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다른 측면에서 몇 가지 짚어 보고자 한다. 연간 30조 원이라는 돈은 굉장히 많은 돈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비교를 해보자. 최근 몇 년간 국민의 세금을 낭비했다면서 말이 많은 4대강 예산은 22조2000억 원이다. 이 돈을 4년에 나누어서 썼다. 그렇다면 지난 4년 동안 1년에 사용한 예산은 5조5000억 원 정도 된다. 사교육비보다 4배 적다! 4대강 사업에는 그 난리를 떨면서 매년 30조 원씩 사용되는 사교육비에는 언론도 정치도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이상한 셈법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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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강사 연봉, 얼마나 되는가 봤더니…
그렇다면 30조 원이라는 이 많은 돈은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 것일까? 차근차근 계산해 보자. 국세청이 발간한 '국세통계연보 2010년판'을 보면, 우리나라 자유직업소득자의 연평균 소득을 분석한 내용이 있다.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자유직업소득자 종사자 수와 연 평균 사업 소득 |
자유직업소득자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지만 생각보다 보수가 많지 않았다. 이중 학원 강사 부분을 살펴보자. 연간 1133만 원을 번다. 그렇다면 월 평균 임금은 94만 원이다. 충격적인 숫자다. 강남의 유명 학원 강사는 연봉으로 몇 억 원씩을 받는다는데, 전체 학원 강사의 임금 평균은 월 94만 원이다. 일부 억대 연봉을 받는 이를 제외하고는 전체 학원 강사의 60~70 % 이상이 월 100만 원도 되지 않는 저임금의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가정으로 배달되는 학원 전단지나 길가에 늘어선 선전용 플래카드 등에 소개되는 학원 강사들의 프로필을 보면 국내 유수의 명문대학 출신이 대부분이다. 웬만한 학벌 가지고는 명함도 못 내민다. 소위 'SKY대학 출신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런 그들이 월 100만원도 벌지 못한다고?
다음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보자.
1. 과연 명문대 출신의 실력 있는 사람들이 월 평균 100만원도 되지 않는 직업을 선택하기는 할까?
2. 그럼에도 과연 이 박봉에 책임감을 가지고 제대로 수업준비를 하고, 또 학생들 가르치는데 최선을 다할 수 있을까?
입장을 바꾸어서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학부모들에게 물어 보자. 자식들 등 떠밀어서 학원으로 보내 놓기는 했는데 그 소중한 아이, 금쪽같은 시간을 내어 보낸 학원에서 정작 당신 자식들을 가르치고 있는 강사들 월급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 본 적이 있는가?
사교육비 30조 원 중 학원강사 인건비는 11%?
필자는 학원 강사라고 하는 직업에 운전학원, 기술학원 등에서 일하는 분들까지 포함되어 있어 그렇지 실제 사교육과 관련된 학원 강사들은 못해도 연봉 3000만 원 이상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았다. 게다가 학원 강사들이 받는 급여의 총액을 추산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1133만 원 × 35만6000명(국세청 통계) = 3,492,121,270,000원 (☞ 3조 5000억 원)이다.
우리 국민이 1년에 지급하는 사교육비 총액이 30조 원인데, 정작 사교육으로 돈을 벌어야 할 학원 강사들의 급여총액이 3.5조, 사교육비 총액의 11% 밖에는 되지 않는다?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결론이다. 필자의 처음 생각대로 운전학원 강사나 방문교사 등이 학원 강사라는 분류에 포함되어 있다면 실제 사교육 관련 학원 강사들의 수입총액은 이보다 더 적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이 부분은 고려하지 않겠다.
학원 강사 급여총액이 3.5조라면 학원비 총액은 얼마나 될까? 학원들을 대상으로 경영컨설팅을 해주던 지인에게 학원의 총 수입에서 지급하는 강사의 급여가 어느 정도 차지하는지를 확인해본 결과 40% 정도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학원 사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이 늘어난 듯싶다. 학원의 규모나 형편에 따라 차이가 크겠지만 평균적인 내용을 기준으로 각 항목별 지출현황을 표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 학원 경영컨설팅 관계자가 밝힌 학원비의 쓰임새 |
그렇다면 강사급여를 기준으로 연간 우리나라의 학원비 총액을 계산해 보자.
3.5조원 ÷ 0.4 = 8.75조 원이다.
30조 원에 달하는 사교육비 중에서 학원비는 8.75조 원인 현실을 이해할 수 있는가? 교과부에 따르면 사교육비 가운데 학원비는 6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런데 사교육비 가운데 학원비가 30%밖에 차지하지 않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나머지 21조 원에 달하는 사교육비는 어디에 사용되고 있을까? 줄줄 새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가?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는 것일까? 또 교육방송이나 유료 인터넷 강의 등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비율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 몇 가지 가능성을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1. 연간 학원비 총액은 이보다 훨씬 많은데 학원들이 막대한 이익을 향유하면서도 강사들의 급여를 터무니없이 적게 지급하고 있거나
2. 세금을 내지 않는 불법 고액 과외나 대학생 과외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둘 다 모두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첫 번째 경우라면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원 강사들이 불편부당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며, 두 번째 경우라면 엄청난 세금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어려운 형편에도 살림을 쪼개어 매년 30조 원이라는 어마 어마한 돈을 자식들 사교육비로 지급하고 있다. 학원 강사들이 월 100만 원도 채 되지 않는 박봉에 시달리며 일을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그들 대부분이 법정 최저임금에 불과한 급여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물론 이들 강사들 가운데는 파트타임으로 일하거나, 논술대비로 연말에만 일하는 등 임금이 불규칙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공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학교 선생님들의 월평균 급여총액은 얼마나 될까? 첫 해 기본급이 161만여 원이니, 전체 평균으로 따지면 200만 원 이상은 될 것이다. 월 200만 원 소득을 얻는 학교 선생님들의 수업 내용과 월 1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학원 강사들의 수업을 비교해 본다면 누가 더 전문성과 정성을 가지고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까? 강사들을 열악한 환경으로 내모는 학원이 우리 아이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지, 우리가 학원 강사 수업료 대비 정당한 학원비를 내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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