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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후보들의 '숫자 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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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후보들의 '숫자 놀음'

<워싱턴포스트> "사실에 기초하지만 진실은 아냐"

# 한 달에 80만 명이 직장을 잃던 미국 금융위기의 한 복판에서 신임 대통령이 등장했다. 그는 5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해고될 위기에 놓인 교사들을 구해냈다. 제조업은 다시 반등해 일자리 46만 개가 생겨났다. 경제가 바닥을 치자 주택시장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 똑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등장한 대통령이 있다. 하지만 그는 상황을 거의 반전시키지 못했다. 그는 임기 동안 32만5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10만 명 이상의 교사들이 해고됐고 제조업에서는 63만5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주택 시장은 여전히 침체되어 있고, 집을 압류당한 이들은 300만 명에 달한다.


언뜻 보면 정반대로 보이는 두 대통령의 '실적'은 <워싱턴포스트>가 20일 칼럼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대상으로 나란히 분석한 내용이다. 같은 대통령의 임기를 두고 분석한 통계가 정반대인 이유는 무엇일까? 신문은 서로 다른 이 숫자들이 "사실에 기초했지만 둘 다 제대로 된 진실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정치인들의 통계 왜곡이 불러온 현상이다.

▲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후보 2차 TV토론을 벌이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 ⓒAP=연합뉴스


유권자들은 보통 실업 등 숫자로 표현되는 경제 공약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특히 올해 미국 대선의 핵심이 침체된 경기에 있다는 점에서 '숫자'는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신문은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가 서로 경제 통계를 이용해 서로를 공격하지만, 그러한 통계가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유권자들 역시 숫자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들의 통계 왜곡의 유혹에 빠져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2월 설문에서 공화당 지지자의 56%가 경제를 부정적으로 봤는데, 25%만이 같은 응답을 한 민주당 지지자보다 배 이상 많았다. 자신의 정치적 지지성향에 따라 같은 숫자를 바라보는 눈도 다른 셈이다.

한 온라인 여론조사기관이 지난 2009년 2월 벌인 설문에서 오바마의 취임 이후 실업률이 얼마나 올랐는지 내렸는지를 물었을 때 공화당 지지자의 62%가 크게 올랐다고 답했고 민주당 지지자의 50%가 약간 내렸다고 밝혔다. 오바마가 취임한 2009년 1월 실업률은 7.8%, 설문조사가 이루어진 2월의 실업률은 8.3%였다.

최근 미국에서 가장 노골적인 통계 왜곡은 일자리 숫자에서 벌어진다. 오바마가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가장 크게 강조한 것 중 하나가 자신이 52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숫자는 그의 임기 중 가장 일자리가 줄어들었던 2010년 2월을 저점으로 정해 계산한 것으로 이는 취임 이후 1년 이상 지난 시점이다.

또한 이 숫자에는 공공 일자리가 반영되지 않았는데, 오바마의 '계산식'에 따르면 같은 기간 공공 일자리는 53만7000개 줄어들었다. 또 오바마의 주장을 따른다 해도 늘어난 일자리는 월 평균 16만7000개로 눈에 띄게 증가한 것도 아니다. 실제로 오바마 취임 첫해인 2009년 한 해 동안 일자리는 430만 개나 줄어 경제위기가 일어난 2008년도를 능가했다.

신문은 오바마의 대규모 경기부양정책이 효과를 내기 시작한 2009년 6월을 기준으로 민간과 공공을 합산해 일자리 약 300만 개가 늘었난 것을 가장 '객관적인 숫자'로 볼 수 있다면서도 이를 "나의 정책으로 경기침체 고통의 절반을 복구했다"라고 오바마가 주장할 수준은 아니라고 전했다.

롬니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임기 4년 동안 12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신문은 최근 약간 상승세를 그리고 있는 경제 성장률이 그대로 이어진다고 가정만 해도 80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밝혔다. 미 의회예산국(CBO)이 추정한 향후 일자리 증가수가 960만 개고, 무디스의 전망치가 1200만 개인 것을 봐도 롬니가 제시한 숫자가 큰 경제성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또 롬니는 최근까지 8%를 넘었던 실업률이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공격했는데, 신문은 과거 경기침체 사례에 비하면 현재의 실업률이 오히려 최악의 수준은 아니라고 전했다. 또 언론들이 역대 1940년 이후 7.2% 이상의 실업률 상황에서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은 없다고 보도했지만, 실제 그런 상황을 겪은 대선 후보는 1976년의 제럴드 포드, 1980년 지미카터, 1992년 조지 부시(조지 W. 부시의 아버지) 단 3명으로 주장을 증명하기에는 표본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 같은 숫자의 허구성으로 인해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하면 유권자들은 대통령이 경제를 올바르게 이끌어 왔다고 여기고, 롬니가 당선되면 경제가 충분히 개선되지 못했다고 여기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으면서 두 후보가 집중해야할 숫자는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숫자 '270'에 있을지 모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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