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최악의 경우, MBC 노조와 KBS 새노조가 다시 파업에 재돌입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MBC 노조는 이날(25일)로 예정된 방문진 이사회에서 김재철 사장 해임안이 결의되지 않을 경우 파업 재돌입 가능성을 본격 논의할 것으로 보이는데, 해임안 통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 때문에 KBS 사장추천절차가 여당 측 이사들의 의도대로 일방적으로 흘러가고, 김재철 사장이 해임되지 않을 경우 양사 노조는 다시금 길거리로 나올 수도 있다. 대선 정국과 맞물려 돌아가는 상황이니만큼, 파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KBS 사장 선임 절차가 여당 측 이사들의 독선으로 흘러가고 있다. ⓒ뉴시스 |
왜 파업 재개 가능성 나오나
KBS 새노조가 파업 재개를 고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여당 측 이사들의 의도대로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새 사장 선임 논의 때문이다.
지난 24일 저녁 KBS 사장 후보 12명이 확정된 가운데, 여당 측 이사들은 곧바로 사장 선임 절차를 확정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7대 4의 구도인 현재 KBS 이사회에서 야당 측 이사 4명이 요구하는 특별다수제 도입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야당 측 이사들은 여당 측 이사들의 의도대로 사장선임절차 확정을 위한 논의가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사장 선임 투표에 의사정족수 3분의 2를 충족시켜야만 의결이 가능하도록 하는 특별다수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여당 측 이사들은 의사정족수 과반에 의결정족수 3분의 2인 현 투표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 경우 과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야당 이사들이 전원 불참하더라도 일방적으로 사장 선임이 가능해진다.
야당 측인 김주언 이사는 "특별다수제를 도입하지 못한다면 나머지 절차는 모두 형식적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며 "야당 측 이사들은 사장 선임 과정에서 들러리 역할밖에 못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과거 전례가 있다. 새 사장 공모 하루 전이었던 지난 17일 야당 측 이사들은 당초 대법원이 정연주 전 사장의 해임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놓은 만큼, 정 전 사장을 임명 제청하는 게 마땅하다는 의견을 냈었다. 그러나 여당 측 이사들에 의해 이 안건은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현재의 이사회 구도에선 야당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 자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지난 22일 열린 KBS 임시이사회에서 일방적인 표결 방식에 불만을 품은 야당 측 이사들은 전원 퇴장한 상태다. 이 때문에 26일 이사진 간담회가 다시 잡혔으나, 이번 간담회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야당 측 이규환 이사는 "이번 간담회에서도 다수 측 이사들은 사장선임절차와 방법을 논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특별다수제 도입 논의가 아니라면 간담회에 들어갈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양측 이사들은 각자 한 명씩의 운영위원을 통해 간담회 주제를 논의하고 있지만, 특별다수제가 안건으로 올라올 가능성은 낮다.
새노조 '파업 재개' 가능성 얼마나 되나
새노조의 파업 재개 가능성을 허투루 볼 수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미 사장 후보자 중 상당수가 새노조는 물론 KBS 노동조합에서도 반대한 인물인데, 현재로서는 이들 중 새 사장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사회가 여당 측의 일방독주로 흘러가는만큼, 새노조로서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새노조는 파업 결의안까지 통과시킨 상태다. 최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새노조는 지난 23일 낮 시도지부장과 중앙위원, 집행부 등 20여 명이 2차 비대위를 열어 총파업 투쟁을 재개하기로 결의했다.
24일 저녁에도 KBS 새노조 조합원 200여 명은 본관 민주광장에서 긴급 조합원 총회를 열고 야당 측 이사들이 배제되는 현 사장선임절차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김현석 새노조위원장(비대위원장)은 "더 이상 타협은 없다"며 "이길영 이사회의 독주를 저지하고, 낙하산 사장 선임을 막기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새노조는 여권 측 이사들을 두고 "이명박 또는 박근혜의 용병이라는 것을 스스로 커밍아웃했다"며 "우리는 총파업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방식으로 사장 선임 절차가 여당 측 이사들의 요구대로 일방적으로 흘러갈 경우, 사장후보자가 3배수로 압축되는 다음 달 1일~3일 즈음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남철우 새노조 홍보국장은 "금요일 간담회에서도 개선된 방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새노조는 다음 방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여러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당 측 이사들이 이처럼 독단적으로 이사회를 운영한다면 이사회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라며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일단 KBS 사장 공모 절차의 남은 변수는 다음 달 초에 이어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이 달(11월) 9일이다. 이후 이사회가 사장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사장 후보는 누구? 24일 저녁 마감된 KBS 사장 후보의 면면을 보면, KBS 새노조가 파업 재개를 고려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새노조 측은 물론, KBS 노동조합이 반대하는 후보도 다수 지원했다. 그리고 이들이 유력한 새 사장 후보다. 후보 12명 중 6명이 김인규 사장 시절 KBS 보도 태도를 친정부적으로 몰아간 인물이거나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측과 인연이 있는 인물이라는 게 새노조의 분석이다. 12명의 사장 후보는 우선 자천 후보로 △길환영(58) 부사장 △길종섭(65) 전 케이블TV방송협회장 △강동순(67) 전 KBS 감사 △장윤택(63) 전 KBS미디어 감사 △김성환(57) KBS 외주제작국 제작위원(PD) △고대영(57) KBS미디어 감사 △최영호(61) 변호사 △이후재(69) 한국언론인협회 이사 △조대현(59) KBS미디어 사장 등 9명이 있다. 타천을 받은 3명은 △이동식(57) KBS비즈니스 감사 △권혁부(66)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이정봉(60) KBS비즈니스 사장이다. 이 중 KBS 새노조는 길환영 부사장, 고대영 KBS미디어 감사, 강동순 전 KBS 감사, 권혁부 방통위 부위원장, 조대현 KBS미디어 사장, 이정봉 KBS비즈니스 사장을 반대하고 있다. 새노조는 물론 KBS노동조합도 반대하는 길환영 부사장은 논란을 빚었던 이승만 특집 방송 제작을 주도했고 <추적60분>과 <심야토론> 등 시사프로그램을 보도본부로 이관하는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았다. G20 특집방송 시간을 3300분 편성하고, <아침마당>에 여권 인사들을 출연시키는 데도 길 부사장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대영 감사는 올해 초 본부장 신임투표에서 84%의 불신임을 받아 KBS에서 나온 인물이다. 지난해 현대차로부터 300만 원대의 골프, 술접대를 받아 코비스에 반성문까지 게시한 전력이 있다. 민주당 도청문건 사태 당시 KBS 보도본부장을 지냈다. 강동순 전 감사는 2007년 당시 한나라당 의원에게 대선 승리 전략을 조언하고 호남비하 발언을 한 사실이 국회 문광위에서 알려져 큰 파문을 일으킨 이른바 '강동순 녹취록' 사태의 주역이다. 또 2005년 KBS 감사로 재직할 당시는 감사자료를 한나라당에 유출한 의혹을 받기도 했다. 권혁부 부위원장은 KBS 이사 출신으로, 2008년 정연주 전 사장이 물러날 당시 경찰에 전화를 걸어 KBS 투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순 전 사장 재직 당시는 <시사 투나잇> 종영을 요청하기도 했다. 조대현 전 부사장은 이병순 전 사장 시절 TV제작본부장, 김인규 사장 시절 방송 부사장을 지냈다. 새노조는 "수많은 불공정, 편파방송의 책임자"라고 지적했다. 이정봉 사장은 KBS 보도본부장을 지냈으며, 실체 논란을 일으킨 '수요회'의 좌장이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인규 사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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