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성폭행 피해자 출석 안 해도 진술 증거 인정"

'출석 안 하면 증거능력 없다'던 1심 뒤집어

성폭력 피해자가 진술을 위해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도 진술조서에 신빙성이 있다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27일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김주현)는 20대 여성을 성폭행(강간)한 혐의로 기소된 최 모(32) 씨에 대해 무죄 판결한 1심을 뒤엎고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진술 내용이나 조서에 허위가 개입할 여지가 없고 진술 및 조서 작성이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다"며 "증거능력이 인정돼 실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찰조사에서 피고인 최 씨가 'A씨가 성관계를 원하지 않았다는 것은 인정한다'고 진술했고 A씨가 최 씨를 무고할 특별한 이유도 없는 점을 봤을 때 최 씨가 A씨를 강제로 성폭행한 것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최 씨는 지난해 8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A(20) 씨와 휴대폰 번호를 교환한 후 문자를 주고받다가 A 씨가 "연락하지 말라"고 하자 술을 마시고 A 씨를 때린 뒤 성폭행을 저질렀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경찰 및 검찰 조사를 마친 A 씨가 진술조서만 제출하고 법원에 출석하지 않자 "A 씨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 진술의 증거능력이 없다"며 최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