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MB정권 힘빠지자 박근혜 올케에게 줄 댔나"

KBS, '박근혜 올케' 서향희 변호사와 계약 사실 은폐 논란

군부 독재 당시 친정부 편을 든 이력에 학력위조 논란을 빚었던 이길영 KBS 이사장이 KBS 감사에 취임한 이후, KBS 감사실이 돌연 서향희(38) 변호사가 공동대표로 재직 중이었던 법무법인 주원과 법률 자문계약을 맺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KBS 감사실이 자체적으로 법률자문 계약을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KBS는 국회의 자료제출 요청에도 수차례 이 사실을 숨겨왔던 사실도 밝혀졌다.

서 변호사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올케로, 2004년 박지만 씨와 결혼한 후 놀라운 속도의 출세 가도를 달려 논란을 낳은 바 있다.

'이길영 감사실', 서향희 변호사에 줄 댔나

22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윤관석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길영 감사가 재직하던 2010년 8월, KBS 감사실이 법무법인 주원과 법률자문계약을 맺고 지금까지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며 "당시 KBS에는 법무실이 따로 있었고 소속 변호사와 고문, 자문 변호인단도 17명에 달했는데 굳이 외부 법무법인과 자문계약을 맺을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실의 주된 업무는 내부 감사업무인데, 굳이 외부의 법무법인에 비싼 돈을 지불하며 계약을 맺은 이유를 알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은문기 KBS 현 감사실장은 "KBS 자문변호사는 내부에 3명, 외부에 4명 있다"고 말했다.

시기상으로 미뤄볼 때, 이길영 감사가 박근혜 후보 측에 줄을 대기 위해 이와 같은 계약을 맺은 것 아니냐고 윤 의원은 지적했다.

윤 의원은 "이길영 당시 감사가 주원과 법률자문 계약을 맺은 시점은 지난 지방선거 직후"라며 "이명박 정권의 힘이 빠져나가는 시기에 전례 없이 감사실이 이런 계약을 맺은 건 결국 박근혜 라인 구축용이 아니었느냐"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길영 감사가 이사장이 됨에 따라 KBS 내에서는 한동안 감사 공백기가 발생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곳이 바로 주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KBS, 관련사실 은폐 시도

▲'만사올통'? 서향희 변호사. ⓒ뉴시스

특히 KBS는 3차례에 걸친 자료요청에도 관련 사실을 숨기려 했다.

윤 의원은 "KBS 감사실의 법률자문 내역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나, 감사실은 3차례에 걸쳐 허위 자료를 제출하거나 '해당 사항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며 "결국 '주원'이라는 명칭을 지운 계약서 사본을 (겨우) 확보했다"고 밝혔다.

결국 KBS 감사실이 계약서를 제출하긴 했으나, '주원'의 이름은 지운 채 국회에 자료를 제출한 것이다. 사실상 켕기는 부분이 있어 자료를 은폐 시도했다고밖에 볼 수 없는 부분이다.

같은 당 배재정 의원도 의사진행발언으로 "KBS가 허위보고를 자주 한다"며 "국회를 대하는 태도, 근본적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KBS가 제대로 된 자세를 갖고 대해주셨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KBS 측은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윤 의원이 "KBS에서 국회에 허위로 자료를 보고하고, (결국 제출한) 계약서에는 중요한 이름을 다 지워서 갖고 왔다"고 비판하자 은문기 감사실장은 "처음 '자료제출이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잘못 표현해서 (자료가 없다고) 했는데 사과드린다"고 해명했다.

"은폐 시도"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자료를) 은폐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김현석)는 22일 노조 특보를 내 "의혹을 제공했던 감사실 스스로 풀어야할 문제"라며 "당시 법률자문 내역과 계약 당시 결재 문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다음달로 다가온 KBS 새 사장 선임이 코 앞인 상황이라, 관련 의혹은 대선을 앞둔 KBS 보도 방향 논란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일단 김인규 사장은 다음 사장 공모에 지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만사올통' 실제하나

이와 같은 논란이 커지면서 결국 다시금 박근혜 후보는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대선 전부터 '만사올통'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서향희 변호사는 석연찮은 법률자문 계약을 맺은데 이어 각종 비리 연루 의혹에도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 8일 국토해양위원회 LH 국감에서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서 변호사가 LH 법률고문직 위촉 및 재위촉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LH는 2010년 공사 출범과 함께 개인변호사 24명, 법무법인 출신 4명으로 이뤄진 법률고문단을 구성했는데, 서 변호사는 이때 위촉됐다. 문제는 위촉된 28명의 평균 법조경력이 26년차에 달했고 평균 연령은 57세였던 반면, 서 변호사는 당시 36세로 법조경력 8년차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재위촉될 당시 서 변호사의 업무실적이 LH의 재위촉 기준에 미달했다는 의혹도 지적됐었다.

서 변호사는 지난 2006년 가죽 가공업체 신우의 사외이사가 된 데 이어 이듬해는 CNH의 감사가 됐다. 이어 2008년에는 인선이엔티 법률고문이 됐고 KMAC 사외이사에 연달아 선임됐다. 이 사이 서 변호사는 경영컨설팅 회사 피에스앤피를 설립했으며 2009년 문제의 법무법인 주원을 설립했다.

2009년에는 저축은행 사태 당시 무너진 삼화저축은행 고문변호사를 맡기도 했다. 이 외에도 서 변호사가 법률고문이나 사외이사를 맡은 회사의 수는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별다른 경력도 없는 신출내기 변호사가, 지만 씨와 결혼 후 곧바로 출세가도를 달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