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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한 비정규직, 무기계약직의 고통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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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한 비정규직, 무기계약직의 고통을 아시나요?

[비정규직이 본 학교·③]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든다는 대선후보에게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이 학교 안에서 벗어나 교육감 직접고용·호봉제 실시·정규직 법제화 등을 요구하며 노동조합으로 급속히 뭉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조직화를 바탕으로 오는 11월 초 전면 파업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 법률 전문가 등이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왜 노동조합을 만들 수밖에 없고 파업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지 3회에 걸쳐 연재한다. <기고자>

비정규직이 본 학교
"우린 학교의 최하위 계급, 온갖 궂은일 도맡지만…"
학교비정규직 임금, 용역업체 주머니로 가도 정부는…

저는 학교생활이 참 좋았습니다. 누구든 속일 필요가 없고, 수고한 만큼 감사 인사를 주고받아 덩달아 웃을 수 있는 학교가 좋습니다. 2년 전 학교일과 노조일을 병행 할 수 없을 정도로 바빠 휴직을 신청할 때도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현장의 요구에서 멀어지는 것을 가장 경계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정부와 국회에 마지막 대화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갑니다. 단식과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가족회의에서 조심스럽게 꺼냈더니 아내가 웃어줍니다. 불안한 상상을 하면서도 "좋지 못한 일이 생기더라도 남에게 듣지 않게 해 달라"고 당부합니다.

우리 조합원들의 마음도 비슷하실 거라 여깁니다. 피하고 싶지만 꼭 해야 되는 일이니 많은 분이 용기를 내시고, 더 많은 분들은 소리를 죽여 응원해 주실 겁니다. 혼자선 부족한 용기가 동료와 함께 하면 마음을 다잡을 수 있으니 서로에게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린 그동안 많은 일들을 함께 만들어 냈습니다. 월급이 백만 원만 넘으면 좋겠다던 급식실 선생님들 웃음도 보았고, 명절 때 부끄럽게 들고 온 기름병 대신 10만 원밖에 안 되지만 휴가비란 것도 얻어냈습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해고싸움에 지쳐 교육감 직계약제도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업무폭탄에 분노하다가도 내 이름으로 결재를 하게 되니 정규직에 대한 기대가 커지기도 했습니다.

▲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연합뉴스

그러나 아직 근본적인 잘못은 고쳐내질 못했습니다. 그 누구에게 물어봐도 1년 일한 사람과 10년 일한 사람의 월급이 같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 누구도 취업규칙에 명시된 연봉에 포함되어 있다는 밥값과 명절휴가비가 얼마냐는 질문에 대답을 못합니다. 그 누구도 오래 근무하면 할수록 임금차별이 커져가는 것을 바꿔낼 시도를 안 합니다.

대통령과 여야 정당대표가 공공기관부터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하고 정부합동부처에서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해서 호봉제도 하고 상여금도 주겠다는데, 교육과학기술부는 총액인건비를 작년 임금에서 2.8%만 올리고 그마져도 70%만 내어줍니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개선비는 단돈 한 푼도 예산을 잡지 않았습니다.

고용노동부에서 무기계약 전환자를 보고하라고 해서 학교별로 다 신고했지 않습니까? 노동부장관과 노동위원회에서 "진짜 사용자는 교육감"이라고 법해석을 했으니, 매년 무기계약을 회피하려고 학교를 뺑뺑이 돌리던 높은 분들은 가장 먼저 비정규직들을 모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서 지긋지긋한 해고불안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2007년 기간제법이 시행될 때 70%가 무기계약직으로 시작했는데 5년이 지난 지금도 모두가 전환되지 못하고 무지계약직이 60%밖에 안 되는 것은 그동안 수없이 잘라버렸기 때문입니다. 총액인건비제도를 시행하고 우리가 법까지 만든다고 하니 미리 해고해버리려 하는 것 아닙니까? 13개 직종만 총액인건비제도를 우선 시행 한다고 하지만 예산은 70%만 주고 나머지는 지역교육청별로 알아서 충당하라고 합니다. 교육청별로 또 다시 칼부림이 불어댈 것입니다.

이젠 무늬만 정규직인 무기계약직을 폐지해야 합니다. 처우개선 없는 무기계약직은 무기한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대통령 후보들과 여야정당이 앞 다투어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합니다. 법률로 신분을 인정하고 정원으로 고용을 보장받아야 합니다. 공무원과 동일한 임금을 받고, 아플 때 치료도 동일하게 받아야 합니다. 교육공무직법제화는 올해가 끝나기 전에 국회에서 다뤄지지 못하면 다시는 기약할 수 없습니다.

교과부가 반대하고 나서는 것을 막아내야 합니다. 모든 대통령 후보들에게 약속을 받아내야 합니다. 반대하는 정당은 당사의 문지방에 목질을 해서라도 통과시켜야 합니다. 전국의 1만2000개 학교에서 동시에 들고 일어서야 합니다. 우리 전체가 이제 새로운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당당한 교직원의 일원으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우리의 사명감과 자존감을 무시하는 모든 것에 저항하고자 합니다.

11월 3일 서울광장에서 함성으로 만납시다. 11월 9일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총파업투쟁으로 승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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