 국민 대다수가 싫어하던 노태우 후보가 어부지리를 얻게 되는 상황이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이런 상황에서는 김영삼 후보와 김대중 후보 중에서 한 사람만 나오는 것이 자신들에게도 이익이고 국민에게도 이익이다. 그래서 양 김 씨에게 후보를 단일화 하라는 국민의 성화가 빗발쳤다. 이런 여론의 압력에 못 이겨 이른바 상도동계와 동교동계로 알려진 양쪽 진영 사이에 무수히 많은 물밑 대화가 있었다. 심지어 후보 단일화를 놓고 두 후보가 직접 담판을 짓도록 감금(?)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두 후보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동시에 출마하였다. 결과적으로 두 후보 모두 고배를 마시는 치욕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문민정부의 출현을 그토록 바라던 국민에게 큰 마음의 상처를 안겼다. 학술 용어로 말하면, 양 김 씨는 죄수의 딜레마의 덫에 걸리고 말았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금년에도 국민이 대선에 거는 간절한 소망이 있다. 썩어빠진 우리 정치판의 쇄신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런 국민의 간절한 여망이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에게 쏠리고 있다. 이 두 후보 각각 정치 쇄신을 최고 목표로 삼고 선거판에 뛰어들었으며, 이 뜻을 기필코 이루겠다고 국민에게 다짐하였다. 또한 이들이 그럴만한 의지와 능력이 있다고 많은 유권자들이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정치의 때가 묻지 않은, 참신한 이 두 후보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가 노회한 정치가인 여권 후보를 크게 능가하고 있다. 그러니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서로 신뢰를 쌓고 협동하기만 한다면 이들은 자신들의 그 큰 뜻을 실현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후보가 대통령 자리에 연연한다면 과거 김영삼, 김대중 후보처럼 대통령 자리도 날아갈 뿐만 아니라 정치 쇄신을 바라던 국민에게 큰 죄를 짓게 된다. 이렇게 보면,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역시 과거 양 김 씨처럼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 빠져 있다.

그렇다면, 이 두 후보가 이런 죄수의 딜레마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서로 협동하면 모두에게 이익이고 협동하지 않으면 모두 망한다는 것이 죄수의 딜레마의 교훈이다. 따라서 대답은 극히 상식적인 것이다. 두 후보 각각이 대통령의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오직 정치 쇄신에 대한 국민의 여망만을 바라보고 상호 신뢰 아래 협동하는 것이다. 사실, 정치 쇄신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있는 일도 아니요, 어느 한 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이미 수십 년 우리 정치판이 썩어왔으니, 두 후보 중에서 어느 한 후보가 운 좋게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임기 내에 국민이 바라는 정치 쇄신을 완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시간도 많이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치세력이다.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고, 정치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강력한 정치세력을 등에 업어야 한다. 정치란 웅대한 뜻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현실이다. 현재의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문재인 후보의 지지층과 안철수 후보의 지지층을 합치면 국민의 과반수를 넘는다. 그러므로 앞으로 이 두 후보가 원하는 정치 쇄신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두 후보의 배경을 이루는 정치세력이 합쳐져야 한다. 단순히 후보 자리를 양보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장기적 안목으로 서로 정치적 동지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사이의 후보 단일화 이유는 더욱 더 명백해진다. 더욱이나 이 두 후보는 과거 양 김 씨와는 달리 대통령 자리에 연연할 인물들이 아니라고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기 때문에 후보 단일화에 실패할 경우 국민에게 안기는 실망이 1987년 대선 때보다 더 클 것이다. 만일 단일화에 실패해서 이 두 후보 모두 낙선할 경우, 과거 양 김 씨와 달리 이 두 후보는 정치판에서 영원히 떨려날 가능성이 높다. 이 두 후보를 지지하는 정치세력이 과거 양 김 씨의 정치세력처럼 공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 ⓒ프레시안
요컨대,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가 진정 정치쇄신을 목표로 삼는다면, 작금의 대선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10년을 내다보고 이 목표의 달성을 위해서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대다수 국민의 바람일 것이다.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는 1987년 정치판을 더렵혔던 죄수의 딜레마의 교훈을 꼭 마음에 새기면서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점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단순히 후보 자리를 양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점도 한 번 더 강조해둔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