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와 마찬가지로 금년에도 국민이 대선에 거는 간절한 소망이 있다. 썩어빠진 우리 정치판의 쇄신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런 국민의 간절한 여망이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에게 쏠리고 있다. 이 두 후보 각각 정치 쇄신을 최고 목표로 삼고 선거판에 뛰어들었으며, 이 뜻을 기필코 이루겠다고 국민에게 다짐하였다. 또한 이들이 그럴만한 의지와 능력이 있다고 많은 유권자들이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정치의 때가 묻지 않은, 참신한 이 두 후보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가 노회한 정치가인 여권 후보를 크게 능가하고 있다. 그러니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서로 신뢰를 쌓고 협동하기만 한다면 이들은 자신들의 그 큰 뜻을 실현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후보가 대통령 자리에 연연한다면 과거 김영삼, 김대중 후보처럼 대통령 자리도 날아갈 뿐만 아니라 정치 쇄신을 바라던 국민에게 큰 죄를 짓게 된다. 이렇게 보면,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역시 과거 양 김 씨처럼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 빠져 있다.
그렇다면, 이 두 후보가 이런 죄수의 딜레마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서로 협동하면 모두에게 이익이고 협동하지 않으면 모두 망한다는 것이 죄수의 딜레마의 교훈이다. 따라서 대답은 극히 상식적인 것이다. 두 후보 각각이 대통령의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오직 정치 쇄신에 대한 국민의 여망만을 바라보고 상호 신뢰 아래 협동하는 것이다. 사실, 정치 쇄신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있는 일도 아니요, 어느 한 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이미 수십 년 우리 정치판이 썩어왔으니, 두 후보 중에서 어느 한 후보가 운 좋게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임기 내에 국민이 바라는 정치 쇄신을 완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시간도 많이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치세력이다.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고, 정치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강력한 정치세력을 등에 업어야 한다. 정치란 웅대한 뜻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현실이다. 현재의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문재인 후보의 지지층과 안철수 후보의 지지층을 합치면 국민의 과반수를 넘는다. 그러므로 앞으로 이 두 후보가 원하는 정치 쇄신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두 후보의 배경을 이루는 정치세력이 합쳐져야 한다. 단순히 후보 자리를 양보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장기적 안목으로 서로 정치적 동지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사이의 후보 단일화 이유는 더욱 더 명백해진다. 더욱이나 이 두 후보는 과거 양 김 씨와는 달리 대통령 자리에 연연할 인물들이 아니라고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기 때문에 후보 단일화에 실패할 경우 국민에게 안기는 실망이 1987년 대선 때보다 더 클 것이다. 만일 단일화에 실패해서 이 두 후보 모두 낙선할 경우, 과거 양 김 씨와 달리 이 두 후보는 정치판에서 영원히 떨려날 가능성이 높다. 이 두 후보를 지지하는 정치세력이 과거 양 김 씨의 정치세력처럼 공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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