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고공농성 5일…사측 폭력에 비정규직 부상

방수커버 전달 과정에서 용역경비 200명과 대치

'불법파견 인정'을 요구하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2명이 송전철탑 고공농성에 돌입한 지 5일이 지난 가운데, 우천에 대비해 철탑에 방수커버를 전달하려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측 용역경비에 의해 폭행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는 "21일 오후 5시 40분께 현대차 관리자와 용역경비 200여 명이 철탑에 방수커버를 올리려는 조합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철탑 아래 설치된 천막을 강제 철거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김성민, 김장섭, 박민철 씨 등 비정규직노조 조합원 3명이 크게 다쳐 119 구급차를 통해 울산 세민병원으로 이송됐다.

김성민 조합원은 용역경비가 머리채를 잡고 끌고 가 집단 구타를 당하다가 경비가 신은 안전화에 코뼈를 가격당해 코가 부어올랐다. 김장섭 조합원은 턱 밑에 심한 찰과상을 입었으며, 박민철 조합원은 발목인대를 다쳐서 깁스를 했다.

앞서 비정규직노조는 이튿날 비가 온다는 기상예보를 확인하고, 비가 스며들면 고공농성 합판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판단 아래 이날 오후 4시 40분께 최병승 조합원, 천의봉 사무국장이 농성하는 울산공장 송전철탑 위에 방수커버를 깔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10분 뒤 현대차 박 모 과장은 "노사협력팀 지시다. 현대차 정규직노조와 음식물 외에는 올리지 않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방수커버를 올릴 수 없다"고 말했고, 용역경비업체 GNFM 소속 경비 200여 명과 비정규직노조 조합원 70~80여 명이 대치했다.

비정규직노조 간부 50여 명은 "회사와 얘기했으니 방수커버를 올리라"는 경찰 관계자의 말을 듣고 곧바로 방수커버를 올리려고 했지만, 박 모 과장의 지휘 아래 용역경비들과 대치했고 이 과정에서 김성민, 김장섭, 박민철 조합원이 크게 다쳤다.

폭력 사태가 벌어지는 사이 비정규직 조합원 2명은 안전장비도 착용하지 못한 채 20미터 철탑에 올라가 방수커버 설치작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정규직노조는 "최병승 조합원, 천의봉 사무국장은 20미터 높이에서 오직 합판에 의지해 버티고 있고, 합판에 비가 스며들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 처한다"며 "경찰도 인도적 차원에서 인정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2004년) 대법원(2010, 2012년)은 현대자동차를 '불법파견' 사업장이라고 인정했지만, 현대차는 정규직 전환 대상인 사내하청 노동자 8000명 가운데 3000명만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버텼다. 이에 두 노동자는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라"며 "사내하청 노동자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상태다.

▲ 대법원에서 정규직이라고 판결받은 최병승(아래) 조합원과 천의봉 비정규직지회 사무장이 18일 울산공장 명촌중문 송전철탑에서 고공농성에 돌입하면서 합판을 설치하고 있다. 이들은 '불법파견 인정, 대법원 판결에 따라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