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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수급자가 '로스쿨'에서 살아남으려면…

주당 40시간 자활근로 안 하면 학업 포기 위기

올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2학년에 재학 중인 김성민(가명, 30대) 씨. 소득이 없고 법학 지식도 없어 생활이 어려운 사람을 돕는 변호사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저소득층에 대한 특별전형을 통해 로스쿨에 들어왔다. 특별전형은 경제적 약자나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입학정원의 5~10퍼센트(%)를 뽑는 사회적 약자 우대 정책이다.

김 씨는 병약한 어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다. 기초생활수급자란 가구 소득이 가구별 최저생계비 이하일 경우 국가가 일정액의 현금을 지급해주는 제도다.

그러나 김 씨는 졸업 1년여를 남겨두고 학업을 중단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지난 8월 지역 구청에서 "3개월 정도 자활근로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기초수급자 자격에서 탈락시키겠다"는 통지가 왔기 때문이다.

대학원생은 자활사업 대상

복지부에 따르면 김 씨는 노동 가능 연령대이기 때문에, 수급 자격 유지를 위해선 주당 40시간 이상의 자활근로사업에 참여해야한다. 대학생이나 만성질환자는 이 사업에서 면제 대상이 되지만, 대학원생은 포함되지 않는다.

빡빡한 로스쿨의 일과를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이 사업에 참여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게 김 씨의 입장이다. 그는 "한 학기당 최고 21학점 정도를 수강하고, 방과 후에도 교수와의 맨투맨 실무수업 등이 많다"며 "가정형편상 장학금을 받아야만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선 대충 공부할 수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김 씨는 이번 학기 장학금도 지급받지 못했다. 김 씨는 당장 이번 학기 장학금을 받기 위해 대출까지 받았다. 약 77만여 원인 수급액이 김 씨 가족 소득의 전부다. 자활사업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김 씨는 최소 생활을 유지할 소득마저 잃게 된다.

그는 "생계비를 받기 위해선 공부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 "대책 마련 중"…언제까지?

정부는 김 씨의 사정은 알겠지만, 당장은 좀 더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초생활수급 전담부서인 복지부 자립지원과 관계자는 "일반 대학원생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로스쿨에 다니는 기초생활수급자들만 자활사업에서 제외할 순 없다"며 "국가가 대학원생까지 책임지기 위해선 관련 지침을 다 개정해야 한다.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장학금 지급액을 늘려 생활비 마련이 가능하게 하거나, 수급 대상자가 민간 시장에서 주당 18시간 이상 일한 소득을 부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프레시안
반면 교육과학기술부는 복지부의 지원 대상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과부 대학원제도과 관계자는 "장학금은 어디까지나 학비를 지원하는 제도여서 생활비까지 지원하기는 어렵다"며 "로스쿨은 물론 일반 대학원에 재학 중인 기초생활수급자도 조건부과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복지부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돈스쿨'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경제적 약자가 로스쿨에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특별전형 제도를 믿고 법률인이 되고자 나선 사람들의 꿈을 꺾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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